장주기ESS 대표주자 ‘카르노배터리’가 뜬다

폐지 예정 석탄화력 플랜트 활용 가능해 효율도 ↑ 선진국과 격차 크지 않아 개발 서두르면 선점 가능성도 국내서도 워크숍 개최, R&D 과제 발표 앞두는 등 관심 고조

2024-05-31     정재원 기자
카르노배터리 개념도

국내에도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점차 확대되면서 장주기ES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간헐성과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계통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에너지저장장치는 전지 기반의 배터리가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해 왔다.

반면 전력을 많이 저장하고 긴 시간 충·방전해 계통 문제를 해결하는 비전지 기반 ESS는 지금까지도 사실상 양수발전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계통 혼잡 등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며 장주기로 저장할 수 있는 압축공기, 액화공기, 열 등 차세대 신기술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 중 국내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장주기ESS로 ‘카르노배터리’가 뜨고 있다.

이상적인 열동력 사이클을 의미하는 카르노(Carnot) 사이클에서 유래된 카르노배터리는 열저장 기반으로 남는 전력을 고온의 열로 만들어 이를 암석이나 콘크리트 등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 다시 증기로 만들어 스팀터빈으로 발전하는 방식이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지만 수백MW에 달하는 많은 전력을 10시간 이상 저장할 수 있으면서도 저비용이라는 장점으로 인해 세계적으로도 적극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정책으로 인해 앞으로 폐지될 석탄화력발전소의 터빈과 발전기, 송전 인프라 등 플랜트를 활용할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보일러 계통을 열매체 저장소로만 교체해도 사용이 가능해 현재 국내 에너지원의 약 40% 가까이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큰 손실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점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카르노배터리 전문가인 조준현 한국에너지기술원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은 이미 실증 플랜트를 짓는 등 우리보다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 수준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라며 “점차 다른 국가들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할 텐데, 우리나라에서 개발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다면 글로벌 산업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한국의 카르노배터리 기술은 계획대로 내년 소규모 실증에 들어갈 경우 약 7~8년 후면 완전 상용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해 발표된 에너지스토리지산업 발전 전략 후속대책으로 이달 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주최로 ‘카르노배터리(Carnot Battery)’ 워크숍이 개최됐으며 에너지기술평가원도 카르노배터리 관련 R&D 신규 과제 발표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연구원은 “카르노배터리는 연구를 진행하는 두산에너지빌리티를 비롯해 국내 플랜트 관련 중소기업을 중심의 서플라이체인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장주기 ESS”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