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혼란스러운 에너지전환, 정책실패 바로잡아야
홍기웅 전국태양광발전협회 회장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이란 분쟁 등 중동 사태로 인해 에너지 자립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경제’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우리나라의 연평균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연평균 96.4% 기록했고, 에너지 자립도는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에너지 수입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라늄, 석탄, LNG가 연료인 발전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수급 불안이나 가격 급등 등의 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해외 주요국 및 원유 산유국인 중동 국가들조차도 에너지 수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했고,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가 경제의 근간이던 중동 지역에서 탈석유 바람이 불고 있고,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UAE 정부는 2050년까지 청정에너지를 44%까지 상향하고, 가스 사용률을 38%까지 줄이는 넷제로(Net Zero)를 추진하고 있고, 이 같은 움직임은 중동 지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히려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오히려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에너지 위기로 인해 화석연료 수입국이 에너지 안보에서 재생에너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화석연료 수요는 2030년 이전에 정점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되고, 해외에서 에너지전환 속도가 빨라졌으며, 주요국들은 청정에너지 지원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더욱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립도는 OECD 평균인 0.85보다 크게 낮은 0.18에 그쳤다. 에너지 자립도란 에너지 총공급량(Total Energy Supply) 대비 에너지 국내 생산 비중을 의미한다.
유독 한국만이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해 재생에너지를 규제하고, 보급을 막는 등 에너지전환의 속도가 OECD 최하위로 처지고 있다. 매우 낮은 에너지 자립도 및 에너지 안보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전력 공공기관은 횡보 내지 역행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경쟁력 있는 산업과 기업들은 위기에 봉착할 것이며, 해외 에너지 수입으로 인해 무역적자가 심화될 것이란 의식이 강하다.
이에 협회는 국가를 걱정하고 에너지 자립을 열망하는 국민들과 함께 에너지전환 독립운동을 시작하려고 한다. 22대 국회 개원을 디딤돌 삼아 그동안 이뤄진 에너지정책 실패를 바로 잡고자 한다.
첫째, 전력시장의 거버넌스 공정성을 훼손하는 전력거래소 등 재생에너지 생태계를 붕괴시키는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 한다. 법적 근거 없는 SMP 상한제 규제, 보상 없는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등이 도출된 의사결정기구의 반성을 요구하려 한다. 각 정책을 추진한 당국의 담당자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건의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둘째, 전력시장에 도입을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입찰시장의 제고 및 정비를 촉구하려 한다. 현 시점에서 입찰시장 도입은 에너지전환이라는 정책 목표를 훼손할 수 있으며, 재생에너지 생태계 붕괴를 가져올 것이다. 제주도에서 시작하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그리드 패리티가 달성되는 시점에서 효율적인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문제가 없다. 우리와 같이 재생에너지 보급이 7% 수준인 국가에 적용 시, 재생에너지의 실제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공급 물량을 저하하기 때문이다.
셋째,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계통 포화 등의 문제에 있어 귀책을 바로잡고자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변동성 재생에너지를 전력계통에 수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전과제를 재생에너지 비중에 따른 단계별로 구분해 알맞은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2021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발전량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8.29%다. 국제 기준으로 맞추면 신에너지를 제외한 재생에너지는 7.15%다. 우리나라는 IEA 기준 2단계로 재생에너지가 계통운영에 다소 영향을 미치는 정도다.
반면 송배전망 확충 부족 및 전력당국의 계통 보강 실패로 인해 7% 비중의 재생에너지에 대해 보상 없는 출력제한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약 7%의 재생에너지 때문에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핑계로 송배전망 등 계통 미보강으로 인한 모든 책임을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셈이다.
RE100 및 재생에너지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국민들이 많다. 이에 반해 진실을 호도하는 전력당국자들의 잘못된 정책 수행은 정의롭지 못한 태도다. 22대 국회가 구성되면 실체적 진실을 알리고, 정책에서 비롯된 혼란의 원인과 책임을 가진 정부와 이를 수행하는 전력공공기관의 행태가 바로잡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