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부유식 해상풍력의 어려움

2024-05-02     안상민 기자

우리나라 울산광역시 인근 바다에서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가 추진 중이다. 현재 환경영향평가를 추진 중인 6.2GW 규모의 프로젝트가 모두 성공적으로 상업 개시되면 국내 풍력산업은 해상풍력 강국으로 한순간에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부유식 해상풍력 개발사는 올해 하반기 예정된 풍력 장기고정가격 계약입찰을 준비 중이다. 올해 낙찰 현장이 나올 수 있을 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한 현장이라도 입찰에 성공할 경우 부유식 해상풍력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효시가 될 전망이다.

다만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개발을 두고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다수다. 고정식 해상풍력 생태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국내 수준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시각이다.

특히 해상풍력의 균등화발전비용(LCOE) 낮추기에 초점이 맞춰진 국내 입찰시장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가 상업성을 갖추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문무바람의 지분 80%를 같은 SPC 주주사인 헥시콘에 매각하기로 한 쉘 또한 불투명한 상업성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쉘에 이어 추가적인 이탈 움직임도 포착된다. 빠르면 올해 하반기 쯤 또 다른 개발사의 이탈 소식이 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부유식 단지는 아직 국내에 구축된 사례가 없지만 LCOE는 400원대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아직 공급망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이 비용은 더 올라갈 수도 있다. 지난해 입찰에서 낙찰가가 100원 중후반 대인 점을 고려하면 부유식 단지가 구축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비록 부유식 단지는 수심 깊은 먼 바다에서 추진되는 만큼 고정식 대비 REC 가중치를 더 많이 받지만 단순 REC 가중치만으로 입찰에서 고정식 해상풍력과의 경쟁력을 갖추기엔 무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변수는 설치비용이다. 국내에서 최근 조선업을 영위하는 중공업들이 부유식 단지 설계 및 EPC를 준비하고 있지만 실제 경험은 전무하다.

업계에 따르면 A중공업과 부유식 단지 설치를 논의하던 B개발사는 설치비용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협상이 결렬 됐다는 전언이다.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가 개발되기 까진 많은 난관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상풍력 시장이 커져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고정식 해상풍력 단지 경험도 충분하지 않은 국내에서 부유식 해상풍력으로 한 순간에 점프하는 것은 그만큼 국가적 리스크를 지는 일이기도 하다. 어려움을 감수하고도 이 시장을 키워야 할지 속도조절을 해야할지 하반기 정부의 입찰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