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해상풍력 약한 고리 파고드는 中 공급망 ‘위협’

장기고정계약 5개 사업 중 낙월·고창에 中 공급망 적용 낙월해상풍력, EPC에 中 참여하는 국내 첫 사업될 듯 LCR폐지, 가격경쟁 입찰에 풍력도 中이 점령한 태양광 꼴 우려

2024-04-18     특별취재팀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약한 고리를 파고드는 중국산 공급망의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육안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은 중국 자본과 공급망이 10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국내 해상풍력 시장을 노리고 있는 만큼 시장생태계와 국가안보 차원에서 국내 공급망 보호와 육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우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값싼 중국산 제품으로 눈을 돌리는 국내 개발사들이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해상풍력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을 통과한 5개 현장 중 2개 현장(낙월, 고창)에 중국산 터빈 설치가 예정된 데 이어 일부  EPC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업계에 따르면 명운산업개발(대표 김강학)이 개발하는 364.8MW 규모의 낙월해상풍력  EPC는 호반산업과 블루에너지로 구성된 호반블루에너지가 담당하며 호반산업이 육상공사 및 해저케이블 시공을 맡고, 삼해종합건설이 해상구조물 시공을 수행할 계획이다. 중국에너지엔지니어링공사(CEEC)는 하부구조물 및 상부 터빈 설치를 위한 설치 전용선의 국내 부재로 국내 시공사와 용선계약을 통해 선박 공급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같은 역할 분담이 이뤄지면  낙월해상풍력은 중국 기업이 일부 EPC를 수행하는 국내 첫 해상풍력사업이 된다.  사업시행법인인 낙월블루하트에 따르면 낙월해상풍력 사업 규모는 약 2조2천억원에 달한다.

또 낙월해상풍력 현장에는 독일 터빈 업체 벤시스의 터빈이 장착된다. 벤시스는 지난 2008년 중국의 골드윈드에 인수돼 중국계로 분류된다. 벤시스는 낙월 현장을 발판으로 우리나라에 제조 공장을 짓는 등 적극적인 시장 공략 계획도 검토 중이다.

특히 낙월해상풍력은 해상풍력 단지와 육상을 연결하는 외부망에 중국 형통광전 제품 적용을 검토 중이다. 중국 해저케이블 기업들은 자국 실적을 기반으로 해외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으며, 프랑스·미국·일본 등에 진출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서도 포트폴리오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낙월해상풍력뿐 아니라 동촌풍력(대표 오희종)이 개발하는 76.2MW 규모의 고창해상풍력에도 중국 밍양의 터빈이 사용될 예정이다. 고창해상풍력은 아직 케이블 등 공급망 업체를 선정하지 않았지만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구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중국 공급망의 한국 시장 진출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지난해 LCR 규정 폐지와 더불어 풍력보급 정책마저 가격경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에너지공단이 시행한 해상풍력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결과만 봐도 전년보다 낮게 설정한 상한가격 아래로 입찰가격을 제시한 사업자들이 대부분 선정돼 국내 산업기여도 등 정성평가 항목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건설비용 증가에 부담을 느끼는 개발사 입장에서 입찰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급망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가격경쟁력이 월등한 중국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LCR 규정이 사라지면서 국내 투자를 논의하던 유럽 공급망 업체들의 계획이 중단됐고 국내 공급망 업체들도 투자 동력을 잃었다”면서 “가격 위주의 보급정책, 값싼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중국산에 완전히 점령된 태양광발전 시장처럼 국내 해상풍력 산업과 재생에너지 시장을 통째로 중국에 내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만 타이중 항구에 적재된 해상풍력 타워. [사진=안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