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기술전략 컨퍼런스)“RE100은 선택이 아닌 생존 문제” 각계 기후산업 대응전략 공유

2024-04-04     김진후 기자
한국RE100협의체, 고려대학교가 주최한 2024년 RE100 기술 전략 컨퍼런스에 300여명의 업계 관계자가 운집해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사진=김진후 기자.]

기업·학계·지자체가 RE100 확대에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결집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단순히 발전원·에너지 차원의 문제를 넘어 기간산업과 국가의 생존에 직결된 문제라며 RE100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한국RE100협의체와 고려대학교는 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2024년 RE100 기술 전략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RE100 관련 행사 중 국내 최대 규모인 300여명이 참석하면서, RE100에 대한 기업과 업계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날 컨퍼런스는 기업, 지자체, 컨설턴트 등 각계각층에서 바라보는 RE100의 중요성과 대응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혜안을 공유했다. 학계에선 태양광 및 풍력 각 분야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기술동향을 소개했고, 경기도 등 이행주체들은 각자가 내세우고 있는 구체적인 RE100 대응 방안을 밝혔다.

정택중 한국RE100협의체 대표는 인사말에서 “우리나라는 기후위기라는 글로벌 트렌드를 벗어날 길이 없고, 그 변화의 중심에 재생에너지가 있다”며 “우리 산업을 재탱해 온 에너지원의 변화가 없으면 재생에너지 산업뿐 아니라 수출산업 붕괴 우려가 있다. 이제는 재생에너지 산업이 기간산업을 지탱하는 중추 산업으로 변모해야 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 소장은 저탄소기술 확보를 필두로 다양한 기업 전략을 제시했다. [제공=한국RE100협의체, 김앤장법률사무소.]

이어진 기조발제에서 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 소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는 환경-통상 연계 동향과 기업의 대응방안을 정리했다.

우선 김성우 소장은 기후위기 대응이 보호무역주의와 만나 국제협력이라는 과거 모델에서 규범 파편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통상과 기후가 연계된 정책을 개진하고 비관세장벽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성우 소장은 “GDP의 85%가 교역에서 발생하는 개방형 통상국가인 우리나라, 특히 수출향 국내기업은 해외의 규제가 구체적이고 집적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이 때 우리 기업은 단기 재무영향이 큰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저탄소기술 확보를 발판으로 기후분쟁 대응·포트폴리오 변경 등의 전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정치권 판도 변화로 재생에너지 산업 약세가 예상되고 있지만, 해외 기업들의 에너지전환 투자 집중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내 기업도 전략을 다듬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소장은 “자국 산업 육성과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 활동이 활발하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며 “동시에 해외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신규시장 선점을 위해 수조원 단위의 투자도 머뭇거리지 않고 있다. 방향만 맞다면, 속도가 늦었을 경우 투입해야 할 비용이 더 크다는 점에서다”라고 강조했다.

경기도가 경기 RE100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공공RE100 달성 방안. [제공=한국RE100협의체, 경기도.]

차성수 경기도 기후환경에너지국 국장은 자체 RE100 달성 계획을 통해 공공과 기업 등 단위별 탄소중립 이행 방안을 밝혔다. 일관된 탄소중립 에너지정책과 지자체간 협력 강화로 재생에너지 보급에 소극적인 정부의 정책 전환을 유도하고, 경기도 자체 예산과 민간투자 지원을 통해 RE100 계획의 실행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차성수 국장은 “무엇보다 기후위기의 부담을 미래세대로 떠넘기지 않고, 정책 변동성을 낮춰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기조를 가꾸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특히 공공 RE100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경기 북부청사를 시작으로 도내 공공기관은 2026년까지 모두 RE100을 달성하고, 서해안벨트(총 발전량 3527MW)와 평화경제벨트(591MW)를 RE100 특구로 지정할 방침이다. 한편, 공유부지 전반에 대해서도 태양광 수용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차성수 국장은 “이를 위해 도 전체를 라이다로 촬영해 유휴부지 파악, 건물 단위의 탄소배출량을 자동 계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작 중”이라고 설명했다.

약 1년간 정책적 노력을 통해 전국 평균 태양광 신규 설비가 8% 감소하는 동안, 경기도는 홀로 18%(213MW) 증가했다.

더불어 제도 미비로 난행을 겪어온 산업단지 지붕태양광에 대한 솔루션도 마련 중이라는 설명이다. 차성수 국장은 “원활한 RE100 이행을 위해 도 산단 심의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신규 산단은 재생에너지 의무화할 계획”이라며 “기존 산단 역시 제도개선과 함께 가장 난점이던 금융지원에서도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지영승 한국RE100협의체 수석연구원은 한국 및 인접 국가 사이에 RE100 이행 비용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사진=김진후 기자.]

지영승 한국RE100협의체 수석연구원은 현재 어려움에 처한 국내 기업의 RE100 이행여건을 분석하고, 보급 확대 정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지영승 수석은 “한국은 북미나 유럽과 비교해 재생에너지 공급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재생에너지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RE100 이행 수단의 가격도 왜곡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거꾸로 말해 우리나라도 가격 하락을 유발할 보급 확대가 이어져, 다양한 이행수단을 활성화할 필요성이 크지 않을까”하고 반문했다.

지영승 수석에 따르면 국내 RE100 수요와 비교해 공급단에서는 2022년 기준 60TWh의 전력이 부족해 전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재생에너지 시장을 갖고 있다. 반면 이미 일본, 대만은 적극적인 공급책으로 이행수단 다각화와 이행률 제고를 이루고 있다. 이는 향후 국내 기업들의 통상 경쟁력 하락 또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거점 생산율이 더욱 높아져 국내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