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서 유니슨 대표 "中 밍양 부품수급 역량, 유니슨 품질관리 결합해 시너지 창출"
40주년 맞은 유니슨, 국내 최초 상업 풍력단지 개발 등 역량 보유 “활성화 직전 韓 해상풍력, 약한고리 '터빈 산업' 육성 시급” “시제품 개발에 천문학적 비용 소요, 테스트베드 확장도 필요” 밍양과 합작법인 추진, 재생E 보급도 경제적 합리성 추구해야
지난 1984년 설립된 유니슨이 올해로 창업 40주년을 맞았다. 소음진동 사업으로 시작한 유니슨은 지난 2005년부터 풍력사업에 뛰어든 산업의 선구자다. 유니슨은 지난 2005년 국내 최초의 산업용 풍력단지인 ‘경북영덕풍력발전단지’ 설계와 시공을 통해 역량을 인정받은 이후 지금까지 육상풍력 EPC와 풍력터빈 제조 등 국내 시장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쌓아 왔다. 그동안 육상풍력 위주로 발전해 왔던 국내 풍력 업계는 현재 변곡점을 맞고 있다. 육상풍력 대비 더 높은 리스크와 효율을 지닌 해상풍력 산업이 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앞선 기술을 추격하고 아시아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한다는 것이 한국 산업 앞에 놓인 숙제다. 이 쉽지 않은 목표 속에 유니슨은 최근 가장 돋보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약점인 대형 터빈 개발을 위해 과감한 투자와 국제 협력을 모색하고 있어서다. 박원서 유니슨 대표를 만나 국내 풍력산업과 공급망에 대해 물었다.
▲국내 풍력 산업 동향을 어떻게 보고 있나.
“현재 국내 풍력산업은 터지기 직전의 압력밥솥과 같다. 지난해 공급망 위기가 붉어지고 PF 금리가 전세계적으로 치솟아 사업이 어려웠다. 그러나 올 들어 금리가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좌초된 해상풍력 특별법 또한 올해 새 국회가 꾸려지면 빠르게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최근 금융권에서 기후펀드 2조원 구성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태양광 위주였던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이 풍력산업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시그널이 느껴진다. 이에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사업 환경은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니슨도 이에 맞춰 기회가 왔을 때 점프업 할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6MW 육상 풍력터빈을 개발하고 있고 해상풍력 터빈은 10MW 제품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다. 내년이면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또 밍양과 조인트벤처(JV)를 만들어 14MW급 대형 제품도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 풍력 공급망 중 터빈이 약한 고리로 꼽힌다. 다른 부품 대비 유독 터빈 기술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제품 개발은 기술개발 단계와 대량생산 단계로 구분된다. 이 중 제품 개발 단계가 리스크가 크다. 개발 소요기간이 2~3년 정도 걸리는 만큼 미래 시장이 어떻게 형성될지 예측해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 발전기가 대형화되면서 초기 R&D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750kV 터빈을 만들 때 50억원이 들었는데 2MW 터빈 개발에는 100억원이 소요됐다. 지금 개발하는 10MW 제품에는 70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그 다음 모델을 만드는 데는 1000억원 규모의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연구개발 비용이 드는 이유는 시제품을 제작할 때는 대량생산이 아니기 때문에 부품 조달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시제품을 만들어도 1년정도 시운전을 하며 KS 인증을 받아야 한다. 단순히 터빈만 만들면 되는 게 아니라 타워, 하부구조물 등을 현장에 옮겨서 시험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사비가 어마어마 하다. 신제품을 개발해 빠르게 판매가 이뤄지면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지만 국내 풍력 시장 상황이 지금까지 녹록지 않았다 보니 후속 R&D 재원이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에서 R&D 비용 지원이 이뤄지지만 이는 정말 최소한의 금액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개발 역량은 충분하지만 재원 조달이 어렵고 시장 영업전망이 불확실하다보니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상풍력 터빈 개발이 시급하다. 국가가 나서서 지원해 줘야 하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나.
“영국과 독일 등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국가가 미리 풍황이나 기타 조건들을 점검해 놓은 테스트베드를 여러 곳에 구축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 테스트베드는 전남 영광과 제주도에 하나씩 있다.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예산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충분히 예산 지원이 나오질 않는다. 또 시설도 충분치 않다. 산악지역이 많은 우리나라는 산지용 테스트베드가 갖춰줘야 한다고 본다. 평지지역에서 실험하면 산악지대의 난류를 테스트해 볼 기회가 없다. 뿐만 아니라 해상풍력용 터빈 실험 인프라도 확장이 필요하다. 현재 영광 테스트베드의 경우 해상에 2개의 터빈이 설치가 가능한데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 제품이 하나씩 실험될 예정이다. 추가로 신제품을 개발해 실험하려면 인프라 확장이 필요하다. 인프라 사용을 위한 예산지원과 시설 확대는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길 바라는 부분이다.”
▲한국은 유럽에 비해 바람이 약해 환경에 맞는 독자적인 터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 독자적인 터빈 모델이 필요한가.
“해외 사례와 비교할 때 기본적으로 2가지를 보면 된다. 첫 번째가 풍속이다. 일반화시켜서 비교하자면 유럽지역의 북해와 한국의 남해를 비교 했을 때 유럽의 바람은 8~9m/s인 반면 한국의 바람은 7~8m/s 정도로 풍속이 조금 더 느리다. 블레이드의 회전반경이 풍력에너지에 비례하는 만큼 한국의 터빈은 블레이드의 길이를 늘려야한다. 유럽은 풍속이 높으니 블레이드가 작아도 된다. 한국형 터빈이라면 이처럼 블레이드 길이를 조절한 모델일 것이다. 두 번째로 봐야하는 게 난류다. 평균풍속은 똑같아도 난류가 섞이면 발전 효율이 낮아진다. 난류는 진동성 바람을 뜻한다. 풍력발전기는 날개의 각도와 방향이 바람에 따라 조정되는데 이것을 계속 조정하면서 운전을 하다 보면 발전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육상은 특히 산악지역의 난류가 심해 이런 발전 손실이 생긴다. 다만 해상풍력은 바다가 평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난류가 없다. 해상풍력은 육상풍력보다 이용률이 더 높게 나온다.”
▲유니슨은 풍력 발전기 EPC 능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유니슨의 EPC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앞으로 커질 해상풍력 시장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유니슨은 국내에서 풍력발전의 역사와 궤를 같이했다고 자부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풍력단지인 경북영덕풍력발전단지를 지난 2005년 준공했다. 또 지난 2006년에는 98MW 규모 강원풍력발전단지를 준공했다. 두 현장 모두 유니슨이 설계와 EPC를 도맡았다. 유니슨은 풍력단지 개발팀을 운영하며 그동안 다양한 육상풍력 단지를 구축해 왔다. 이에 더해 빠르면 3월 말에서 4월 초 강원도 태백지역에 4.2MW 터빈 4개를 공급하는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뿐 아니라 제주도에서도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상풍력의 EPC 분야는 해저 지질 조사부터 하부구조물 설치 등 해상 공사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현재의 상태로는 직접 진출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건설 EPC 경험이 있는 회사 중에서도 해상풍력 EPC가 가능한 회사는 몇 군데 없다. 언젠가 해상풍력 EPC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지만 당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풍력 고정가격입찰제도 결과 중국산 터빈이 일부 현장에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국산 공급망 사용에 대한 의견은.
“세계 경제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봐야 한다. 이미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갖춰졌고 그 속에서 산업별로 국제적인 분업체계가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 산업은 그동안 자국산 보호를 통해 성공한 것이 아니라 국제 분업 생태계에서 경쟁력 있는 분야를 집중해 성공할 수 있었다. 저기술 저부가가치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해법이 아니다. 당장 기술력이 없는 분야에 있어선 외국에 좋은 기술력을 빌려오든, 끌어오든 힘을 기르는 것이 먼저다. 해상풍력 터빈의 경우 해외에 비해 국내 산업이 뒤쳐져 있다. 기술력만 가지고 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게 아니라 부품 공급망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단순 부품의 경우 중국에서 유통하고 내부에선 기술을 개발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유니슨이 중국 밍양과 JV 구성을 추진하는 등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JV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은.
“유니슨은 중국의 터빈 업체 밍양과 각 지분 55%, 45%의 합작법인 ‘유니슨-밍양에너지’ 설립을 추진중이다. 유니슨의 사천 공장 부지를 활용해 국내에 해상풍력 터빈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우선 밍양은 14MW 이상 초대형 풍력터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유니슨은 밍양의 기술력을 공유 받아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해외시장까지 노린다는 전략이다. 특히 밍양이 중국에서 가지고 있는 대형 공급망을 통해 제품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니슨은 1년에 터빈 30대를 만들지만 밍양은 1000대 이상을 만든다. 밍양의 부품 수급 역량을 빌려 가격은 낮추고 유니슨의 품질 점검 인프라를 활용해 품질 검사나 보증 시스템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국내에서 생산 조립, 품질 검사가 이뤄지는 만큼 기술 이전, 일자리 창출 등 산업 기여도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밍양도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국내 시장과 해외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만큼 이해관계가 맞았다. 저렴한 중국 공급망에 한국의 품질 보증이 이뤄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한국 풍력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신다면.
“정부는 ‘LCOE 낮추기’와 ‘국내 공급망 육성’이라는 두가지 목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만들까를 고민을 하고 있다. 비싼 국내 공급망을 사용하면 단기적으로 LCOE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라고 해서 정부가 비싼 값에 모두 구매해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과정도 경제적 합리성을 추구하면서 진행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내 공급망은 반드시 육성해야 한다. 우리 산업이 품질도 우수하고 가격도 저렴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어떻게 이 균형을 맞춰 나가는 지가 앞으로 국내 풍력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 확실한 것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해상풍력 만한 대안은 없다는 것이다. 민관이 풍력산업에 집중해 사회적 공감대를 빠르게 이끌어 내고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동의 움직임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