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잠식하는 中 WTIV...대당 수천억 수주기회, 운용경험 어쩌나

대우건설‧한국해양기술 중국 WTIV 용선 활용 추진 한화오션, 성동조선 등 기술 갖고 있지만 韓 시장 열악 “풍력시장 불확실성 고려하면 용선이 유리" 목소리도

2024-03-14     안상민 기자
한국해양기술이 중국 ZTT와 계약한 WTIV 종티안 39호. / 제공=한국해양기술

국내 해상풍력단지 시공 과정에 필요한 해상풍력전용설치선박(WTIV)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제조부터 운용 경험까지 수천억원에 달하는 기회비용을 송두리째 중국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WTIV를 비롯한 해상풍력 전용 선박이 국내 해상풍력 단지 시공 현상을 누빌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해양기술은 지난달 17일 중국 해저케이블 전문업체 ZTT와 WTIV 독점 운영권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최대 20MW 급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WTIV를 포함해 총 5척의 선박이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한국해양기술은 오는 4월부터 5척의 WTIV에 대한 임대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 1월 대우건설은 중국국영기업 CCCC Tianjin Dredging China와 WTIV 국내독점사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우건설은 최대 15MW급 터빈 설치가 가능한 ‘강항핑 5호’를 용선해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는 현장에 투입하고 또 재임대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강항핑 5호 조감도 / 제공=대우건설

그간 국내 해운 업계에서 걱정했던 중국 WTIV의 유입이 현실화된 것이다.  대당 수천억원에 달하는 WTIV 선박 발주 기회를 놓친 데다 선박 운용 경험까지 고스란히 중국에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해운 업계에서는 카보타지(Cabotage)를 적용해 중국 선박의 유입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카보타지란 세계 각국이 자국 해운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국의 항만과 항로를 오가는 선박을 자국 국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다. 우리나라는 선박법 제6조(불개항장에의 기항과 국내 각 항간에서의 운송금지)에 따라 한국 선박이 아닌 선박이 불개항장에 기항하거나 국내 각 항간에서 여객 또는 화물의 운송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조선사들이 이미 WTIV 설계 및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그 시장을 중국에 내줘야 한다는 점이 뼈 아픈 대목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까지 4척의 WTIV를 수주했으며 현재 2척의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이는 국내 조선사 중 가장 많은 WTIV 수주 실적이다. 최대 15MW 급 터빈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 한화오션 측 설명이다.

한화오션이 건조중인 WTIV 조감도. (제공=한화오션)

삼성중공업도 지난 2021년 국내 최초로 WTIV 독자모델을 개발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총 3척의 WTIV를 수주한 바 있다. 또 HSG성동조선은 국내 유일의 WTIV인 현대프론티어호를 건조했다. 현대프론티어호는 최대 10MW 급 터빈 설치가 가능하며 HSG성동조선에 따르면 회사는 최대 20MW급 터빈설치가 가능한 WTIV 설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지만 국내 해상풍력 시장은 WTIV 부재로 프로젝트 지연 등이 우려되고 있어 해외 WTIV 유입은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 풍력산업 전망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해운사들의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는 것보다 일단 중국 선박을 용선하는 것이 비용‧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WTIV를 발주한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프로젝트에 투입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것 보다 중국 선박을 용선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