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중국 ‘넷제로’ 독주…모듈 최저가 랠리
세계 태양광 시장 점유율 80% 넘어 탠덤 분야서도 성과…조 단위 투자 우드매켄지 “넷제로, 에너지전환 중국 없이 달성 불가능한 수준”
중국의 태양광 시장 ‘독주’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압도적인 원자재 생산망을 바탕으로 모듈가격 하향을 주도하는 한편, 해외수출과 내수를 아우르는 대규모 공급 ‘러시’가 향후 수년간 예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중국 없이 넷제로는 성립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 29일 ‘월간 태양광 이슈 리포트’에 따르면 2월 21일 기준 단결정 모듈가격은 PERC M10 규격의 경우 와트당 0.105달러, M12 규격은 0.111달러에 진입했다. N형 탑콘 역시 와트당 0.113달러 수준이다. 지난해만 해도 0.1달러 중반을 기록하던 수준에서 더욱 하락해 역대 최저점을 경신한 것이다.
이 같은 가격 하락은 중국이 공급망을 휘어잡고 있는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이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2022년 중반 kg당 40달러에 달했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해 10달러로 1/4 수준까지 급락했고, 지난 2월 21일 기준으로는 8.22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2023년 기준 중국 기업의 분야별 점유율은 ▲폴리실리콘 83% ▲웨이퍼 97% ▲셀 84% ▲모듈 77%다. 그나마 모듈 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하던 한국의 한화솔루션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1~3분기 중국 태양광 제조사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80%를 넘어섰다. 상위 10개 제조사 중 중국 본토 외 본사를 둔 제조사는 4개에 불과했다. 폴리실리콘은 GCL 등 중국 기업이 90.2%의 비중을 차지했고, 웨이퍼 부문은 론지와 종후안 2개 업체가 4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더해 차세대 태양광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는 탠덤 전지개발에 있어서도 중국의 추격과 추월이 발생하고 있다. 난징대학교는 0.05㎠ 너비의 올-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에서 29.1%의 초기 효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1위 기록을 경신한 수치다. 중국 내 주요 기업들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조 단위의 대규모 증설 투자계획까지 속속 내놓고 있다.
태양광 외에도 풍력 분야의 점유율은 70%를 넘어서고 있고, 배터리 부문 역시 최대 85%에 육박할 정도로 재생에너지 시장의 중국 의존도는 상당한 상황이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우드매켄지는 “현재 중국 없이는 2050년 넷제로와 글로벌 에너지전환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넷제로에 도달하기 위해선 지난해부터 2050년까지 총 29조달러(약 3경8689조원)의 투자가 필요한데, 중국 없이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추가로 6조달러(약 8000조원)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1분기에 주춤할 전망이긴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 203GW의 수출과 217GW 규모의 자국 내 설치량으로 고정적인 수요와 영업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며 “제조 경쟁력이 약화된 국내 태양광 산업은 국가전략산업화 등의 방안을 통해 기술 중심의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