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SK 수석부회장 "각형 배터리 개발 완료...원통형도 곧 나온다"

각형·원통형으로 배터리 폼팩터 포트폴리오 확대 단단하고 양산 유리한 각형부터... 폭스바겐·벤츠 등 수요 많아 "SK온 상장, 예상 힘드나 가능한 시기오면 되도록 빨리" 모빌리티-친환경 기술점검…도시락 점심으로 릴레이 회의 강행군

2024-01-12     오철 기자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LG전자 부스에서 관계자로부터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알파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제공=SK온)

파우치형 배터리만 공급했던 SK온이 각형, 원통형으로 폼팩터를 다각화하며 전기차 시장 대응에 나섰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10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각형 개발은 이미 완료됐고, 원통형도 고민하다가 개발을 (상당 수준까지) 했다”며 "양산 시점은 고객들이 원하는 시기에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수석부회장은 "고객마다 요구하는 사양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3가지 배터리 폼팩터(파우치형, 각형, 원통형)를 다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이 원통형과 파우치형, 삼성SDI가 각형과 원통형으로 2가지 이상의 배터리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운 것과 달리 SK온은 파우치형 배터리만 공급해 왔다.

이에 따라 SK온은 가장 많은 탑재량 비중을 차지하는 각형과 테슬라를 위시해 볼보, 리비안, 루시안 등이 채택하면서 고객사가 늘고 있는 원통형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고객사 확대에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각형 배터리는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폼팩터로, 삼성SDI, CATL, BYD 등 기업이 주력하는 배터리다. 배터리 전문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각형 배터리의 점유율은 49.2%로 파우치형(27.8%)이나 원통형(23%) 배터리에 크게 앞서고 있다.

SK온이 각형 배터리를 먼저 개발한 이유도 고객사 수요가 가장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스텔란티스, 볼보 등 완성차 업체가 채택하고 최근 폭스바겐그룹도 향후 2030년까지 각형 배터리 채택 비중을 80%로 높이겠다고 발표한 만큼, 향후 수요도 탄탄하다고 평가된다.

또한 각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캔을 외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강하고, 상대적으로 공정이 단순해 양산에도 유리하다. 최근에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모듈을 제거하고 셀을 곧장 팩에 탑재하는 방식(CTP, 셀투팩)과 셀을 직접 차체에 탑재하는 공법(CTC, 셀투샤시)이 늘어나 단단한 각형의 입지가 더 탄탄해지고 있다. 다만 네모난 형태 때문에 배터리가 서로 붙어있어 열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SK그룹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공=SK온)

SK온 4분기 흑자전환 전망에 대해서는 "자동차 시장 자체가 썩 좋지 않아서 원하는 만큼 많이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 뒤 "저희는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SK온 주식 상장 계획에 대해서 "금융 시장도 봐야 하고 우리도 준비해야 하는 등 지금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제한 뒤, "가능한 시기가 오면 되도록 빨리 하겠다"고 말했다.

CES 현장을 둘러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자동차, 배터리 관련 기술을 주로 봤는데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며 "인더스트리 자체가 빨리 변한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이날 이틀째 CES 현장을 방문해 여러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에는 주요 글로벌 기업 부스 투어, 오후에는 비즈니스 미팅에 각각 나섰다. 이틀간 오전에만 1만보 넘게 걸으며 부스를 관람한 뒤, 오후에는 도시락과 샌드위치 등으로 점심을 때우며 릴레이 회의를 이어갔다.

개막 첫날인 9일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이스라엘 자율주행 센서 업체 '모빌아이' 부스다. 모빌아이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업체로 인텔이 18조원에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초기버전 자율주행 칩을 설계한 것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이곳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우연히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정 회장과의 만남은 이날 두 차례 이뤄졌다. 정 회장이 SK그룹 부스 'SK원더랜드'를 방문해 최 수석부회장이 직접 맞이 하면서다. 최 수석부회장은 정 회장에게 SK그룹이 추진 중인 ‘넷제로’(Net Zero) 사업을 직접 소개하고 양사 간 협력 확대 의지를 다졌다.

이밖에 최 수석부회장은 미국 중장비 업체 '존디어'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두산, LG, 파나소닉, 삼성 등을 찾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최신 모빌리티 및 친환경 기술을 점검했다. 존디어의 전기 트랙터와 LG의 커넥티드 컨셉카에 직접 탑승하고, 현대차에서는 수소차와 전기차 성능을 질의하는 등 모빌리티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