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좌담] 향후 대형사업자 중심으로 시장 재편될 것...국내 업체 수출 경쟁력 있어
김성태 협회장, 화재 및 화물차 정책 때문에 올해 전기차 판매 부진 이상천 부문장, 향후에는 충전 데이터 관리 및 분석 서비스가 주목 황재곤 연구위원, 국내 업체, 미국 시장서 수혜 받을 가능성 높아
▶앞으로의 전기차 충전 시장 모습을 전망한다면.
▲김성태= 7~8년 전에 10개 미만이던 충전사업자(CPO) 수가 현재 3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경쟁이 치열해지니 힘들다는 소리가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게다가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기 때문에 수백 개의 CPO들이 살아남을 수도 없을 것 같다. 다시 10~20개 정도로 재편되리라고 본다. 결국은 충전기 설치할 땅을 많이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향후 그쪽에 많은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황재곤=앞으로 충전기 영업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향후의 성장은 자금력과 브랜드를 갖춘 대기업 계열 사업자들 중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GS의 지엔텔과 차지비 인수에서 볼 수 있듯이 대기업들의 시장진출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들에 대한 인수합병도 가속화되어 대형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높다.
▶우리나라 충전기 제조 업체들은 해외에서 경쟁력이 있나.
▲황재곤=현대 SK시그넷, 대영채비, 모던텍, EVSIS, 에바, 코스텔 등 충전기 제조사들의 해외 진출은 활발하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중국에 대한 공급망 배제 움직임 속에 충전 인프라 분야에서도 현지 공급 실적이 있거나 급속충전기 제조 역량이 있는 국내 업체가 미국 시장에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미국 현지에 제조공장을 건설하는 등의 투자와 준비는 필요하다. 충전기의 잦은 고장에 따른 이슈를 겪고 있는 해외의 CPO들 역시 믿을 수 있는 공급업체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내 업체들이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가지고 해외 업체들과 협업한다면 해외진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또한 향후 지속적인 시장 확대와 충전기 차별화를 위해서는 차지포인트, 블링크차징 등처럼 운영 및 유지보수 플랫폼 전반을 개발하고 이를 수출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상천=해외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은 고속 충전 기술과 스마트 충전 시스템 개발에서 강점이 두드러진다.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한국 충전기 제조업체들은 다양한 국가의 기술 표준과 규제에 적응하며, 글로벌 경쟁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확장은 한국 충전기 기술의 혁신과 발전을 촉진하며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중요한 역할을 강화할 것이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의 사후 서비스 문제와 품질 보증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문제들은 제품의 신뢰성과 브랜드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과 투자가 필요하다.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든 이유가 무엇인가.
▲황재곤=최근 전기차 판매량이 주춤한 데에는 고금리와 이자 비용의 부담, 얼리어답터 중심의 구매에서 대중의 구매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저가 차량의 출시 지연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장기 우상향 추세는 꺾이지 않았으며, 최근의 수요 부진은 단기 수요변동 사이클에 의한 것으로 생각한다. 단기적으로는 등락을 경험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것이 유럽 각국의 전기차 판매 데이터에서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김성태=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부진했던 이유로는 ‘화재’와 ‘잘못된 화물차 정책’을 꼽을 수 있다. 사실 전기차 화재 증가는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 교통청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비율은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비해 월등히 적다. 하지만 언론이 이를 자극적으로 보도하면서 전기차 화재에 대한 국민의 염려를 키워놓았다. 정부 부처는 이러한 국민들의 전기차 화재 불신을 상쇄시킬 수 있는 대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다음은 전기 화물차의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기 점령 문제다. 충전 속도가 느리고 주행거리도 짧은 전기화물차들이 예상보다 충전기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충전 불편이 심해졌다. 이는 전기화물차의 잘못은 아니다. 정부가 이런 부분을 예상하지 못하고 높은 보조금 및 영업용 번호판 등의 혜택을 주며 신중하지 못하게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 업계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이상천=충전 산업은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충전 속도를 높이고 충전소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또한 혁신적인 충전 기술 개발과 다양한 충전 솔루션 제공을 통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전기차 충전소의 유지보수와 사용자 편의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 충전 요금의 인하로 인한 고객 유치 한계를 더 이상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의 품질과 서비스 개선이 필수다.
▲김성태=보조금이 가장 우선시 되니 충전기 운영은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많다. 결국 시장이 커지면 충전기 사용료로 회사가 운영될 텐데 그걸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사용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CPO는 향후 분명하게 시장에서 퇴출당할 게 자명하다. 지금이라도 소비자에게 신뢰를 쌓아 가길 바란다.
▲황재곤=전기차 수요에 대해 정부나 충전 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충전 인프라 확충이라고 생각한다. 전기차 보급의 걸림돌로 부족한 충전 인프라가 꼽히고 있는 만큼, 충전 인프라를 신속히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다.
▶앞으로 주목되는 전기차 충전 비즈니스 모델은.
▲김성태=내년에는 PLC가 적용되는(화재예방) 완속충전기가 시장에 많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큰 차별화가 없던 완속충전기 시장도 업체마다 변별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모르겠지만 몇 년 뒤에는 PLC가 적용되는 완속충전기를 잘 만드는 제조사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규제가 막혀 있던 이동형 충전기 시장도 서서히 눈을 뜨게 될 것 같다. 출장 세차는 비싸지만 그만큼 편리하다는 인식이 있듯이 충전기가 없는 곳에 주차한 내 전기차에 이동형 충전기가 전기를 공급해 준다면 더 비싼 요금도 지불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규제가 심하고 업체들이 영세한 것이 약점이지만 분명히 ‘럭셔리 전기차’를 타는 사람들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황재곤=전기차는 움직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도가 높다. 충전기와 연계해 V2G 등에 대한 활용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현재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소를 수요자원으로써 활용하려는 시도가 여러 기업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충전 수익이 아닌 새로운 부가 수익을 창출한다는 차원에서 충전사업자들의 수요자원 시장 참여를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다.
미국 CPO들은 현재 대규모 적자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2025년 이후 충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전망에 따라 올해 충전기 이용률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 충전기 제조업체들의 고객이기도 한 미국 CPO들의 실적과 미국에서 충전사업이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를 내년에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천=향후에는 통합 충전 솔루션 제공, 스마트 충전 시스템, 그리고 충전 데이터 관리 및 분석 서비스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충전 경험을 제공하며 충전 인프라의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 모바일 충전 서비스와 같은 혁신적인 모델들도 중요한 역할을 할 거다. 장기적으로는 충전기 데이터를 활용한 프로젝트들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충전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의 충전 패턴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서비스와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