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 태양광 직생 규정, 개정까진 먼 산

중기부ㆍ유통센터, 직생 위반여부 조사 해 넘길 듯 중기부, "개정보단 객관적 자료 취합 우선" 신중입장 조달청 계약해지 촉발한 직생기준, 국회ㆍ업계는 "개정 서둘러야"

2023-12-12     김진후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고시로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 중인 직접생산 확인기준 중 태양광발전장치 관련 규정. /제공=중소기업유통센터

정부가 중소기업의 조달시장 참여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직접생산 확인기준’(이하 직생기준) 간소화를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최근 조달청이 태양광발전장치 제조기업 10곳을 대상으로 계약해지 등을 통보하면서 논란이 된 태양광 직생기준 개정 움직임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태양광발전장치 제조업체들에 대한 직생기준 위반 조사가 장기화되면서 단기간 내 기준 개정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직생기준 제도의 운영자인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유통센터 등은 태양광발전장치 우수조달업체 및 다수공급자계약(MAS) 업체 등에 대해 직접생산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당초 연내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던 조사기간은 그러나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조사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조사 대상업체가 명확히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사 주체인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전국 각지의 업체와 조사 일정을 조율해야 하고, 또 업체의 조달실적 등도 고려해 조사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대상 업체수를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기부는 통상 매년 4~6월 사이에 1회 직생기준을 개정하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태양광 직생기준의 경우 200여 우수조달업체, MAS 업체 등과의 의견조율과 함께 개정 고시공고를 위한 행정절차 등을 감안하면 개정 시기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업체들의 이견을 조율하고 조사 내용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직생기준이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기업들의 합의인 만큼 공청회 절차도 필요한 사안이라며 종합적인 판단 후에 태양광발전장치 직생기준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기부가 개정 여부를 판단할 객관적인 자료 취합이 우선이지, ‘개정방침을 정해놓고 조사와 의견수렴을 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태양광 직생기준은 구조물의 정의와 관련된 부분이다. 현행 직생기준은 태양광발전장치의 구조물 및 접속반에 대해 설계·가공·조립·배선·시험을 생산업체가 직접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달청은 이 기준을 토대로 지난 10월 우수조달업체 중 일부가 구조물 지지대를 외주 제작하거나 규격·원산지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10개사의 조달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조달청이 구조물의 정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사후대처 강도도 유례없이 강화해 사달이 났다고 의견을 모았다.

지난 10월 조달청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규정은 구조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정의하지 않은 상황인데, 조달청의 규정을 따르게 되면 중소 영세업체들이 보유한 설비로는 직접생산이 불가능하다조달청이 중기부와 중소기업을 위해서 일하는 기관이라면 해당 기준에 대해 중기부와 협의하고 기준을 바꾸는 게 우선이지, 이를 일방적으로 적용해 업체를 제재하는 것이 우선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전기조합도 중소기업유통센터에 태양광지지대구조물을 명확히 구분하고, 지지대의 전문업체 제작 의뢰 및 현장 여건에 맞는 가공·조립을 직접 수행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전달하기도 했다.

조달청은 국감이 이뤄진 10월 중 조사를 일시 중단했지만, 국감 종료 후 조사를 재개해 12월 현재까지도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앞선 10개 제재 업체의 사례처럼 계약해지 등 추가적인 법적 제재를 받은 업체는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한편 현행 직생기준은 올해 5월 개정됐으며, 개정 당시 태양광발전장치 직생기준에 대해서는 조달청 등 수요기관과 제조업체 모두 세부 규정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없어 개정 이전의 규정과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