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해상풍력 '소문난 잔치' 우려..일관된 제도‧인프라 공급 시급
한국과총, 29일 ‘해상풍력 무엇이 문제인가’ 포럼 개최 계획입지 담은 해상풍력 특별법 불발 등 문제 산적 '카보타지'로 해외 WTIV 용선 어려워, 특별법 마련 절실 “제도 및 인프라 부재, 정부 직접 나서야” 한목소리
지난 십여 년간 예열됐던 국내 해상풍력 산업이 자칫 소문난 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인프라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29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우리나라 해상풍력,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고 국내 해상풍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과총은 지난달 31일 ‘대한민국, WHY 해상풍력 필요한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 데 이어 이날 행사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과 신산업 잠재성이 큰 국내 해상풍력 산업이 왜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지 원인을 진단했다.
특히 이날 행사는 국가주도의 해상풍력 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해상풍력 특별법이 사실상 좌초된 것으로 알려진 직후라 의미를 더했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지난 22일 국회 상임위 소위에서 고배를 마셨으며 올해 국회 논의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초 계획된 국회 임시회에서 재논의를 기대해야 하지만 법안이 쟁점법안으로 분류된 만큼 상임위 통과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해상풍력 계획입지에 대한 개발사들의 수요는 여전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지난해까지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20GW가 넘지만 상업개시가 이뤄진 용량은 124MW에 그친다. 국가주도의 계획입지 제도가 마련되면 본격적인 국내 해상풍력 시장 개화의 효시가 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승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은 “해상풍력은 탄소중립 성장의 핵심으로 국내‧외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럽의 주요 선도국에 비해 산업 규모와 시장 발전 속도가 크게 뒤쳐져 있다”며 “체계적인 제도마련, 전력계통 시스템 구축, 인프라 구축 등 과학적인 해결책을 통해 우리나라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상풍력 지원 정책, 산업부가 유일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실장은 ‘한국 풍력발전 시장 정책과 산업육성’을 주제로 발표하며 진흥기관인 산업부와 달리 타 정부 기관들은 풍력 산업에 대한 규제 제도만 있을 뿐 지원제도는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부가 RPS 정책을 통해 재생에너지와 풍력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지만 타 기관들에서는 입지 적정성에 대한 규제만 가지고 있을 뿐 산업을 지원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해수부는 어민들이 어업권을 강조하며 공유수면 사용에 제동을 걸고 있고 국방부는 레이더 사용을 위해 풍력 발전기의 높이를 제한하는 등 타 기관들과의 협조가 어려운 이유를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입지와 높이가 제한되면 사업 경제성과 사업성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최 실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현장은 25GW 규모로 2032년까지 23GW 이상 준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발사들의 사업 개발 의지가 강한만큼 계획입지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인프라도 지적, 신속한 대응책 나와야
이어진 토론에서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카보타지(Cabotage)로 인해 해외 해상풍력설치특수선박(WTIV) 용선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WTIV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차질 없이 해외 선박을 용선하려면 특별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카보타지는 한 국가 안에서 연안해운업 보호를 위해 여객선과 상선의 운행 권리를 자국 선박에 독점 부여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선박법과 해운법에서 부산-광양, 인천-광양 구간을 제외한 외국적 선박의 항만 간 운송을 금지하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기 설치를 위해서는 항만 이용이 필수인데 해외 선박 이용이 제한될 경우 준공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WTIV가 부족한데 카보타지로 인해 해외 선박 용선도 불가능하면 해상풍력 개발사업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해외 선박의 항만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가하는 등 특별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또 성진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제도마련과 인프라를 확충해 산업 육성에 대한 시그널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 연구위원은 “해상풍력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주도의 계획입지를 실현하고 또 대국민 수용성과 계통을 확보하고 지원항만과 WTIV를 구축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과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 주무 부처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해 해상풍력 거버넌스를 만들고 정책을 일원화 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