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풍력 산업, 값싼 中 부품 ‘비상’
기후변화센터 17일 ‘해상풍력 활성화 방향’ 세미나 개최 중국산 터빈 가격 유럽 1/3 수준, 韓 시장 노려 中 기업, 한국 현지화로 ‘메이드인 차이나’ 명찰 뗀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풍력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빠른 국내 시장 육성과 기자재 공급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후변화센터는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에너지와공간, 해상에너지산업체포럼, 한국풍력산업협회와 함께 ‘해상풍력 활성화를 위한 산업 정책의 방향’ 세미나를 개최하고 국내 풍력 산업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연간 계획된 풍력설비 설치용량이 전세계 용량의 60%에 달하는 해상풍력 강국이다. 특히 거대한 자국 시장에서 성장한 중국 풍력 기자재 업체들은 최근 개화하기 시작한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자국 내 공급망 확보에 나섰으며 국내에서도 중국산 제품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국내 풍력 업계의 분석이다.
최정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 PD는 ‘글로벌 해상풍력 공급망과 국제무역규범 현황’을 주제로 발표하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부품이 글로벌 풍력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터빈은 유럽의 1/3 수준으로 이 가격 차이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의 나셀 조립 공장 동향을 살펴보면 육상풍력은 17개, 해상풍력은 47개 공장이 설치됐거나 설치될 전망이다. 중국 외 국가들의 나셀 공장을 모두 합쳐도 육상풍력은 2개, 해상풍력은 8개 불과해 글로벌 공급망이 중국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뿐만 아니라 글로벌 블레이드 공장 60%, 제너레이터 공장 65%, 기어박스 공장 75%도 중국에 설치돼 있다. 중국산 제품이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주요 원재료인 희토류의 경우 중국에서 전세계 채굴의 68%, 정련이 94%를 맡고 있다. 희토류는 발전기에 사용하는 주요 원재료다.
최 PD는 “미국과 유럽 등 국가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IRA, REPowerEU 등 무역장벽을 세우고 있다”며 “국내 풍력 업계는 먼저 안정적인 풍력 생태계를 구축해 시장을 육성한 후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은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과 단지개발의 현재’를 주제로 발표하며 자국의 거대한 해상풍력 물량을 토대로 성장한 중국 기업들이 한국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산둥반도에 위치한 엔타이시에서 대규모 해상풍력 보급이 계획된 우리나라 서해안 사업을 노린 해상풍력 배후항만 다수가 설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실장은 “중국 업체들은 다른 시장보다 한국시장에서 먼저 현지화를 이루고 자 한다”며 “한국에서 현지화를 통해 ‘메이드인 차이나’를 ‘메이드인 코리아’로 바꾸는 것이 그들의 오랜 전략”이라고 말했다.
또 김윤성 해상에너지산업체포럼 대표는 ‘해상풍력 발전을 위한 국가 산업정책 제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해상풍력이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해상풍력 보급이 재생에너지 보급이라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국한되며 산업육성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해상풍력 산업을 제조 산업의 관점에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14.3GW 규모의 해상풍력 설비용량을 설치할 계획인데 건설, 유지관리 등에서 수십조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고 수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가전략기술에 해상풍력을 포함시켜 국내 산업을 육성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행사를 주최한 기후변화센터의 김창섭 공동대표는 “해상풍력 산업은 국가 보조금을 비롯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소요되는 만큼 단순히 전기만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산업 생태계,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글로벌 산업의 지분 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동원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