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법 시행령 초안 윤곽…11월 이후 법제화 본격화

‘전원별 균형’ 강조…재생E·CHP·ESS ‘골고루’ ESS 경제성 확보 위해 의무설치량 ‘2배수’ 인정 주성관 교수 "수익모델 다각화가 제도 성패 좌우"

2023-10-30     김진후 기자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왼쪽 세 번째),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왼쪽 네 번째), 박상희 산업통상자원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 과장(오른쪽 네 번째), 주성관 고려대학교 교수(오른쪽 세 번째) 등 포럼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촬영=김진후 기자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법)이 내년 6월 시행 예정인 가운데 시행령의 대략적인 윤곽이 일부 공개됐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방전량의 2배수를 설치의무량으로 인정하는 한편 신규 분산전원 설치량의 일부를 재생에너지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또 지역별 전력 신사업을 육성할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은 내년 하반기 중 선정된다. 

박상희 산업통상자원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장은 지난 10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분산에너지 신사업 활성화 포럼’에서 “안정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제도 시행 초기 재생에너지, 열병합발전소(CHP), ESS 등 다양한 전원을 적재적소에 골고루 분산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우선 의무설치 대상은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20만MWh 이상인 공장·건축물이나 연면적 100만㎡ 이상의 개발사업자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울산시·울산테크노파크가 주관한 이날 포럼에는 박상희 과장과 주성관 고려대학교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전력시장의 미래상과 역할을 제시했다.

이날 박상희 과장은 초안 단계에 있는 분산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대략적인 윤곽을 공개했다. 특히 ESS 의무설치량 상향 인정을 통해 ESS 산업 활성화와 함께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의 방안을 제시했다.

박 과장은 “전력소비량의 일정 비율을 신규 분산전원 설치로 충당해야 하는 의무설치제도에서 주목할 부분은 ESS의 역할”이라며 “현재로선 ESS 분야는 경제성·사업성이 낮은 상황이지만 설치량(방전량)의 2배수를 의무설치량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통해 관련 보급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전체 설치의무량의 10~20%는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할당했다. 현재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보급 확대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지만 분산법 시행에 따라 국면 전환이 이뤄질 수 있을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울산·제주 등 각 지자체의 관심이 높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은 이르면 내년 11월 중 선정된다.

박상희 과장은 “현재 전력시장은 장점만큼 보완할 점도 뚜렷한 구조이고, 이를 새로운 제도로 풀어가자는 것이 특구제도”라며 “다만 현재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특구 내 전기판매가 금지돼 있어 이를 완화 및 해지할 특례가 필요하다. 산업부는 이를 통해 해당 지역에서 전력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시행령 등 하위법안 초안에 대해 11월 중 산업부 내 협의를 진행하고, 내년 3월까지 관련부처 협의,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4월 중 최종적인 제정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어 발제를 진행한 주성관 고려대 교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의 관건으로 수익성 확보를 꼽았다. 다양한 수익모델을 설정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에 제도의 성패가 달렸다는 주장이다.

주 교수는 “분산에너지 사업은 전력거래단가(SMP)와 한전의 소매요금 사이의 지점으로 책정될 전망이지만, 한전의 역마진 판매구조를 보면 단순 전력판매만으로 경제성을 확보하긴 쉽지 않다”며, “전력을 판매하는 종합발전소(VPP)는 물론 도매시장형 VPP와 ESS를 한데 결합해 수익을 최적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ESS를 중앙계약시장에 포함할 경우 출력제어 용량요금(CP) 보상과 보조서비스 등을 추가 수익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 교수는 “미국에선 ESS 등 분산자원을 전력망 투자로 대체하면서도 망의 역할을 하는 ‘망 자원’으로 분류하고, 송전망 요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며 “ESS가 가진 주파수 조정·피크저감 등도 용도별 수익으로 연결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을 주최한 권명호 의원은 “분산전원은 지금까지 주민수용성·사회적 갈등 등 지속하기 어려운 대규모 송전망 체계에 대한 대안으로 유효하게 고려되고 있다”며 “계통안정화와 전기요금 차등화 등으로 기업과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만큼, 울산을 필두로 성공적인 분산에너지 비즈니스 모델이 제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정유·자동차 등 기업별 솔루션도 ‘톡톡’

이날 포럼에선 SK에너지·현대자동차·그리드위즈·아린티코리아 등 기업 관계자들이 나서 각사가 추진 중인 분산에너지 솔루션과 추진 방향을 공유했다. 

첫 패널로 나선 김영수 SK에너지 팀장은 탄소중립과 ESG 경영의 실천방안으로 분산에너지를 반영한 ‘전기화’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했다.

김영수 팀장은 “SK에너지는 2050년 이전 716만t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를 위해 이미 2년 전부터 ▲에너지원 전환(석유→전기)과 함께 분산에너지와 직결된 ▲친환경 발전 ▲그리드 비즈 사업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이중 친환경 발전은 소형 가스엔진 발전시스템을 골자로 한다. 김영수 팀장은 “현재 단지 내 실증 중인 9.4MW급 모델을 최대 400MW급으로 확대하면, 열을 포함한 에너지 효율을 75%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제작사와 협력해 오직 수소로만 운전하는 설비용량 130~400MW의 블루수소 전소 터빈과, SK에너지가 투자한 소형모듈원전(SMR)사 테라파워 등을 통해 울산콤플렉스(CLX)의 탄소중립과 RE100을 달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영수 팀장은 “다만 수소연료만으로는 경제성 확보가 불가능해, 잉여전력 판매와 청정수소 발전보조금, 장기 수소 공급방안, 한전 전력망 확충 등의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리드비즈 사업의 경우 SK에너지가 보유한 전력망 운영팀을 자산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김영수 팀장은 “전력을 많이 쓰는 업종인 만큼, 발전기와 계통망을 아우르는 시공·유지보수·운영 특화 인력과 조직을 기업 내에서 양성하고 있다”며, “향후 분산법과 관련해 산업체의 역할이 커진다면 더욱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에선 전기차의 잉여전력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V2G(Vehicle to Grid)’ 사업안을 제시했다. 2030년엔 전국적으로 총 253GWh의 배터리 용량을 가진 362만대의 전기차가 36.2GW의 V2G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다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도 병행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뒤를 이었다. 

김유환 현대자동차 팀장은 “현행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선 2036년까지 총 20.85GW의 유연성 자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비용효율 측면에서 볼 때 ESS 투자비는 MWh당 4억원인 반면, V2G는 그 10분의 1인 4000만원 수준이다. 이를 변동성 대응자원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일반 EV보유자와 충전사업자의 개별 충전기 설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김유환 팀장은 관련 설비 설치 시 보조금 지급을 검토해 원활한 대응자원 확충이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또, V2G 내 전력을 실시간 시장과 소규모 중개시장, VPP 및 소매시장 등에 직접 판매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복안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