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해지된 태양광 업체, 조달청 '소명과정 허술`강압적 조사' 문제제기
조달청 사후 대처·조사과정 ‘권한 남용’ 논란 이어져 유동수 의원도 조달청 국감서 청장에게 직접 지적 조달청, "업체들의 일방 주장에 불과, 현재 조사 진행 中"
#최근 조달청으로부터 직접생산(이하 직생) 위반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태양광발전장치 제조·시공업체의 A 대표는 앞으로 수개월간 불어닥칠 여파에 “정신이 아득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아직 부정당업자 제재가 확정되지 않았고, 직생 위반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음에도 부적격 업체라는 ‘낙인’이 씌워졌기 때문이다.
태양광발전장치를 제조하는 국내 중소기업 다수가 직생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 조치를 당한 가운데 그 정당성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는 특히 조사 과정 및 위반행위 처리 등 법 집행 과정에서 조달청이 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이달 초 계약해지를 진행했던 태양광발전장치 우수조달업체 10개사에 대한 부정당업자 제재 여부를 확정할 청문회를 열 방침이다. 부정당업자란 입찰・계약 과정이나 계약이행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업자를 뜻한다. 사안에 따라 적게는 5개월에서 많게는 2년 이하의 기간 동안 정부가 발주하는 사업의 입찰 참여가 제한된다.
하지만 이번에 계약이 해지된 태양광 설비사업자들은 이번 제재에서 계약해지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위반 여부가 명확히 소명되지 않았음에도 계약해지가 지나치게 긴급하게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조사를 받은 업체 A 대표는 “조달청 조사관들은 조사 종료 후 항목별로 조사 결과에 대해 동의・비동의 여부를 묻는다. 비동의 시 추가적인 소명 절차를 거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이번 조사에선 분명 비동의 의사를 밝혔음에도 소명도 없이 곧바로 계약해지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계약해지 후 최소한의 방어권을 주지 않는 실태도 문제로 지목됐다. 그나마 부정당업자 제재는 부정당업자 지정 후에도 효력정지 가처분 행정소송을 거쳐 추가 수주활동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
반면 계약해지 문제는 민사소송을 통해 적정 여부가 가려지더라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 가까운 기간이 소요된다. 그동안 업계 평판이 악화돼 수주활동을 하지 못한 기업은 소송을 진행할 여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또 다른 계약해지 업체의 B 대표는 “이미 조달우수제품 지정취소, 업체당 십수억원의 계약보증금 국고환수와 함께 각 수요기관에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알리는 공문이 보내졌다”며 “여타 사업이 연쇄적으로 계약에 차질을 빚을 경우 당장 회사 자금회전이 어려워져 몇 달 내 도산할 가능성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직생 규정 위반을 판단하는 조사 과정도 ‘황당무계’했다는 지적이다.
태양광 설비업체 B 대표는 “추석 연휴 이틀 전 5명의 조사관이 도착해 ‘당장 하던 일에서 손 떼라’, ‘관련 서류 제공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형사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조달청의 강압적인 조사와 사후처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 출석한 김윤상 조달청장에게 “조달사업법 제21조3항에 따르면 불공정조달행위 조사는 최소한에서 이뤄져야 하고, 남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번 태양광 직생 위반 조사는 조사원의 강압적 조사와 연휴·공휴일 직전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윤상 조달청장은 “조사 과정에서 강압적이거나 불법적인 조사는 없다고 보고받았다”고 반박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강압적 조사와 위반 재확인 여부에 대한 문제제기는 업체들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입장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직생을 빌미로 국내 업체들을 제재하고 있지만, 실상은 직생의 목표인 태양광 산업의 자립기반을 흔들고 있다”며 “우수업체들의 역량이 줄어들면 결국 가격과 기술력을 거머쥔 중국산 제품만 좋은 꼴을 시켜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