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장주기 BESS 중앙계약시장은 ‘진검승부’ 전초전
전력거래소, BESS 경쟁입찰 공고...11월 입찰서 평가 예정 육지 확대 앞두고 시장선점 가능, 사업성도 예상보다 높을 듯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G전자 등이 관심 있는 듯
제주도에 개설된 BESS 중앙계약시장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범사업 이후 육지까지 확장될 ESS사업 전쟁의 ‘전초전’ 성격을 띄고 있어서다.
최근 전력거래소는 ‘2023년 제주 장주기 BESS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 공고’를 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증가로 전력이 불안정해지는 제주도에 백업 설비를 도입해 계통을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또한 저탄소 전원 발전 비중 확대와 연료비 급등 등 전력시장의 외부 환경 변화에 맞춰 국내 구조도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번 시장 개설은 이를 위한 본격적인 시범사업으로 평가된다.
새로운 시장의 등장에 우선 ESS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ESS 사업은 계속된 화재사고 이후 침체에 빠져있던 데다 과거 무분별한 보급정책으로 오히려 계통에 방해가 되고 돈벌이 수단에만 악용되는 등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시장 개설로 본래 용도인 계통안정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0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총 160MW/830MWh의 설치가 예상되는 가운데 우선 이번 입찰에는 65MW/260MWh 용량이 공고됐으며, ESS는 재생에너지 수용성 및 계통 운영 효율성 향상을 위해 동·서 지역에 이원화돼 설치된다.
사실 공고 이전까지 업계에선 투자 대비 리스크가 클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배터리 가격 하락과 더불어 육지 시장 확대 이전에 시장 선점을 위한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한 ESS 업계 관계자는 “15년 장기계약과 보증기간 등으로 처음엔 사업성에 의문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출력제한 행정소송 등으로 이에 대한 보상 반영도 예측되고, 육지 시장으로 확대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돼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사업 참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여기에 화재 등 안전성 문제와 더불어 배터리 보증수명(End of Life, EOL) 등이 본격적으로 평가에 포함되며 설비도 커져 대규모 사업이 예상된다.
‘저가 경쟁’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이번 시장의 특징 중 하나다. 주민수용성과 산업경제기여도 등 비가격적 평가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15년 장기계약에 최소 규모까지 규정돼 불안정한 중소기업보다는 중견·대기업의 참여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 기업은 최근 한전 사업 등이 실적이 있어 굳이 손해를 보고 사업에 뛰어들 확률은 낮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ESS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도 “입찰 최소 단위와 15년 계약은 사실상 중소기업이 참여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며 “중소기업들은 차라리 전력시장 개편 이후 제주 전력 입찰 시장 등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이번 사업에는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G전자 등이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 ESS 업계 관계자는 “입찰 마감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운영 패널티 리스크까지 꼼꼼히 고려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업은 이달 18일부터 10월 27일까지 입찰공고 및 접수를 받고 11월 입찰서 평가를 한다. 11월 말에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하고, 발전사업허가 취득 이후에 계약을 체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