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비 오르고 제도마저 발목, 해상풍력 잇따른 악재에 '한숨'

국내외서 비용 상승으로 해상풍력 프로젝트 잇달아 중단 강화된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기약 없는 '풍촉법' 통과 어쩌나 "탄소중립 위한 제도적 지원과 발전사업자 적극 참여 필요"

2023-08-15     안상민 기자
프랑스 생나제르 해상풍력 발전단지. 사진=연합뉴스

차세대 에너지원이자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 국내 해상풍력 산업이 급격히 오른 건설·시공비용과 미흡한 제도적 지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외 외신에 따르면 전 세계 물가 상승으로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비용이 상승하면서 해외 곳곳에서 해상풍력 사업이 중단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가 상승뿐 아니라 대규모 자금이 투자되는 사업 특성상 이자 부담도 개발업체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치솟은 시공비로 인해 해상풍력 사업에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전남 영광에서 365MW 규모로 추진 중이던 ‘영광 낙월해상풍력 발전단지’ 사업은 계획대로라면 올해 상반기에 착공해 내년 12월 준공이 목표였으나 공사비 인상으로 기약 없이 중단된 상태다. 당초 계획했던 공사비 보다 사업비가 2000억원 가까이 상승하면서 하부구조물, 터빈, 설계 관련 업체가 하나둘 철수했고 사업주체인 서부발전마저도 490억원 규모의 출자를 철회했다. 이처럼 건설시공 비용 부담이 급격히 오르며 다른 현장에서도 사업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해상풍력 구조물의 주요 원자재인 철강과 구리 등은 지난 2020년 대비 30~50% 가량 오른 이후 가격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인해 인건비 또한 크게 오르며 가파른 시공비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국내에는 풍력 산업의 역사가 짧고 진행된 사업 규모가 크지 않아 관련 기술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또 최근 차갑게 돌아선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향한 정부 시선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발전사업 인허가 요건과 풍력자원 계측기 기준을 강화하는 ‘발전사업 세부허가기준 등에 관한 고시(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된 고시에 따르면 해상풍력 사업 참여를 위한 사업자의 자기자본 비율이 10%에 15%로 상향됐고, 전체 사업비의 1% 해당하는 최소 납입자본금 기준이 신설됐다.

눈여겨봐야할 점은 최소 납입자본금 기준 신설이다. 일반적으로 해상풍력 사업은 현장수주를 위해 특수목적합작법인(SPC)를 구성해 참여하는데 500MW 사업의 경우 1MW 당 60억원을 적용해 통상 3조원의 총사업비가 발생한다.  따라서 개정안에 따라 SPC는 최소 300억원의 자본금이 있어야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SPC를 구성하면 합작법인이기 때문에 자본금 회수가 어려워 현장을 따내지 못할 경우 SPC에 참여한 사업자의 대규모 자금이 묶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사업자가 사업 수주에 신중하고 소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게다가 지연되고 있는 ‘해상풍력촉진특별법(풍촉법)’도 불안요소다. 국회에 발의된 풍력산업 관련 3개 법안의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를 병합심사가 늦어지며 업계에선 자칫 풍촉법 통과가 기약 없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9월 정기국회 이전에 법안이 소위 심사 및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 4월 총선과 맞물려 국회의 관심도가 떨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국내 해상풍력 산업이 기대와는 달리 탄력을 받지 못하며 오히려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해상풍력 사업의 확장과 정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발전사업자의 적극적인 사업 참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