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장벽’ 된 환경규제…몸값 높아진 ‘ESG 전문인력’

ESG 경영 수행 애로사항…‘인력 수급’ 대기업-중기 간 인력수급 불균형 심화

2023-02-23     오유진 기자
ESG 개념도.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위기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친환경 정책 기조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ESG 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인력 확보와 이에 따른 비용부담 등은 경영 전략 수정에 나선 기업들의 발목을 붙잡는 모양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국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한 각종 환경 규제를 추진하면서 ESG 경영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 가장 중요한 이슈로 ‘E(환경)’를 꼽으며, 올해 ESG 경영 규모를 지난해 수준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위기’에도 ESG 경영 확대에 나서고 있는 배경은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친환경 정책 기조가 이어지며, 관련 규제들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최근 EU는 기존의 비재무 보고 지침(NFRD)에서 제공되는 비재무 정보가 비교 가능성·신뢰성·연관성이 부족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계속되자 이를 보완한 ‘EU 기업 지속 가능성 보고 지침(CSRD)’을 발표했다.

강화된 ESG 공시 의무지침인 CSRD는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뿐 아니라 협력사 등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롯해 노동, 인권 보장 관련 내용까지 공개해야 한다. 문제는 이르면 내년부터 국내 수출기업에도 이 지침이 적용돼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재무적 요소 공시범위를 확대·의무화하는 글로벌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기업의 ESG 정보에 대한 요구가 강화된다. 그 일환으로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대해 ESG 공시가 의무화되고, 2030년에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상장사로 적용 범위가 확대된다.

이처럼 ESG 경영 확대는 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ESG 전문인력 모시기에 나서며, 업계 전반에서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ESG 주요 현안과 정책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ESG 경영 추진 관련 기업애로로 비용부담(58.3%)과 내부 전문인력 부족(53.0%)을 꼽았다.

현재 기업들은 ESG 경영 실천을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 탄소배출 제로 등을 주요 과제로 선정하는 등 친환경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삼성과 SK, LG 등 주요 그룹에서는 ESG 전략·공시, 환경 분야의 전문인력 채용에 힘쓰고 있지만 원활한 인력수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 암울하다. 중소기업 중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투입하거나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을뿐더러, 여력을 갖춘다 해도 대기업과의 우수 인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인력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공기관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목록(인벤토리) 총괄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역시 젊은 인재들이 수도권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 상대적으로 양질의 인력을 수급하는데 어려움이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ESG 경영 성과가 기업의 명운을 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기업 간 경쟁이 향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기업들이 환경규제로 인한 무역장벽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정부의 더욱 세분화된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