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형 신속 암 조기진단 센서 기술
별도의 분석 과정 없이 전립선암과 췌장암 검사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
인간의 뇌와 유사한 시냅스와 뉴런으로 구성

금속 3D프린팅 펜 적층제조 원천기술
3차원 공간서 금속을 자유롭게 연속적으로 프린팅

한국재료연구원(KIMS, 이하 재료연)이 2023년 한 해를 R&D성과 가시화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연구성과가 연구실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국민 실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성과확산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여기에 창원 진해구에 조성하고 있는 극한소재 실증연구단지를 계기로 해외에 의존 중인 기술의 국산화를 이뤄내고자 한다. 이에 재료연의 상반기 우수 연구성과를 살펴본다.

◆현장형 신속 암 조기진단 센서 기술 개발

소변 내 대사체 광신호 증폭을 위한 스트립 형 소변 센서 개발 및 현장 암 진단 기술 모식도
소변 내 대사체 광신호 증폭을 위한 스트립 형 소변 센서 개발 및 현장 암 진단 기술 모식도

나노표면재료연구본부 정호상 박사 연구팀이 포스텍(POSTECH) 노준석 교수, 경희대 의과대학 최삼진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소변 내 대사체의 광신호를 증폭할 수 있는 스트립 형 소변 센서를 개발하고 현장에서 암을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

본 기술은 검사가 필요한 시점에 소변을 소량(10uL)으로 용적한 후 빛을 조사하는 것만으로 별도의 분석 과정 없이 전립선암과 췌장암을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이다. 검사기기는 스트립 형으로 제작해 현장에서 신속 고감도로 암을 진단한다.

연구팀은 암 환자와 정상인 소변 내에 존재하는 대사체 구성성분의 차이에 주목했다. 체내 암세포가 증식하면 비정상적인 물질대사로 인해 정상인과 다른 대사체를 소변으로 분비하게 된다. 기존 기술은 이의 진단에 고가의 큰 장비가 필요해 현장 적용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다공성 종이 위에 산호초 모양의 플라즈모닉 나노소재를 형성해 소변 내 대사체 성분의 광신호를 10억 배 이상 증폭하는 표면증강라만산란 센서를 개발했다. 센서에 소변을 용적하고 빛을 조사하면 암 대사체 신호가 센서 표면에서 증폭되어 암을 진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획득한 분광 신호를 인공지능 기반 분석법을 통해 정상인과 전립선암, 췌장암 환자를 99%까지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사용되는 다수의 암 진단기술은 혈액검사 또는 영상의학을 이용해 암의 존재를 찾고 조직검사를 통해 암을 진단한다. 많은 이가 매년 건강검진을 통해 암 발생 여부를 추적하고자 노력하지만, 암을 늦게 발견해 치료가 늦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특히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정기 검진을 받기 어려워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 발견하는 때도 잦다.

해당 기술은 누구나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생체시료인 소변을 사용한다. 이는 소변을 이용한 새로운 암 진단법, 현장형 신속 암 환자 스크리닝, 암 환자 치료 후 재발 모니터링 기술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스트립 형 센서의 생산가격이 개당 100원 이하이기 때문에 대량 검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결과는 바이오센서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바이오센서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에 최근 게재됐다. 현재 연구팀은 전립선암, 췌장암을 시작으로, 대장암, 폐암 환자의 소변을 분석해 진단 가능한 암의 종류를 점차 늘려가는 중이다.

◆고집적, 고신뢰성의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 세계 최초 개발

배터리 소재를 접목한 고집적, 고신뢰성의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 모식도
배터리 소재를 접목한 고집적, 고신뢰성의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 모식도
리튬이온 소재를 박막화한 고집적의 3단자 기반 소자 사진과 손글씨 패턴 정확도
리튬이온 소재를 박막화한 고집적의 3단자 기반 소자 사진과 손글씨 패턴 정확도

 나노표면재료연구본부 김용훈, 권정대 박사 연구팀은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이온을 박막화해 고집적, 고신뢰성을 가진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를 세계 최초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본 기술은 최근 주목받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리튬이온’을 초박막화해 이를 2차원 나노소재와 접목함으로써, 고집적이 가능하면서도 고신뢰성을 가진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 핵심 소자 제조기술이다.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는 인간의 뇌와 유사하게 시냅스와 뉴런으로 구성된다. 이때 정보처리와 저장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시냅스 소자의 개발이 필수이다. 시냅스 소자는 인간의 뇌와 유사하게 뉴런의 신호를 받아 시냅스 가중치(연결 강도)를 다양하게 변조해 정보의 처리와 기억을 동시에 수행하는 특징을 가진다. 특히 시냅스 가중치의 선형성과 대칭성을 만족하면 다양한 패턴인식을 손쉽게 저전력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연구는 주로 이종(異種) 물질의 계면 사이에 전하 트랩을 이용하거나 산소 이온 등을 이용해 시냅스 가중치를 조절했다. 하지만 이 경우 외부전계에 따라 이온의 이동을 원하는 대로 조절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리튬이온의 외부전계에 따른 이동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박막화 공정개발을 통해 고집적 인공지능 반도체 소자를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수십 나노미터 두께의 박막화로 웨이퍼 스케일의 두께 조절과 미세패턴 공정이 가능해 기존 반도체 공정에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일반적인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진공 스퍼터링(Vacuum Sputtering) 증착 방식을 이용해 리튬이온의 박막화에 성공했다. 이때 증착되는 리튬이온 박막의 두께는 100나노미터 이하 수준이다. 이후 반도체 공정을 통해 트랜지스터 형태의 소자를 실리콘 웨이퍼 기판상에 만들고, 외부에서 전계를 가하면 전하를 띤 리튬 박막 안의 리튬이온이 가역적으로 움직여 채널의 전도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이렇게 개발된 시냅스 소자를 이용해 인공신경망 학습패턴을 구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손글씨 이미지 패턴인식을 학습했다. 제작된 인공지능 반도체 소자는 미세하게 조절되는 시냅스 가중치 특성을 500회 이상의 반복되는 전계에도 유지함으로써, 약 96.77%라는 손글씨 패턴 인식률을 보였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에이씨에스 에이엠아이(ACS AMI,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에 최근 게재됐다. 현재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저전력 인공지능 디바이스 및 웨어러블 엣징 디바이스에 적용해 지능형 웨어러블 디바이스 분야에 관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금속 3D프린팅 펜 적층제조 원천기술 개발

어드밴스트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2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린 연구성과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2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린 연구성과 

재료안전평가본부 송상우, 김찬규, 서강명 박사 연구팀이 창원대 기계공학부 조영태, 김석 교수 연구팀 및 한국기계연구원 부산기계기술연구센터 조대원 박사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용접기법을 사용하는 금속 3D프린팅 과정에서 용융금속의 부피를 제어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3차원 공간에서 금속을 자유롭게 연속적으로 프린팅할 수 있는 금속 3D프린팅 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의 기술은 3차원 공간에서 용접토치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금속을 자유롭게 연속적으로 적층제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레이저를 사용하는 기존의 금속 3D프린팅과 비교해 장비 구축 비용이 저렴하고, 상용 용접재료를 사용해 빠르게 적층제조할 수 있어 경제성까지 갖췄다.

용접기법을 사용하는 금속 적층제조는 한 층씩 쌓아가는 제한된 공정이기 때문에 복잡한 구조물을 구현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는 용융금속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완전히 응고된 후 후속층을 적층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냉각 시간이 필요하고 적층할 수 있는 조건이 아래 보기로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용융금속의 표면장력과 대류·전도에 따라 응고되는 부피를 전산해석으로 계산해 정밀하게 제어했다. 또 수평·수직·경사·오버헤드 등 모든 조건에서 금속 적층제조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완전히 응고되기 전에 액상에서 연속적으로 적층하기 때문에 제조시간이 단축되고 층간 경계가 없으며 치밀한 미세조직을 형성해 우수한 기계적 물성을 가진다.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어드밴스트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2월호에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현재 연구팀은 원전, 방산 분야의 고부가가치 기계·부품 적층제조를 위한 후속 연구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