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대한 논의는 오랜 기간 꾸준히 문제 제기가 이루어졌지만, 최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 등이 심각해지면서 단순한 기후변화 문제를 넘어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글로벌 위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2019년 9월 뉴욕에서 개최된 기후 정상회의에서도 ‘당장 행동해야 할 시간(Time for Action)’을 핵심의제로 삼고, 국제사회가 합심하여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이에 많은 국가들이 탄소중립을 법제화하거나 정책 목표를 선언하였고, 우리나라 역시 2020년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2021년 9월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면서 본격적인 탄소중립 2050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실효적 변화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존재하였고, 현 정부에서는 작년 7월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강화,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통한 튼튼한 에너지 시스템 구현을 목표로 에너지정책에 대한 노력을 촉구한 바 있다.

이러한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얻고 탄소중립 2050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에너지 분야의 디지털 전환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즉 데이터, 클라우드, AI 등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이 에너지의 생산ㆍ저장ㆍ유통ㆍ소비 등 생태계 전반의 변화와 혁신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고려할 수 있는데, 먼저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 에너지 효율화는 에너지관리시스템과 수요관리 기술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홈, 스마트공장과 같이 우리들의 생활환경에서의 에너지 소비와 관련된 다양한 부문에 적용된다. 이를 통해 각 도메인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실시간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로 스페인 전력회사 Iberdrola는 양방향 통신을 적용해 고객이 스스로 전력 소비를 제어하고 수요 반응에 따른 실시간 요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을 활용해 수요자의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가장 효율적인 전력 사용법을 제안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전력이 데이터에 기반한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기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최적의 에너지 효율을 유지하고 소비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디지털 전력체계를 구축하고 지능형원격검침인프라(AMI) 등 AI·빅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다음으로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는 운영 중 별도의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탄소배출 저감에 있어 가장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태생적 기술 특성에 따른 계통 불안전성과 수요ㆍ공급 관리 불균형 등 여러 단점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자원으로 활용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했고, 이러한 문제점을 완화시키기 위해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관련해서 독일 전력기업 E.ON은 배터리 없이 태양광 발전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플랫폼인 SolarCloud를 개발하여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겨울에도 태양광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극복한 바 있다.

이처럼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에너지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20년 국가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에서 OECD 37개 국가 중 37위로 최하위에 머물렀으며, 글로벌 재생에너지 커뮤니티인 REN21이 발표한 2020년 G20 국가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순위에서도 19위를 기록하는 등 에너지정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에너지정책에 정부와 특정 기업만이 아닌 국가 공동체 전반의 참여와 노력을 촉구해야 한다. 특히, 현 정부가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만큼 에너지 분야에서도 디지털 우선 전략을 토대로 데이터에 기반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플랫폼 참여를 한전이나 발전회사 중심으로만 구성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에너지 분야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책의 기획, 사업의 추진 및 평가 등 모든 정책 과정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가 더해진다면, 2050 탄소중립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