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해체 필두로 세계 원전해체 선점 위해 강 드라이브

우리나라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40년 간의 가동을 멈추고 지난 2017년 영구 정지됐다. 정부는 올해 고리 1호기 해체를 시작으로 세계 원전해체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40년 간의 가동을 멈추고 지난 2017년 영구 정지됐다. 정부는 올해 고리 1호기 해체를 시작으로 세계 원전해체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7년 6월 우리나라 첫 원전인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가 올해 본격 해체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들이 원전해체 산업 육성을 위한 작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전 세계적으로 건설된 원전 600여기 가운데 현재까지 해체된 원전은 단 21기에 불과하다. 정부는 고리 1호기 해체를 계기로 원전해체 기술 고도화를 통해 원전 전 주기 기술력을 구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세계적으로 걸음마 단계인 원전해체 산업에서 과연 한국이 어떠한 역할을 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해체 비용 건설 대비 20~30% 수준…세계 해체시장 2145년까지 462조원 규모

고리 1호기는 이르면 올 5월부터 해체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진다. 한수원은 2017년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이후 지난해 5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해체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으로 해체승인 신청 후 인허가심사엔 약 2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부터 해체 작업이 본격화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원전해체에는 통상 15년 정도가 걸린다. 사용후핵연료 반출 등에 5년, 비(非)방사성 시설 철거와 방사성 시설 제염·해체 등에 8년, 이후 부지 복원에 2년이 소요된다. 해체 절차는 대개 사용후핵연료 냉각 및 반출→제염·해체→비방사성시설 철거→폐기물처리시설 구축→방사성시설 철거→부지 복원 순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고리 1호기는 2037년 말께에 완전하게 해체가 마무리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해체를 위한 비용은 원전 건설 비용 대비 약 20~30% 수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국내에서 원전 1기를 건설하는데 약 5조5000억원의 비용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해체에는 약 1조6000억원 이상, 방사설 폐기물 처분과 사용후 핵연료 관리 등을 감안하면 2조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원전해체는 세계적으로도 미래 산업군으로 부상한 분위기다.

삼일회계법인이 세계 원전해체 시장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글로벌 원전해체 시장규모는 2145년까지 462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2020년대 후반부터 초기 원전 도입국을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으로 개화기(~2030년대 초)에 70조원, 성장기(~2050년대 초) 108조원, 성숙기(~2080년대 말) 169조원, 쇠퇴기(~2145년 초) 115조원 등이다.

2022년 12월 기준으로 전 세계 운영원전은 422기, 영구정지 원전은 204기에 달한다. 이 가운데 미국(16시), 독일(3기), 일본(1기), 스위스(1기) 등 4개국만이 원전 해체를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건설 중인 원전이 57기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추후 해체 물량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전망이다.

원전 해체는 미국, 독일, 일본, 스위스 등 4개국에서 이뤄졌지만 실질적으로 원전 해체 작업을 수행한 국가는 미국 에너지솔루션, 영국 AMEC, 독일 짐켈캄프(Siempelkamp), 프랑스 오라노(Orano) 등이다.

이들은 향후 축적된 실적 및 기술을 활용해 세계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체종합기업은 건설·정비·운영·폐기물 처리 등 기존 원전 분야 경쟁력을 기반으로 해체 분야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국내 원전해체 기술 선진국 대비 83% 수준…2030년 1억 달러 수주 목표

원전해체에 있어 방사능 제염 작업과 해체, 폐기물처리 등 고도의 기술력은 필수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원전 해체 관련 기술수준은 정량적으로 선진국 대비 약 82% 정도다. 세부적으로 설계·인허가 89%, 제염 76%, 해체 81%, 폐기물처리 73%, 부지복원 74% 등이다. 선진국을 넘어설 정도는 아니지만 고리 1호기를 자체 해체할 수 있는 기술 수준에는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는 해체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은 상황이라 전문기업 인증, 금융 지원, 기술 실검증 체계 등의 제도적 기반도 아직 미흡하다. 해체분야 인력양성은 산업계 중심으로 현장·단기 교육 인력이 확대 중이며, 선도국가와의 원전해체 협력도 강화하고 있는 단계다.

이에 정부와 산업계는 글로벌 원전해체 시장 진출에 대비한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전해체 기술을 고도화하고 원전 전주기 기술력을 완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3482억원을 투입해 원전해체산업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기술을 고도화하고, 중수로 해체기술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미 확보한 기술을 중심으로 오는 2030년까지 기존 자립화 기술을 고도화하고 상용화를 위한 실증기술 개발․경험 축적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세계 최초로 중수로 상용로 원전해체 고유 기술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수로 해체 상용화 기술확보를 위한 정부 R&D(7개 과제, 503억원) 및 중장기 해체기술 개발 위한 한수원 R&D(4개 과제 130억원) 추진하고 해체 사업관리, 해체 엔지니어링, 특성평가 등 본격적인 중수로 해체 이전에 확보가 필요한 기술을 확보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또 4차 산업혁명 기반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융·복합 해체기술도 개발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디지털트윈 기반 원전해체 플랫폼 구축으로 안전한 국내 사업 수행 및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력을 확보한다. 기술이 확보되면 세계최초 중수로형 상용 원전해체(월성1호기)에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적용할 방침이다.

여기에 원전해체 현장에서 원격 자율형 로봇 개발 및 적용을 통해 안전성 제고, 비용 절감 및 해체 최적화를 달성한다. 가상현실 기술과 향상된 계산능력을 이용해 실시간 원격 로봇 제어를 목표로 인간·기계 협동 원격해체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정부는 글로벌 해체시장 진출 기반도 적극 조성해 나가는 한편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원전해체 기술, IT 융·복합기술, 해체 실적(track record) 및 국제협력을 토대로 해외 진출 3단계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원전해체 시장에서 1억 달러를 수주한다는 목표다.

해체사업의 기간이 길고 불연속적임을 고려해 기술 개발, 인력양성, 산업 육성 전략 등을 포괄하는 ‘원전해체 기본계획’ 수립 추진한다.

기본계획에는 시장 전망, 지원방안, 제도 개선 등을 구체화해 해체 산업 지원 방향의 예측가능성을 제고, 장기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해체분야 기술․장비에 특화된 인증제도를 구체화 해 원전해체연구소(원해연)의 실·검증을 통해 인증서 발급을 추진하고 원전해체 기업에 대한 지원 및 관련 분야 전문성 및 기술 신뢰성 제고를 위해 전문기업 확인제도도 신설한다.

해체사업 희망 기업의 기술을 원해연이 평가하고 전문기업에 해외 진출 컨소시엄 등 참여 기회도 제공한다.

정부는 국내 초기시장 형성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기업의 실적(Track-Record) 확보 및 해체사업의 연속성 제고도 추진한다.

본격적 원전해체 이전이라도 원전해체폐기물 종합처리시설 조기 착공 및 상용화 해체장치 제작의 조기 발주를 추진하고,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대·중기 컨소시엄을 구축해 해외사업 진입 장벽을 낮추고, 해외 진출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원전해체 인력 양성을 통해 원전해체 생태계 전반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한편 해외 전문인력과의 교류 촉진을 유도한다.

또한 지난 10월 착공한 원해연을 수출 컨설팅 기능을 함께 갖춘 종합 플랫폼으로 확장시키고 대량의 해체 폐기물 관리에 대한 안전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해체폐기물 분석 인프라도 구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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