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종 교수 “한전의 문제가 곧 한국 경제의 문제로 전이될 수 있다.”
“유럽시장의 실패는 개방 탓 아니라 무리한 에너지전환”
박호정 교수 “톱다운식 공기업 시스템 한계…미래 위한 기회비용 버려”
“다양한 위기 눈앞…전기요금 논의하고 있는 한국 답답”

사진=윤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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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이어지는 에너지위기로 인해 우리 전력·에너지 시장도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원인도 각양각색이다. 시장의 구조와 제도, 전기요금 등 다양한 곳에서 부작용이 불거지다보니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할지를 찾는 것부터가 난제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그러나 최근의 에너지위기는 1~2년의 단기적인 문제가 아닌, 수년 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우리 정부가 정책 방향을 올바르게 잡고, 산업계를 적극적으로 리드해야 할 시기라는 얘기다.

이에 본지는 국내 전력·에너지 분야를 대표하는 경제학자와 위기의 에너지 문제 해법을 찾아보고,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며 경쟁력 있는 전력에너지 분야 정책 방향에 대한 해법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유희덕 국장(이하 유희덕): 새정부가 들어서고 6개월 정도가 지났다. 정부 정책이나 에너지 위기 대응 측면에서 잘한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이하 조홍종): 2023년 국제 에너지비용이 많이 올랐는데 정부 대응이 유연하지 못했다. 당장 에너지 요금이 제대로 정상화되지 않아서 생기는 부작용들이 너무 많다. 가격 시그널이 소비자나 기업들에게 전달이 안되니까 결국은 값비싼 자원인 전기와 천연가스를 낭비하고 있다.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는 미래 세대와 미래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것은 경제 전반에 대한 문제로 확산되고 있고, 금융시장의 위기 상황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박호정 고려대학교 교수(이하 박호정): 각 국가별로 거의 똑같은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뀐 데다가 해외에서 비롯된 여러가지 충격이 추가되면서 굉장히 복합적이고 유니크한 상황이 됐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국정과제로 볼 때 민간의 역량을 많이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자원개발이나 에너지신산업 활성화 등 방향성에서는 옳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조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전기요금이나 에너지 인플레는 이번 정부 초기에 충분한 시그널을 줬다면 지금 더 여유있는 포지션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유희덕 : 자연스럽게 요금 얘기로 넘어갔는데, 지금 한전은 채권발행을 통해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이게 언제까지 가능할지 걱정이다. 또 돌려막기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요금 인상밖에 없을 텐데 급격하게 요금을 올리는 것도 부작용은 분명히 있을 거다. 근본적인 방법은 없나.

조홍종: 전기요금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사용한 만큼 내야한다. 자기부담자 원칙에 의한 비용지불이 원칙이다. 한전은 채권을 발행해서 적자를 매꿔야 하는데 채권 발행은 곧 이자가 붙어서 현재 내가 사용하지 않은 비용까지 부담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물가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는 하나 채권 발행을 통한 부작용들이 이제 미래 세대에게 넘어갈 수 있다.한전의 문제가 채권만 있는 게 아니다. 기업어음(CP)도 있고 채권에 외평채도 포함됐다. 은행 채무까지도 포함된다. 한전이 올해 상반기에 거의 75조원 이상의 부채를 떠안게 될 것으로 본다. 이제 채권 발행을 또 해야되는 상황이 도래했을 때는 채무 상환 연장, 중소기업 채권은 발행도 어려워진다. 이때 고금리의 가산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오는 6월까지 롤오버되는 사채 시장 금액이 68조원이다. 이때부터 중소기업 자금이 롤오버를 할 때 고금리나 채권 발행의 어려움 등이 한전의 문제에서 시작될 수 있다. 한전의 문제가 한전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금융 시스템에 대한 리스크로 전이, 한국 경제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 올해 금융위기 상황 정도로 국제 경제가 좋지 않으면 복합적인 위기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조홍종 교수와 박호정 교수가 우리나라의 현 에너지시장의 문제와 해법, 2023년 전망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윤대원 기자
 조홍종 교수와 박호정 교수가 우리나라의 현 에너지시장의 문제와 해법, 2023년 전망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윤대원 기자

박호정: 한전이 병을 얻었다. 문제는 이게 자신의 어떤 취약점이라든지 또는 관리 소홀에 의해서 된 게 아니라 정책의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다. 지금 상황은 한전이 채권 발행과 같은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너무 아프니까 채권 발행이라는 위약이라도 줘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게 진정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지금 전기요금을 갖고 이렇게 논의하는 것 자체를 좀 안타깝다고 본다. 이미 지금 세계 경제가 프렌드 쇼어링(동맹국과 공급망 구축)이라든지 블록경제, 패권경제 등으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우리도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치열한 논쟁이 필요한 시기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까지도 전기요금을 갖고 얘기하고 있는 거다. 한전의 전기요금 문제가 발생하게 된 여러 가지 이유도 무리한 에너지전환 정책 등이 배경이 됐다. 근데 지금 이제 대승적으로 드러난 이 전기요금 부분 갖고 이야기를 하면서, 장기적인 경제 성장 등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안타깝다. 전기요금은 어느 정도 국민들도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

▶유희덕: 한전의 적자 가운데 농사용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 등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편적인 복지 측면에서도 봐야겠지만 전기요금에 대한 체계도 개선돼야 하지 않나.

조홍종: 이번에 농사용 같은 경우는 정률이 아니라 정액으로 올렸다. 40원 정도였던 농사용 전기요금을 20원 정액으로 올렸다. 40% 정도로 인상폭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불만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농사용 쪽에서도 바우처 등을 통해 산업 보호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산업이 경제에 기여하는 바대로 요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각자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에야 값 싼 전기를 쓰는 것이 좋아 보이지만 결국 그게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저해하는 형태가 된다. 이런 현상이 생긴 문제는 전 정권에서 탈원전과 탈석탄을 진행하면서 전원믹스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게 나누면 우리에게 석탄과 가스, 원전, 재생에너지의 발전원이 있는데 그 중에 두 가지는 거의 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줬다. 이 상황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우리는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됐다. 2020년도만 해도 에너지 가격이 정말 저렴했다. 그러나 우리는 탄소중립을 향해 간다는 이유로 천연가스에 대한 장기계약을 제대로 체결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중국은 4개의 계약을 맺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 일변도로 정책 드라이브를 걸다보니 계통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점이 전기요금 인상의 근본적인 원인인데 한전법을 부결시킨 쪽은 이런 이야기는 안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전기요금 상승의 원인이 누구 때문인지를 한번씩은 돌이켜봐야 한다. 무리한 에너지 전환 정책 그리고 NDC 같은 과도한 목표 설정으로 인해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엄청난 낭비, 논쟁거리 등에 대해 돌아봐야 할 때다.

▶유희덕: 그렇다면 재생에너지 확대 일변도 정책이 현재 위기의 원인인가.

박호정: 과거 녹색성장 정책에서 이미 우리가 경험한 재생에너지의 과오를 다시 답습하고 있다. 그때도 재생에너지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아니라 설치산업 위주로 정책이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외국에서 값싼 제품을 가져와서 보조금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형태였다. 재생에너지는 물론 초기 시장에 보조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보조금이 지배적인 성격이 되면 안되고 산업육성 정책으로 추진되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의 물량 목표에만 치중하게 되면 국내 산업 성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다시 해외서 제품을 가져온다는 얘기다. 탄소중립은 1~2년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수십 년을 준비해야 하는 일인 만큼 우리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 같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때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방향설정이 적절했다고 본다. 9차 전기본보다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소폭 올라갔지만 2030년 NDC 대비해서는 크게 낮아졌다. 이제는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생태계의 건전성과 계통 확보 등을 고민해야 한다. 당장 지난해 말 한파 때도 태양광 발전이 제 역할을 못했다. 유럽도 최근 화이트아웃 경고가 뜨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기후위기론자들이 말하는 2050년의 기후위기에서는 태양광과 풍력의 변동성이 극심할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IPCC를 갖고 분석한 자료를 보면 표준 편차가 2배 이상 증가한다. 앞으로 2050년에는 높은 기상 변동성 탓에 정작 필요할 때에 재생에너지의 전기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의 육성과 함께 강건한  형태로  추진할 수 있는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유희덕: 10차 전기본에서 잡은 2030년 21%라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나.

박호정: 사실은 우리가 노력을 최대한 해야 하는 파트다. 구태의연하게 OECD 기준을 본다고 해도 우리가 재생에너지 비중이 작다고 한다. 앞으로 WTO 체제 이후 저탄소를 주로 하는 탄소무역라운드가 선진국의 무역분쟁이 될 것이다.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는 우리가 목표로 노력을 해야 하는 부분인 것은 맞다. 그러나 당장의 이슈는 재생에너지가 들어온다고 할지라도 계통이 들어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전도 입지문제도 그렇고 추가로 계통을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이 쉽지 않다.

▶유희덕: 한전의 재무위기가 망 투자를 못 하게 하는 게 아닌가.

조홍종: 계통 부족에 따른 후유증이 곧 드러날 것이다. 당장 원전이 들어서도 수도권까지 올라올 방법이 없다. 서해안, 남해안에 깔린 재생에너지가 주요 수요지인 수도권까지 올라올 방법은 광주·대전·천안 거쳐서 올라와야 하는데 송전망 건설에 대한 수용성을 담보할 수 있나. 재생에너지에 대한 설비확충 뿐만아니라 계통을 연결할 수 있는 수용성 대안을 생각했어야 한다. 과학적·경제적이면서도 민주적인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이 비즈니스가 이뤄져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증가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도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도 해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를 보면 뻔히 우리가 앞으로 가야 될 문제들이 드러나지 않나. 어쩔 수 없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너무 많을 때는 출력제어를 하고 부족할 때는 다른 발전원이 발전을 해서 백업을 해줘야 한다. 또 어딘가로 연결해야 하는 비용이 든다. 20년 30년 뒤에는 이제 남해안 지역은 대부분 인구가 없을 거다. 이때 발생하는 재생에너지 폐기물은 누가 책임을 지고 비용은 누가 감당해야 할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재생에너지도 자기가 담당해야 될 사회적 비용을 당연히 낼 각오를 하고 들어오게 해야 한다. 원전에게도 석탄에게도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나. 시민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친환경 교육이 중요한데 친환경은 공짜가 아니라는 교육을 꼭 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 세대들이 이 부담을 어떻게 나눠 가질지 합의를 이룰 수 있지 않겠나.

박호정: 한전은 재무 상황이 좋지않다. 실질적인 전기요금 인상없이 한전 부채발 위기가 어느 수위를 넘게 되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야하는 건 그 재정을 성장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더 좋은 일에 쓸 수 있는 것인데,  그러지 못함으로써 천문학적인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50년 무렵 예상되는 인구절벽과 재정절벽에 대비해 많은 국가와 기업과 가계는 많은 자본을 축적해 두어야 한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고 정부 재정을 투입하면 당연히 전기요금은 안정적일 것이다. 시민들 눈에는 그게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결국은 우리가 더 좋은데 재정을 써서 후세대에 물려줘야 할 성장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2050년쯤 돼서 인구절벽, 재정절벽 등이 동시에 발생할 때 그 부채가 돌아올 것이다. 상상만해도 심각한 이런 문제를 지금부터 해소해 나가야 한다.

▶유희덕: 어설프게 대응하면 한전 문제로 인한 후유증이 어마어마해질 수도 있겠다.

박호정: 다른 모든 게 좋았던 평시라고 해도 한전의 부채는 심각한 거다. 그런데 지금 여러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시그널, 금융시장 경색에 한전부채발 금융위기까지 오면 퍼펙트스톰인거다.

조홍종: 한전의 부채를 바라보는 여러 측면이 있는데 유럽사례를 보며 시장의 실패라고 보는 분들이 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걸 두고 시장개방에 의한 가격 폭등 탓에 유럽이 전력판매회사를 재국유화한다고 보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 보지 않는다. 유럽은 국가 주도의 무모한 전환 정책을 펼쳐 실패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전의 구조적 문제는 오히려 시장을 열어줘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전이 가진 능력과 재무적 구조나 공기업이 갖는 한계로는 계통문제에 대한 해결이 요원하다. 오히려 민간에게도 전력망을 깔게 하고 기부체납을 받거나, 협력을 구해서 계통을 빨리 확대해야 한다. 한전도 살고 전력시장이 사는 길이다. 계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전에 책임소재가 제일 먼저 제기될 것이다. 우리 공기업 구조가 문제를 갖는 원인은 정치권에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 부채를 늘리지 않으려다 보니 공기업 채권을 발행케 했다. 그러면 국가 부채는 적어 보이지 않나. 이렇게 망가진 공기업이 한두 개가 아니다. 언제든 공기업을 도구로 삼아서 정책을 실현하고 부채는 공기업이 떠맡는 구조라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게 망가진 공기업이 한두개가 아냐. 이건 끊어내고 전문가에 맡겨야 할 영역이다. 정치와 공기업의 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시장 정상화 안된다. 공기업을 수단이나 도구로 사용하는 일이 반복되면 시장 구조 개편이 안 된다.

박호정: 전력시장의 규모는 어느나라든 굉장히 크다. 우리나라도 보면 한 해 한전의 도매전력구입비만 해도 1년에 100조원 정도 된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 볼 때는 유럽의 움직임도 단편적이거나 표피적이다. 국유화 측면으로 검토하는 건 상당히 다각도로 견제해야 한다. 최근 EU가 천연가스 가격에 상한을 두기로 했는데, 당장 ICE거래소가 유럽의 대표적인 천연가스 거래 허브인 네덜란드 TTF를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선포했다. 정치권과 시장이 다르게 반응한다는 얘기다. 이번에 동절기를 앞두고 유럽의 많은 국가가 가스 비축량 95%를 채웠는데, 이게 정책이 잘돼서냐고 물으면 아니다. 가격 시그널을 보고 물량이 움직인 거다. 분권화된 EU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치권에서의 탑다운식 의사결정이 있으면 시장에서의 반대 작용과 카운터 액션과 그 액션 다음의 리액션을 통해 오차를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중앙집권화 된  탑다운 방식인데 정책 목표가  주어지면 시장은  추종하는 식이다. 분권화된 경제 시스템에서는 오차가 수정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탑다운 시스템에서는 의사결정자들의 오차가 시장에서 증폭된다.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천연가스, 석유, 전략광물 자원의 가격과 계약 구조가 그 어느때 보다도 높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노출된 상황에서  탑다운방식의 의사결정기구에서 신속 유연하게  관리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얘기다. 또한 판매시장 다원화를 민영화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유희덕: 그렇다면 우리시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조홍종: 우리가 NDC를 만들고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수립했는데 반쪽짜리다. 사실상 전력시장은 전체 에너지 최종소비단에서 50%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1차 에너지인 원유, 천연가스, 석탄, 재생에서 열과 전기로 산업, 수송, 가정 등에서 이용하는 최종에너지소비로 이어짐. 여기서 전기를 만들어서 이용되는 부분은 50% 정도이고 나머지 50%는 열에너지이다. 그리고 전기 효율은 35%에 불과하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열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탈석탄이니 탈원전이니 하는 것들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작은 이야기다. 이런 좁은 스코프를 갖고는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 중국이 석탄을 연간 50억t을 쓰고 있고 올해도 석탄이 또 늘어났다. 천연가스는 더 많이 쓰고 있고 전쟁을 통해서 발생되는 CO2는 계산도 안되는 게 사실이다. 글로벌한 센스에서 정말 지구온난화를 막고자 하는 것이라면 전반적인 점검을 다해가면서 가야 한다. 이렇게 반쪽짜리도 안 되는 걸 갖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인 논쟁은 가치가 없다. 에너지와 함께 우리나라 산업과 국제 경쟁력 등 큰 그림을 봤으면 좋겠다. 

▶유희덕: 2023년 에너지시장 전망을 한다면.

박호정: EU나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계속해서 저탄소 쪽으로 정책 제도와 산업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이들은 계통상 에너지믹스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국가적으로는 에너지전환에 성공했다고 주장할 지라도 실질적으로 여러 에너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덴마크는 탈 원자력 선언 이후에  동유럽의 석탄발전에서 수입하는 식이다.  미국도, 중국도 모든 에너지믹스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이들은  재생에너지 역시 자국 기술과 노동력 중심으로 투자확대 중이다. 이들이 재생에너지 연계 PPA 등을 통해 산업을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게 되면 무역 라운드에서 우리는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저탄소에 대해 우리가 마냥 거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2023년은 국제시장에서 굉장한 격동기가 펼쳐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탄소의 비교 우위가 있는 국가들이 블록과 패권 경쟁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는 기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가 근시안적으로 수급 문제 해소를 위해 재래식 방식에만 매달리고 탄소중립은 또 외면하면 오판일 수 있다. 우리 것을 갖춰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조홍종: 올해는 가격 인상요인보다 경기침체 요인이 더 많을 것이다. 러시아가 지난해 1~6월 유럽에 넘긴 물량이 있는데 올해 전쟁이 계속되고 작년에 넘어간 물량이 유럽으로 안 넘어가면 유럽은 비축이 끝나고 2월부터 다시 비축을 시작해야 한다. LNG 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할거란 얘기다. 인플레이션과 회복을 반복하는 게 우리에게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박호정: 우리에게도 심한 타격이 올거다. 미국은 실업률 3%만 넘어도 난리 난다는데 우리는 올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까 어쨌든 자원을 보유하고 산업의 전후방 연관 효과를 통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가 있는 나라에서는 어떻게든 버틸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내부 요인에 더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수출 위축, 금융시장, 부동산 시장, 가계부채, D3 수준의 국가 부채까지 상당한 문제가 겹쳐 있다. 

조홍종: 정책이 오로지 환경만 중요하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에게 닥치고 있는 금융위기와 고용위기, 글로벌 경쟁과 정치적 지형의 변화 등 정치·경제학적으로 국제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이 그냥 목표만 찍어버렸다. 그걸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은 굉장히 무의미한 상황이다. 국제사회도 못 지키고 있다. 독일이 40%씩 석탄화력을 가동하고 있고 영국이 10년 만에 석탄 광산을 개발하기로 했다. 우리도 그런 걸 생각해서 조금 더 유연하게 경제 구조를 바꾸고 목표를 생각했어야 됐다. 목표가 말이 안됐기 때문에 더 무리한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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