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욱 현대차-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장 발언 파장
"삼성종기원 개발 기술 실온에서 구동 못하는 문제 있다"
LG엔솔·SK온 배터리 개발자도 "상용화 쉽지 않아" 평가
박철완 교수 "전고체 중심 차세대 전략은 잘못, 중국만 이득"

지난달 23일 열린 제3회 무역산업포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대응' 행사에서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유튜브 캡처
지난달 23일 열린 제3회 무역산업포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대응' 행사에서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유튜브 캡처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최대 단점인 화재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주행거리까지 대폭 향상시킴으로써 '차세대 배터리'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많은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고 이르면 2026년 상용화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 잇따라 회의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술개발도 쉽지 않지만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이 계속 향상되고 있어 결국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가 예상보다 훨씬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무역센터에서 열린 제3회 무역산업포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대응' 행사에서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아직 상용화 고비를 못 넘었다"며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최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를 꿈의 배터리라고 과장해서 표현하고 있는데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기본적 내구성 지표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며 "2년 반전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해 1000사이클(충방전)을 보고해 전세계 관심을 받았는데,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실온에서 구동이 잘 안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의 발언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가 현대차그룹-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센터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주 목표로 설립했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내재화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 2021년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의 안정성과 주행거리, 충전시간 개선 등을 위해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 양산하고 2027년 양산 준비, 2030년 본격 양산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2021년 7월 미국 전고체 배터리 업체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에 1억달러 지분 투자를 했으며, 11월에는 미국의 또 다른 전고체 배터리 업체인 팩토리얼에너지와 전략적 투자를 포함한 공동개발협약(JDA)을 맺었다.

미국 전고체 배터리 스타트업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의 후 치차오 CEO가 자사 제품의 성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솔리드에너지시스템 트위터
미국 전고체 배터리 스타트업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의 후 치차오 CEO가 자사 제품의 성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솔리드에너지시스템 트위터

 

최 교수의 발언이 현대차그룹의 공식 입장은 아니겠지만, 그의 임무를 감안하면 현대차그룹 역시 전고체 배터리에 회의적 평가가 있음을 추정할 만하다.

사실 배터리 개발자와 전문가 사이에서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회의적 평가는 계속 있어 왔다. 

지난해 6월 인터배터리 컨퍼런스에서 이존하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개발센터장은 “2030년 이전까지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가능성을 낮게 본다”며 이후에도 현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술개발이 꾸준히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가 힘들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인 바 있다.

또한 올해 11월 1일 배터리산업의날 행사에서 산업포장을 받은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셀선행개발센터장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소재 개발 중요성을 강조하며 "생각보다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개발 및 상용화가 쉽지 않다"며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전략적 유연성'이 무슨 뜻인지 묻는 기자 질문에 "더 이상 언급하기 힘들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업계에서는 김 센터장의 '전략적 유연성' 뜻이 상용화 목표연도를 정해 놓지 말고 실제 상용화 기술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중심으로 발전전략을 짜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이차전지 산업 혁신전략' 발표를 통해 2026년까지 차량용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산업부는 배터리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2030년까지 1조원의 정부 R&D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안전성이 높다는 전제조차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가 화재가 나지 않고 안전하다는 것 자체가 이론적으로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차세대전지 성장동력 사업단 기술 총괄 간사,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초대 센터장을 역임했다.

박 교수는 "차량 및 전기에너지 저장장치 사고 때 셀 내부 구성이 밖으로 터져 나오는 물리적 파괴가 수반될 때는 충전도가 높을수록 대량의 금속리튬 및 여타 부품이 수계 소화제와 만날 때 화재에 이어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며 "그나마 안전한 것은 리튬이온 전고체 이차전지인데, 이는 에너지밀도가 낮아 경쟁력이 없다. 연구단계의 고성능 이차전지 기술 중에도 리튬이온 이차전지 대비 안전도와 성능을 넘어서는 기술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지금은 이차전지 업황이 워낙 좋아 우리도 그 효과를 보고 있지만, 전고체 배터리 중심의 잘못된 차세대 배터리 전략으로 가져간다면 업황의 과실 대부분을 중국 배터리 산업이 가져가게 돼 우리가 어디까지 밀릴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홀딩스와 주식회사 정관의 합작사인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이 경남 양산에 연산 24t 규모의 고체전해질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 설비를 구축 중이며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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