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롯데건설 870억 유상 참여 및 5000억 단기자금 대여
일진머티리얼즈 2조7000억 인수, 해외공장 건설로 추가 투자
부채율 52% 건전하지만 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올해 적자 전망

롯데케미칼 충남 대산 공장.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충남 대산 공장.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2조7000억원에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소재사업 승부수를 띄웠지만, 결과적으로 시기가 좋지 못했다. 가뜩이나 무리한 인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강원도 레고랜드발 신용경색 영향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주가는 코로나19 태풍이 몰아친 2020년 3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25일 코스피 시장에서 롯데케미칼의 종가는 전날보다 1.35% 떨어진 14만6500원을 기록했다. 지난 9월 30일 14만1000원보다는 약간 높지만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던 2020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의 주가 하락은 자회사 롯데건설 때문이다. 지난 18일 롯데건설은 운영자금 2000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신주 171만4634주를 발생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지분 43.79%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증자에 870억원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롯데케미칼은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롯데건설에 내년 1월 18일까지 단기자금 5000억원을 6.39% 이율로 금전대여한다고 공시했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채권 약 2000억원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발표하자 부동산PF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에 긴급히 운영자금을 지원한 것이다. 

문제는 시기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시황 부진으로 연간 6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가 예상되긴 하지만 지난해 1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이익을 기록했다. 부채율도 올해 상반기 기준 52%로 양호한 상태이다.

이를 기반으로 최근 2조7000억원을 투자하며 배터리 동(구리)박 생산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를 전격 인수했다. 시장에서는 다소 무리한 금액이라는 평가가 있었으나,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생산공장에서 연간 약 6만t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말레이시아, 스페인, 미국 거점에 2027년까지 23만t의 공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당초 배터리 소재사업에 2030년까지 총 4조원을 투자해 연 5조원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으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투자금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그런데 하필 이때 레고랜드 불똥이 튀면서 주가가 급락하게 된 것이다. 

롯데케미칼 경영진은 긴급히 주가 방어에 나섰다. 김교현 부회장과 황진구 기초소재사업 대표, 이영준 첨단소재사업 대표 등 경영진 16명이 총 2760주의 자사주를 평균단가 약 16만1000원으로 약 4억4000만원 규모를 취득했다.

김 부회장은 “국제유가 상승 등의 원가 부담과 석유화학 제품 수요 둔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배터리 소재 사업 역량 집중 및 수소 시장 선점을 통한 미래 성장 기반 구축, 고부가 소재사업 적극 진출로 주주 및 이해관계자에게 굳건한 신뢰 회복과 기업 가치를 향상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외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경기 하락으로 본업인 석유화학 시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진한 다소 무리한 인수와 추가 투자 계획, 여기에 자회사의 자금사정 악화까지 복합 위기가 닥쳤다. 롯데케미칼이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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