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건물용 연료전지 89.4%, ‘1개월 이상’ 가동 중단
전기요금보다 비싼 가스요금…가동 안 하는 게 이득
LNG 급등에 요금인하 명분 없어…한시적 인하 목소리↑

도쿄 주택가에 설치된 연료전지. 출처=블룸버그
도쿄 주택가에 설치된 연료전지. 출처=블룸버그

몇 년간 줄곧 성장세를 보인 건물용 연료전지가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수소경제 활성화 기조 속에 보급은 늘었지만, 전기요금보다 비싼 가스요금 때문에 상시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인센티브 제공을 포함한 중장기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건물용 연료전지 1111개 가운데 무려 993개(89.4%)가 올해 상반기에만 1개월 이상 가동을 중단했다. 같은 기간 단 한 번도 가동하지 않은 건물용 연료전지는 659개(59.3%)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2020년 33.9%, 지난해 43.0%보다 크게 상승한 수치다.

반면 건물용 연료전지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꾸준히 이뤄졌다. 지난 2005년 국비 지원 사업이 시작된 이래 누적 지급액은 1120억원으로, 최근 3년 동안 700억원가량이 집중적으로 지급됐다. 여기에는 지난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이후 주택·건물용 연료전지에 설치비의 일부(7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 게 한몫했다. 당시 정부는 2040년까지 2.1GW 규모의 주택·건물용 연료전지를 보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건물용 연료전지를 잔뜩 보급만 해놓고 사후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가동률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며 서둘러 불 끄기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건물용 연료전지가 유독 낮은 가동률을 보이는 배경에는 전기요금보다 비싼 가스요금이 있다. 애써 연료전지를 설치하더라도 가스요금이 전기요금보다 비싸면 연료전지를 가동해 자가 소비하기보다는 싼값에 전력을 구매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청정건축물연료전지협의회가 1kW급 연료전지의 경제성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kWh 이하 구간에서는 경제성이 없지만, 400kWh 초과 구간에서는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kWh당 연료전지용 가스요금 153원, 200kWh 이하 구간과 400kWh 초과 구간의 전기요금 88.3원, 275.6원을 전제로 한다.

주택용(1kW) 연료전지 설비운전 경제성 비교 자료. 제공=청정건축물연료전지협의회
주택용(1kW) 연료전지 설비운전 경제성 비교 자료. 제공=청정건축물연료전지협의회

건물용 연료전지가 경제성을 갖추려면 연료전지용 가스요금을 추가로 인하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셈이다. 정부도 그동안 수소제조용 가스요금을 두 차례 인하했다. 지난 2019년 수소제조용 천연가스요금제를 도입해 요금의 6.5%를 인하했고, 2021년 수소충전소용 할인요금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올해 국제 천연가스 가격급등으로 연료전지를 대상으로 가스요금을 추가로 인하할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 업계는 수소충전소용 할인요금제를 건물용 연료전지에도 확대 적용하는 한편 연료전지를 활용해 자가 소비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그렇듯 국내시장만 바라보고 진행하지는 않는다. 열, 전력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농어촌 지역이나 개도국에 1~3kW급 연료전지를 활용한 사업모델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며 "업계도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에 노력을 기울일 테니 한시적으로라도 가스요금 인하를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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