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의원, LH 국감
“1307개 품목 중 무려 98%인
1280개 품목에 최저가 적용
산업현장과 국민안전 소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저가계약 유발 관행을 막아 부실시공을 막고 국민 안전을 도모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여전히 건축자재 대부분에 최저가격을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가 계약은 시공사의 적정 시공을 방해해 건축물 시공품질 저해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더군다나 LH는 안전관련 장비에도 최저가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나 산업현장과 국민 안전에도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LH 감사에서 이소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왕·과천)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는 올해 3분기 건축자재를 대상으로 수행한 가격조사에서 1307개 품목 중 무려 98%에 달하는 1280개 품목에 최저가를 적용했다.

이러한 실태는 지난 2019년 LH가 발표한 '공공기관 공정문화 확산 추진 방안'과는 상반된 행보라는 지적이다.

LH는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등 7개 부처와 함께 '공공기관 모범거래 모델'을 발표하며 기존의 관행을 고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LH는 그동안 공사 원가 산정 과정에서 자재비를 계산할 때 시장가격 중 최저가격을 적용해오곤 했는데 이는 건축물 시공 품질의 저해 요소로 꼽힌다.

LH는 당시 더 이상 자재비를 산정할 때 시장 최저가격을 적용하지 않고 시중의 여러 자재 가격들의 평균가격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재정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자 2019년 말 최고가와 최저가의 가격차가 15%를 넘으면 자재가격 심의위원회를 열어 적정가격을 산정하겠다고 계획을 수정했다.

이소영 의원은 "지난 2020년 10월에는 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보도자료까지 배부했으며 내부지침을 수립한다고 발표했으나 그 뒤로 단 한 번도 해당 위원회가 운영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LH의 건축자재 가격조사표에 포함되는 1307개 품목 중 최저가가 적용되지 않은 품목은 단 27개에 그쳤다. 전체의 98%에 해당하는 1280개 항목은 LH 발표 뒤 3년 동안 여전히 최저가가 적용돼 공사가 발주돼온 것이다.

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에 해당되는 최고가와 최저가의 가격 차이가 15% 이상 나는 품목도 절반에 달하는 700여개 항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소영 의원은 또 "공사용 안전발판, 안전난간을 고정하는 브라켓 등 현장 안전과 직결되는 자재에도 여전히 최저가가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LH가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재비 산정은 건설원가와 전체 공사비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데 적정 공사비가 책정되지 못하면 시공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진이 높지 않으니 경영 압박이 심한 시공사가 정상적으로 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난 2020년 이후로 공사현장의 자재비가 급등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자재비 압박이 상당한 상태다.

이러한 지적에 이정관 LH 사장직무대행은 "건설원가가 상승하다 보니 내부적으로 적절히 위원회를 꾸리지 못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값을 주고 적정 공기를 보장해주면 공사 품질이 보장될 거라고 우리도 인식하고 있다"며 "지적하신 대로 공사 현장에 적정 자재가격이 반영될 수 있도록 위원회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정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직무대행(앞줄 맨 왼쪽)이 4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LH 질의에서 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정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직무대행(앞줄 맨 왼쪽)이 4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LH 질의에서 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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