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전기차 폐배터리 발생량 255개 불과
성일하이텍, 에코프로씨엔지 등 처리능력 넘쳐
성일, 굿바이카에 10억 투자 등 폐차장 협력 확대

캐나다 폐배터리 재활용업체인 라이사이클(Li-Cycle)의 배터리팩을 잘게 부숴 만든 스크랩 제품. 사진=라이사이클
캐나다 폐배터리 재활용업체인 라이사이클(Li-Cycle)의 배터리팩을 잘게 부숴 만든 스크랩 제품. 사진=라이사이클

전기차 보급 확대와 자원순환 중요성이 커지면서 폐배터리에서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재활용사업이 뜨고 있다. 성일하이텍, 에코프로, 고려아연 등 관련주들의 주가는 연일 오르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게 빠져있다. 과연 이 업체들의 생산능력을 받쳐줄 만큼 폐배터리 물량이 충분하냐는 것이다. 벌써부터 재활용업체들의 물량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때아닌 폐차장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5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상장된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들의 상승세가 뜨겁다. 대표주인 성일하이텍은 지난 7월말 상장 첫날 9만1000원대에서 9월 중순 16만5000원대까지 올랐다 5일 현재 13만4000원대를 보이고 있다.

에코프로씨엔지의 모기업 에코프로는 7월 중순 6만5000원대에서 현재 11만5000원대를 보이고 있으며 같은 기간 코스모화학은 1만3000원대에서 2만3000원대로 올랐다. 고려아연은 44만1000원대에서 61만4000원대로 뛰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2340대에서 2200대로 내려앉은 것에 비하면 확실히 뜨거운 반응이라 할 수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종목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폐배터리 물량 확대 전망과 글로벌 선진시장의 자원순환 정책 강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터리 폐기물 정책에서 가장 앞서 있는 유럽연합은 2020년 배터리 규제안 발표를 통해 2024년부터 모든 배터리의 탄소발자국을 공개해야 하고, 2030년부터는 일정비중 이상의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기차(EV) 누적 등록대수는 2014년말 2775대에서 2016년말 1만855대, 2018년말 5만5756대, 2020년말 13만4962대, 2022년 6월말 29만8633대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소재업계에서는 폐배터리 관련종목의 급등세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미래 성장성이 밝은 것은 인정하지만, 성과가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정민 의원실이 환경공단으로부터 받은 사용후배터리 발생량은 2019년 164개, 2020년 280개, 2021년 255개에 불과하다. 

업계에 따르면 재활용업체들이 원료로 쓰는 블랙매스는 전기차 배터리팩당 약 90kg가량이다. 이를 감안하면 2021년 블랙매스 발생량은 약 23t에 불과하다. 블랙매스는 폐배터리에서 가치가 없는 성분을 모두 제거하고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가 섞여 있는 검은색 가루형태의 중간원료를 말한다.

이미 설비를 가동 중인 업체들의 처리능력을 보면 성일하이텍 연 2만5000t, 에코프로씨엔지 연 2만t, 포스코HY클린메탈 연 1만t이다. 여기에 GS건설의 100% 자회사인 에네르마는 연 2만t 설비를 건설 중이며 이 외에도 고려아연, 영화테크 등 많은 기업들이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에 뛰어들었다.

업체들의 처리능력에 비해 국내 폐배터리 발생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재활용업체들의 원료 수급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중간원료인 블랙매스 수급은 크게 3가지 루트로 이뤄진다. 배터리 생산업체의 공정 불량품, 해외 수입, 폐배터리이다. 공정 불량품은 공급처가 매우 제한적이고, 해외 수입을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재활용업체들은 폐배터리 물량 확보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폐차장 몸값이 오르고 있다. 재활용업체들이 아예 폐차 단계부터 원료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굿바이카와 성일하이텍은 전기차 사용후배터리의 자원순환 및 재사용에 대한 사업협력을 체결했다. 남준희 굿바이카 대표. 사진=굿바이카
굿바이카와 성일하이텍은 전기차 사용후배터리의 자원순환 및 재사용에 대한 사업협력을 체결했다. 남준희 굿바이카 대표. 사진=굿바이카

지난달 30일 폐차장업체 굿바이카(대표 남준희)는 성일하이텍과 전기차 사용후배터리의 자원순환 및 재사용에 대한 사업협력을 체결함과 동시에 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굿바이카는 폐차장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 전량을 성일하이텍에 공급하고, 재사용 수명이 끝난 제품도 수거해 공급할 계획이다. 굿바이카는 경기도 이천에 친환경차 전문 폐차장을 건립 중으로, 완공 시 국내 최대 규모의 친환경차 폐차 처리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시리즈A 투자를 유치 중인 굿바이카는 최근 한 창업투자사로부터 40억원 투자를 제의받았으나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남준희 대표는 SNS에 "협업 파트너(SI) 위주로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코스모화학은 전기차 폐배터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자 IT기기 소형배터리와 ESS 중심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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