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이어온 접속함 시장 1위 자부심, 지자체·공공기관 등서 인정
돈보다는 '보행자 안전'에 관심, 우수기술·철저한 사후관리 철칙으로 여겨
경쟁사 잇따라 등장, 고객과의 신뢰·기능적 우수함으로 충분히 극복가능
점멸기, 접속재 등 도로시설물 토털메이커 도약 위해 기술개발 적극 추진

신재식 미성산업 대표는 2001년 7월 TV 뉴스에서 나오는 사고소식을 접하고 받았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한다. 당시 보도는 수도권에 내린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로 도로가 침수된 상황에서 그곳을 지나던 19명의 시민이 가로등·신호등 누전으로 감전사했다는 소식이었다. '어떻게 저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까'라고 놀란 신 대표는 곧바로 '가로등방수형접속함' 개발에 착수, 2002년 관련 제품을 내놓으면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이미 경쟁사가 선점하던 상황이라 신 대표와 미성산업의 입지는 쉽게 확대되지 못했다. 그러나 좋은 품질에 합리적 가격, 그리고 안전문화 확산이라는 시대적 화두가 이슈화가 되면서 미성산업은 서서히 방수형 접속함 시장에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낸 지난 21년의 세월. 미성산업은 이제 국내 제1의 가로등방수형접속함 사업자로 성장했고, 국내 최초 가로등용 감전보호기 안전인증 획득에 이어 가로등 직선접속재, 방수형단자함, 누전차단기방수함, 감전보호기, 방수절연캡, 경관조명 분기접속재, 관통형 분기접속재 등 약 30종의 제품개발과 약 50건에 달하는 지적재산권을 확보한 도로시설물 전기안전 기업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신 대표는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감전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자신이 조금 더 노력했다면 그런 사고가 없었을 것이라며 구두끈을 고쳐 맸다.

21년간 오로지 가로등·터널등 등 도로시설물 안전만을 고민해 온 신 대표는 지금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까. 창립 21주년을 맞은 지난 9월 경기도 군포 미성산업 본사에서 그를 만나 지난 시절의 우여곡절과 함께 미래에 대한 계획을 들어봤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우에 이어 태풍 '힌남노'까지 대한민국을 강타하면서 도로가 침수되는 현상이 도심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다행히 보행자 감전사고 소식은 들리지 않았는데.

"너무 다행이다. 처음 가로등방수형접속함을 보급할 때만 해도 지자체, 관공서에서 이 제품을 알지 못해 문전박대를 당하곤 했는데, 지금은 웬만한 수요처에서는 모두 이 제품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한 번 설치한 곳들은 지속적으로 재구매가 이어져 도로 안전을 지킬 수 있게 된 것 같다. 2001년 수도권에서 발생한 감전사고와 같은 인재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명감을 갖고 계속 일할 것이다."

▶사실 2001년 당시만 해도 가로등방수형접속함이라는 제품이 생소했던 것은 사실인데.

"엄밀히 따지면 미성산업은 두 번째로 시장에 뛰어든 사업자였다. 이런 기능의 제품을 개발한 경쟁사가 따로 있다. 지금은 돌아가신 경쟁사 대표님의 노고와 공헌에 대해서는 나도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미성산업도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고, 지속적인 제품 업그레이드로 수요처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 노력들이 지금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것 같다."

그렇게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가로등방수형접속함 시장에 뛰어든 신 대표는 지난 21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과 서울시, 경기도 등 주요 지자체들을 대상으로 방수형접속함을 보급하며 이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덕분에 현재 국내 접속함 시장에서 미성산업은 약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 시장 1위 기업 입지를 굳힌 상태다.

"지난 21년을 돌아보면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대체로 무탈했다고 본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사용빈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고, 매출과 시장점유율, 인지도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해 과거보다 한결 영업하기가 수월해진 점은 다행이다."

▶가로등방수형접속함 시장도 이제 성년을 맞으면서 미성산업 제품을 카피한 모방제품이 나오거나 새롭게 이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최근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

"사실 방수형접속함 시장이 크지는 않다. 그런데 새로운 사업자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인지도가 확대됐다는 뜻이 아니겠느냐. 접속함을 자기들의 기존 제품과 연계해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보행자의 안전을 지킨다는 명분이 아니라 단순히 매출을 늘리기 위해 영혼 없이 뛰어드는 신규 사업자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새로운 사업자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물론 우리보다 매출이나 규모가 큰 대형회사들도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성산업은 우리의 길을 가고자 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발로 뛰는 영업을 하고, 제품 품질에 만전을 기하면서 혹시 모를 A/S 문제에도 최선을 다해 대응한다면 고객과 신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지속적으로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수요처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사실 신 대표는 제품이 고장 났을 경우 즉각적인 A/S를 위해 담당인력을 따로 두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고장사고는 접속함이 아니라 다른 부품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는 그럼에도 차단기가 떨어지고 가로등이 꺼지면 시민들이 불편해지기 때문에 일단 교체를 하고, 문제의 제품을 회수해 원인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결국 유지보수와 사후처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요처에서 A/S 요청이 오면 즉각 담당직원을 보내 새 제품으로 바꿔주고 문제의 제품을 회수해서 원인분석을 실시한다. 지자체, 관공서에서는 일단 차단기가 내려가고 가로등이 꺼지면 접속함을 가장 먼저 의심하고 우리에게 연락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새 접속함으로 교체해 주고, 해당 문제가 우리 때문에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드시 확인한다. 그런 완벽한 사후관리와 유지보수가 결국 고객과 미성산업의 신뢰를 쌓아가는 중요한 과정이다."

신 대표는 과거 공공기관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한 초창기 적지 않은 물량을 납품했었는데, 그중 일부 제품에서 하자가 발생해 전기공사업체로부터 연락이 왔었다며 다행히 적극적으로 대응해준 덕분에 그 업체로부터 특별한 패널티를 받지 않았고, 그날의 일은 품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물건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마음을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이는 A/S 체계와 함께 QC(품질관리) 등을 다시 재정비하는 좋은 보약이 됐었다고 신 대표는 회상했다.

▶미성산업은 접속함 이외에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미성산업만의 방수 기술을 활용한 경관조명 분기접속재라든지, 실리콘 방수절연캡 등 각종 아이디어 제품들의 수요가 늘고 있으며, 특히 방수절연캡의 경우 경관조명 시장 확대 추세에 맞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경관조명 사업체뿐만 아니라 발주처, 설계사 등을 다니면서 제품에 대한 영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또 앞으로 한국도로공사 시장 진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관통형 분기커넥터와 관통형 커넥터커버(실리콘내장)의 절연력을 보강하는 관통형 커넥터커버의 경우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월등히 우수하다. 일부는 이미 판매가 됐는데, 앞으로 도로공사와 시공업체를 대상으로 제품의 기능을 정확히 알려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싶은 게 개인적 바람이다. 이들 제품은 안전, 유지보수 등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기 때문에 완성도를 유지하면서 기능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점을 부각한다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렇게 미성산업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기존 경험을 살려 접속함 외에 점멸기, 접속재 등 도로시설물 운영과 안전을 위한 필수기기를 모두 다루는 토털메이커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경쟁사가 방수형접속함 시장에 진입하는 것처럼 미성산업도 가로등, 보안등점멸기 등 도로시설물 라인업을 강화해 그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신 대표는 수요처에 자사 제품의 방수성능과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제도가 바뀌기 전까지 자발적으로 전기안전공사 V체크마크와 방수성능 인증을 획득해왔으며, 고객의 요구에 맞춰 낙뢰오동작방지형 누전차단기를 적용한 가로등방수접속함 등 신상품을 개발하는 등 전기안전과 현장의 불편함 해소를 위해 노력해왔다. 고객을 걱정하는 이런 기조를 유지한다면 새로운 신규사업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그는 보고 있다.

▶스마트폴, 스마트가로등 보급 등 스마트 도로시설물 확대에 발맞춰 '스마트 다분기 접속함'이라는 신제품도 내놨는데.

"서울시를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지자체 등에서 스마트폴, 스마트가로등 보급이 추진되고 있거나 예정돼 있다. 그래서 이들 등주에 들어가는 다분기 접속함 개발을 완료했다. 이 제품은 등주 안에 설치되며, 등주에 설치되는 CCTV, 각종 센서 등 다양한 기기의 전원공급에 이상이 없도록 차단기를 보호하고, 점검작업이 용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게 특징이다. 이미 도봉구청 등에 납품이 된 상태다."

▶앞으로 미성산업을 고객들이 어떤 기업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나.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작은 아이템이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품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없어서는 안 될 제품을 안전하게 만드는 강소기업'. 이렇게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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