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 전체 55% 차지…효율은 낮아
주요국도 전기료 인상 추세…기재부는 물가 상승 여파에 고심
산업계는 전기요금 싸지 않다는 주장…반발 심화할 듯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4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와 함께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 조정 방안이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전력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 해야 한다는 주장과 산업용 전기요금이 그동안 수차례 인상돼 온 데다 물가 상승 상황에서 산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는 모습이다.

28일 정부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4분기 전기요금에 적용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4.9원 올리는 것에 더해 추가 인상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며, 이번주 내에 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산업용 전기 대용량 사용자에 대한 전기요금을 차등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한 10대 그룹 사장단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한 10대 그룹 사장단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이유는 한전 재무상황 개선 및 수요 효율화 향상 측면에서 효과가 높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용 전력 계약 단위는 전체의 0.2%에 불과하지만 수요는 국내 전력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전의 최신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전력 판매량은 총 4853만㎿h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2612만㎿h로 전체 판매량의 53.8%에 달한다.

하지만 산업용의 판매단가는 ㎾h당 105.48원으로 주택용(109.16원)·일반용(128.47원)보다 싸다.

특히 산업용 전기는 최근 국제 에너지가 급등 이후 원가 회수율이 60%대까지 떨어지면서 한전의 재무 상태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 요금은 ㎿h당 94.3달러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 중 22위다. OECD 전체의 전기 요금 평균을 100으로 놓고 보면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 요금은 88%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가격이 저렴해 전력 사용량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 사용량은 1만134㎾h로 캐나다(1만4098㎾h), 미국(1만1665㎾h)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전력의 효율을 평가하는 전력소비 원단위도 주요국보다 낮다. 한국의 전력소비 원단위는 2020년 기준 1달러당 0.359㎾h이었다. 이는 일본(0.234㎾h), 미국(0.219㎾h), 프랑스(0.219㎾h) 독일(0.168㎾h), 영국(0.108㎾h) 등보다 높은 것이다.

전력소비 원단위는 우리나라가 1달러짜리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때 전력이 얼마나 필요하냐를 나타내는 것이다.

산업부는 산업용 전기 조정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제조업 등 에너지 다소비 8대 업종과 30대 기업을 중심으로 먼저 차등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찬반 의견이 나뉘면서 팽팽히 맞서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요금의 가격 신호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을 중심으로 가격을 인상해 시장에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면서 "산업용을 비롯해 일반용(공공, 상업용) 등의 전력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을 중심으로 가격 시그널을 줘 효율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산업계는 그동안 2000년 이후 전기요금은 20여 차례에 걸쳐 평균 50% 수준으로 인상돼 왔다며 한국의 산업용 전기료가 싸지 않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최근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분위시 속에서 전기요금 인상까지 이뤄질 경우 산업계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력 다소비 업종의 경우 전기요금이 결국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제조업 전반에 타격이 우려된다"면서 "산업계의 목소리를 잘 듣고 현실성 있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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