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활동 지난 정권 들어 강성
정권 바뀌었지만 체감 변화 없어
불법 시위에 위법성 요구까지
전기공사업체, 기업 경영 난항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모여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연합뉴스)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모여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연합뉴스)

# 사업을 그만두고 다시 현장 일을 뛰는 게 더 속 편하겠다는 생각도 종종 합니다. 급여를 지급하는 건 저희 회사인데, 정작 저희는 근로자와 연봉 협상도 하지 못합니다. 근로자를 대신해 찾아온 노동조합 관계자와 협상을 해야 합니다. 그럴 때는 저희 회사 직원인지 노조 직원인지 헷갈립니다. 급여를 노조에서 주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내선·외선시공사 A사 대표)

# 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해보면 노조 문제가 심각하긴 하단 걸 느낍니다. 심지어 공공 발주처 담당부서에서도 우려를 하더군요. 지금 상황도 문제지만 이대로 계속 가면 미래에 업계 발전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노동조합이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만 지금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은 건 사실 같습니다. (철도 엔지니어링사 B사 임원)

# 요즘에는 야간작업도 쉽지 않습니다. 급여를 더 지불하는 문제를 떠나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잘 안 하려고 합니다. 주말 근무는 더욱 어렵습니다. 당연히 근로자들도 사람이고 야간과 주말에는 쉬고 쉽다는 걸 압니다. 저희도 매일같이 그런 요구를 하는 게 아닙니다. 위급한 상황이나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배전단가회사가 일을 안 하면 누가 합니까. (한전 배전단가회사 C사 대표)

만성화된 노조 리스크에 전기공사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과거보다 강성해진 노동조합이 사업체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전기공사업체들이 경영상의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노동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는 요구도 노조들에게 받으면서 난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법상 전기공사업체 근로자와 전기공사기술자 역시 노동조합 가입이 가능하다. 전국적인 통계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지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전기공사업체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건설노조의 규모가 커지고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기업을 상대로 한 협상력이 강해진 게 건설업계 전반의 인식이다.

전기공사업계도 같은 시기에 관련 노조의 조직력과 활동이 강해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노조 활동을 체감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다소 과장된 말로 "노조 공화국"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특히 이런 발언이 나온 데에는 건설노조의 공사 현장 시위가 잦아지면서 급기야 불법 점거 행위까지 일어난 배경이 크다.

일례로 지난해 초 경남지역의 한 철도 전기공사 현장에서 관련 노조원들이 모터카를 점거하고 야간 시공을 방해하는 등 영업방해를 하면서 공사 시한 마감을 앞둔 전기공사업체들이 난처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당시 현장을 담당했던 한 업체 대표는 "신고된 집회 범위를 넘어서 현장을 점거하는 등의 행위는 영업방해 소지가 있다"며 "하지만 경찰 등의 공권력이 점거 행위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했던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이 체감하는 노조 부담감은 급여와 복지 등의 협상 과정에서도 나온다. 관련 노조가 기술자들의 연봉과 복지를 책정하면서 전기공사업체와의 임금 협상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노조가 노조원들의 연봉 등 급여 처우를 위해 기준을 만드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업계는 "업계 파이와 수주 규모는 매년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관련 수당 인상폭과 기타 복지 등의 요구 사항이 갈수록 많아져 경영에 부담을 느낄 정도"라고 토로한다.

노조 측이 기업에 요구하는 사항이 노동법상 위법 소지가 있어 전기공사업체가 난감해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철도업계는 노조 측이 요구하는 근로시간면제제도와 관련 급여 지급을 두고 관련 노조와 전기공사업계가 의견차를 보였다. 노조 측은 면제시간에 상응하는 수준의 급여를 임금과 단체협상 과정에서 요구했는데 제도 취지상 위법 소지가 있어서다. 이에 노조와 전기공사업체 사이에 임단협이 타결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기공사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들은 본인들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조가 무조건 잘못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난 정권 이후로 노조 활동이 예년 같지 않아진 것은 사실로 보인다"며 "업계 발전을 위한 건전한 방향의 노조 활동이 아니라 기업과의 힘싸움이라는 제 살 깎아 먹기 식 제로섬 게임이라면 결국 (노조와 기업이) 함께 피해를 보는 건 아닐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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