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월 ○일 수도권 ◇◇지역 도로 지반조사 중 시추봉에 의한 지중 전력케이블 손상이 발생하였다. 손상 규모는 전력케이블 15선 손상, 전력구 벽면 천공 등으로 설비복구에만 수십억원의 비용이 발생하였다. 당시 굴착공사를 진행하였던 □□건설 관계자는 관청 인허가 획득 및 공사 시행 일주일 전 한전 측과 협의하였음을 근거로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음을 주장하였으나, 장기간의 소송 결과 복구비의 대부분을 부담하게 되었고, 영세하였던 □□건설은 도산할 수밖에 없었다. □□건설의 과실은 무엇일까?

도시지역의 도로 지하에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많은 설비들이 매설되어 있다. 특히 수도권 및 서울의 경우 주요 도로 지하에는 거의 포화상태에 이를 정도로 많은 설비가 매설되어 있고 매년 그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지중 설비들은 대부분 전력, 가스, 수도, 통신 등 사회적 파급력이 큰 주요 인프라 시설이기 때문에 도로 굴착공사가 필요할 경우 관계 법령과 절차에 따라 신중한 시행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굴착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부주의, 법령 무지, 긴급 무단굴착 등의 원인으로 지중 설비 외상고장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해당 공사업체는 막대한 배상책임 부담과 안전사고 및 관계자 형사처분 등 경영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로 굴착공사 시행자가 위와 같은 사례를 피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첫째, 관계기관에 충분히 알리고 협의하여야 한다.

도로 굴착공사 시행자가 굴착을 위한 관청의 인허가를 득한 것만으로 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도로법 시행령 제56조 등에 따르면 굴착공사 시행자는 주요 매설물의 관리자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부산시, 원주시 등의 경우 도로굴착정보시스템을 활용하고, 아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다른 지자체에서는 문서나 유선연락을 통해 관계기관과 협의할 수 있다.

둘째, 반드시 지하매설물 관리자가 입회한 가운데 시행하여야 한다.

도로법 제62조 등에 따르면 도로 굴착공사 시행자는 굴착을 시행할 때 그 주요 지하매설물 관리자가 입회하도록 하여야 한다. 

굴착작업 책임자가 본인의 경험을 과신하거나, 발주자의 긴급한 사유로 신속하게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관계기관 입회자 요청 절차를 생략하고 무단굴착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은 마치 음주운전처럼 아무 일 없이 지나가면 다행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파멸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한 행위이므로 절대 해서는 안된다. 또한, 동일한 공사 건으로 여러장소 에서 굴착을 한다든지, 장기간 굴착을 할 경우 굴착이 있는 장소마다 매번 입회자가 필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위의 사례에서 □□건설은 관계기관 입회자 없이 무단으로 도로굴착을 시행하여 법원으로부터 불리한 판결을 받았고 막대한 배상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굴착공사 시행자 입장에서 보면 관계기관 입회자는 공사를 지연시키는 잔소리꾼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오히려 한배를 타고 서로 협조하여야 하는 동반자적 관계이다. 

도로굴착 전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입회자와 긴밀히 협조한다면 시공업체는 안전한 시공을 통해 배상책임 등으로 인한 경영위험을 회피할 수 있고, 매설물 관리기관은 설비복구에 따른 불필요한 인력 및 자원의 소비를 피할 수 있으며, 또한 인프라 시설 공급지장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지출을 피할 수 있어 모두가 win-win 할 수 있을 것이다. 

※ 서두에 소개된 내용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일부 각색되었음

윤준석 한국전력 영등포전력지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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