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카이스트에서 '에너지법 개론' 강의
원자력산업, 금융.설계.관리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사업 존재

황재훈(변호사시험 2회) 법무법인(유)로고스 변호사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경남과학고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수리과학, 원자력 및 양자공학을 복수전공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공부를 시작해 변호사 자격을 딴 후 파리 13대학교에서 민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카이스트에서 에너지법 개론을 강의하면서, 고향인 경상남도 양산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다.

▶ 대학에서 원자력을 전공했는데 프랑스에서 민법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양산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다. 본인 소개를 하면.

"KAIST에서 수리과학, 원자력 및 양자공학을 전공했다. 전공과는 다른 일에 도전해보고 싶어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처음 접한 법학은 낯설고 생소했으나, 법학도 결국 공학과 같이 인간을 이롭게 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시작한 공부는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법 중에서도 가장 기초인 민법을, 민법의 본거지인 프랑스 파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1년 8월 고향에 업무차 방문했는데 기업과 청년들이 많아서 앞으로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동시에 깊은 사명감을 느꼈다. 본사 차원에서 분사무소 설립을 추진했고, 올해 6월에 개소식을 했다."

▶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서울에 있지 않고 양산에 내려온 이유는.

"프랑스에서 계약의 해제에 관해 박사논문을 작성했다. 계약분쟁을 주로 다루지만, 투자가 필요한 기업들의 자문도 진행한다. 분사무소 초기 단계라 소액사건들을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단기적으로는 본사의 서비스를 확대해 소액사건에 대해서도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청년창업을 돕고 기업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도록 역할을 다 하겠다.

특히 고향인 양산은 부·울·경 메가시티의 중심이다. 청년창업과 기업혁신은 자주 만나지 않으면 진전되지 않는다. 수도권에는 전문가에 비해 고객인 기업이 부족한데, 양산은 상황이 반대다. 서울에서 호흡을 맞춰온 전문가들과 함께 양산을 중심으로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킬 계획이다."

▶ 세계 최초로 카이스트에 '에너지법 개론'을 개설했다. 어떤 내용인지, 개설 필요성은, 학생들 반응은.

"2018년 즈음에, 에너지법 분야가 환경법으로부터 독립한 분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에너지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 실무가들의 수요가 대대적으로 나타났다. 가장 먼저 세계적인 움직임을 포착한 곳이 모교의 원자력공학과였다. 먼저 '에너지법'을 다룰 학문적 체계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에너지법에는 광업법부터 원자력안전법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분야의 법률이 포섭된다. 에너지 규범을 석탄, 석유, 가스, 전기, 수소 등 에너지원을 하나의 축으로, 이들의 생산, 수송, 배분을 다른 하나의 축으로 분류한 후, 이들을 다시 진흥에 관한 법률과 규제에 관한 법률로 구분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가고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원별로 만들어진 규범을 서로 보완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하면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예컨대, 원전의 폐로에 관해 지원제도를 설계할 때,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같이 다른 에너지원에 관한 법률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고준위폐기물에 대한 처리방안을 태양광발전에도 유사하게 적용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과대학에 최초로 에너지법이 전공과목으로 개설됐다."

▶한국의 원전 업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렵다면 극복방안은.

"원자력 산업계의 상황은 언론에 알려졌거나 정책당국이 파악한 내용보다 심각하다. 원자력산업 생태계 복원을 정부, 지자체와 여러 협회에서 각기 제시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의문이다. 반대로 투자자에게는 그만큼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열려있다. 민간이 끌고, 정부는 밀면 된다."

▶ 한국의 원전 산업계, 학계, 정부 등 전반적인 상황을 프랑스와 비교하면.

"전력산업에 관한 전반적인 상황이 다르다. 프랑스는 유럽연합의 일원으로 유럽연합 각 국가에 전력을 수출하고 있는 나라다. 자유경쟁 시장 체재가 오래전 도입됐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전력원은 도태하고, 효율적인 전력원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부품생산부터 건설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보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뒤떨어지나, 미국처럼 고부가가치 사업에 많은 투자를 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프랑스와 협력을 강화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충분한 대안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 한국 원전 산업의 경쟁력은.

"심각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자재 산업이 뒷받침되고 있고, 건설비용 및 기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있다. 그러나 단순히 생태계 복원에만 집중해서는 큰 이익을 가져갈 수 없다. 원자력산업에는 인증, 금융, 설계, 유지 및 보수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사업이 존재한다. 특히 새롭게 SMR 시장이 등장해 우리나라에서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가질 기회가 도래했다. SMR 상용화 시기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사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즉시 움직여야 한다."

▶ 부산, 울산이 원자력 및 원전해체를 중점산업으로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에 선정됐다. 융복합단지가 어떻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융복합단지에 대한 큰 이해는 없지만, 해체와 관련된 시장은 시기상조다. 에너지산업 전반에 대한 접근으로 시작해야 한다. 부산과 울산의 접근방식은 협력하면서도 각자 달라야 한다. 부산은 에너지산업 중에서도 금융과 설계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 산업은행 이전과 같은 이슈가 있으니, 융복합단지 추진은 부산경제에 활력을 가져올 큰 기회다."

▶앞으로의 계획은.

"스타트업 전문가들을 모시고, 양산뿐 아니라 영남권 지자체에서 강연을 이어가고 싶다. 이를 통해 지역창업생태계 구축을 돕겠다. 남는 시간에는 에너지법 개론에 관한 강의안을 좀 더 다듬어 책을 집필하고 싶다. 에너지법은 새롭고 흥미로운 분야다."

황재훈 박사는 한국법제연구원에서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2019년 발간)를 통해 탈원전을 추진했던 프랑스가 원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과정에서 에너지전환법이 등장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조기폐쇄 비용을 다룬 부분이 주목받았다.
황재훈 박사는 한국법제연구원에서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2019년 발간)를 통해 탈원전을 추진했던 프랑스가 원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과정에서 에너지전환법이 등장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조기폐쇄 비용을 다룬 부분이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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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학사)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석사) ▲ 프랑스 파리 제13대학교 IRDA연구소(박사) ▲ 법무법인(유)로고스 양산시분사무소 책임변호사 ▲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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