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LNG현물가격 60달러 돌파
러 공급 감축에 美·濠도 공급 차질
난방수요 급증 겨울철 최대 고비
전문가 “강력한 E절약정책 필요”

한국가스공사 평택 LNG 인수기지.
한국가스공사 평택 LNG 인수기지.(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올겨울 에너지 대란이 벌어지지 않으면 그것이 기적일 정도로 글로벌 에너지 수급 상황이 매우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 천연가스 공급량을 더욱 옥죄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최대 LNG 수출기지가 폭발사고로 연말까지 가동 제한이 불가피하고, 여기에 세계 LNG 수출 1위인 호주마저 내수가격 안정을 이유로 수출 제한조치를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간다면 겨울철 LNG 현물가격이 올 3월 기록한 역대 최고인 MMBtu당 63달러를 훌쩍 넘어 100달러 이상도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우리나라도 지금부터 에너지절약을 통한 자원 비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4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및 해외 언론에 따르면 2일 유럽(네덜란드 TTF) LNG 현물가격이 MMBtu당 61.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8~10달러 대비 6~7배나 높은 수준이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올해 3월의 63달러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유럽 LNG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대폭 감소한 가운데 무더운 날씨로 냉방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루블화 대금지급을 거부한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라트비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고 지난달 말에는 최대 수요처인 독일로 보내는 노드스트림1 가스관의 공급량도 20%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유럽이 러시아 천연가스 대체용으로 글로벌 LNG 현물을 모두 끌어당기면서 동북아 현물가도 지난달 27일 50달러를 기록하는 등 크게 올랐다. 

문제는 천연가스 수요가 적은 여름철에 벌써 LNG 현물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는 것. 난방 수요가 발생하는 겨울철로 가면 LNG 가격은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겨울철 LNG 현물가격의 100달러 돌파는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유럽이 러시아 가스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LNG 4000만t이 필요한데 이에 비해 글로벌 공급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LNG 공급난을 부추기는 사건, 사고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연간 1500만t의 LNG를 수출하는 미국 최대 수출기지인 프리포트LNG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연말까지 가동 제한이 불가피하다. 프리포트LNG는 수출물량 중 80%를 유럽에 공급하는 곳이다. 

세계 1위 LNG 수출국인 호주는 LNG 가격이 계속 오르자 내수가격 안정을 위해 수출 제한을 검토 중이다. 호주 경쟁 및 소비자 위원회(ACCC)는 지난 1일 천연자원부에 내년 호주 동부지역에 공급 부족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LNG 수출제한 검토를 촉구했고, 이에 천연자원부는 10월 전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수출 제한이 결정되면 현물 공급용을 내수 우선으로 돌릴 예정으로 그 물량은 한 달 기준 약 14카고(89.6만t) 규모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유럽처럼 우리나라도 지금부터 겨울철 에너지 대란에 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겨울철 천연가스 수요를 기존 대비 15% 감축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 냉난방 수요 감축, 산업 및 전력 부문 연료 전환을 우선 실시하고 가로등 및 조명 소등, 분수대 가동 중단, 개문냉난방 단속 등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강력한 에너지 절약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조 교수는 "올 겨울 LNG 수급 부족은 명확하기 때문에 유럽처럼 우리도 강력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통해 물량을 비축해야 한다"며 "또한 에너지 수요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고, 실제 수급 부족 발생에 대비해 대통령 직속의 컨트롤타워 신설 및 자원안보특별법 제정도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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