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율 5.4%까지 하락 전망에 신뢰성 DR 첫 발령 기대…4.9GW 자원 대기
한전-정부 등 수요 줄이기 힘보태…수요조절 실질적 대책은 전기요금 인상

하계 전력수요에 대응해 전력거래소, 한전,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다양한 수요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과거 공급을 늘리는 대책에 더해 수요를 줄이는 대책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사진제공=연합뉴스)
하계 전력수요에 대응해 전력거래소, 한전,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다양한 수요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과거 공급을 늘리는 대책에 더해 수요를 줄이는 대책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사진제공=연합뉴스)

올 여름철 빡빡한 전력수급을 두고 업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비교적 수급능력이 넉넉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설비규모에 수요예측량은 크게 높아지면서 예비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올해 여름 최대 전력수요 전망치는 95.7GW 정도다. 뛰어오른 수요와는 반대로 올여름 전력공급능력은 100.9GW로 지난해 100.7GW와 비슷하다.

반대로 예비력은 지난해 9.6GW보다 떨어져 5.2~9.2GW 수준으로 5.4%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정부 예측이다. 이미 지난 7일 순간 전력수요가 93GW를 기록,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최대 전력수요를 기록하더라도 예비력이 두자릿수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할 때 어려운 수급환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더 이상 발전 측면에서의 대책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이번 하계전력수급대책기간 동안에는 수요에 맞춰 발전설비를 확충하던 플러스(+) 전략이 아닌 수요를 낮춤으로써 발전설비 확대를 최소화하는 마이너스(-) 전략이 큰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 시 가용할 예비자원 4.9GW…신뢰성 DR 첫 발령날까=수요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는 전력거래소의 역할이 특히 중요해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활용가능한 신뢰성 DR 자원 규모만 4.9GW에 달했다.

신뢰성 DR은 전력수급 상황이 불안정한 시간에 전력거래소의 급전 지시를 받아 진행되는 수요관리다. 전력계통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시장 초기부터 진행돼 왔다.

초창기 신뢰성 DR은 다음날 전력수요전망이 기준 수요를 일정량 이상 초과할 경우 발령되는 형태여서 전력수급에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상황에도 발령되는 일이 잦았다. 이와 관련 지난 2019년 규칙개정을 통해 일정량 이하로 예비력이 떨어질 경우 발령되게끔 했다. 1회 4시간, 하루 최대 2번까지 발령 가능하며 신뢰성 DR 자원은 연간 40시간까지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전력거래소는 올해 신뢰성 DR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발령 기준을 기존 예비력 5.5GW 미만에서 6.5GW 미만으로 완화하면서 비상시 충분한 완충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전력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2019년 이후 한 번도 발령되지 않았던 신뢰성 DR이 올해 심각한 전력수급 환경 속에 첫 발령,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력거래소는 기대했다.

이밖에도 전력거래소는 기존 경제성 DR과 함께 피크수요 DR을 운영, 기존 신뢰성 DR과 같이 기준수요를 초과하는 부하가 걸릴 경우 신뢰성 DR 자원 일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 부하를 관리하고 있다.

또 석탄화력발전소의 최대 발전 출력 운전을 허용하는 허용최대출력(MAR) 운전을 통해 300MW 수준의 발전량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시험운전 중인 신한울 1호기 원전과 강릉안인석탄화력을 일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최대 수요 발생량이 전망치만큼 나온다고 했을 때 신뢰성 DR을 통해 전력수급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전·정부도 수요 대책 거들지만 현실적 대책은 전기요금 인상=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도 마이너스 전략에 힘을 보탠다.

한전은 최근 전력수급 비상상황에 대비해 500kW 이상 부하감축이 가능한 113호의 고객들과 긴급절전 수요조정 약정을 체결함으로써 690MW의 수요자원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라 계약전력 3000kW 이상 대용량고객 1만2286호를 대상으로 전력수급 상황 공유 및 피크 시 절전협조를 추진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전체 전력소비량의 54.6%(2021년 기준)를 차지하는 산업계의 협조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은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상의, 철강·시멘트·반도체·정유·석유화학 등 10개 주요 업종 협·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에너지 수요효율화 산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 산업부는 산업부문 에너지 소비 현황과 수요효율화 방안, 업계 하계수급 대응 현황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다만 제대로 된 수요 부문의 절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관계 부처의 노력보다 실질적인 시그널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과 같은 저렴한 전기요금 아래서는 전기사용량 절감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것.

정부는 최근 한전의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kWh당 5원 인상하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시그널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동안 정부의 전력수급 정책이 지나치게 공급 위주로 짜여졌다"며 "이제는 수요 측면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 등을 통한 수요관리 시그널을 보내 공급량을 줄이는 대책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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