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따도 할 수 있는 업무는 일부분…취업에도 도움 안돼

태양광 발전소 시공을 하는 모습.(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ICE ENS.
태양광 발전소 시공을 하는 모습.(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ICE ENS.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시설 등을 설계하고 시공 및 유지보수 할 수 있는 전문가를 키우는 것은 꼭 필요한 일로 꼽힌다.

이에 맞춰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기사·산업기사·기능사(태양광)'라는 국가기술자격시험을 도입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반쪽짜리'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해당 자격증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성장에 맞춰 실시…9년간 6만7000여명 응시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기사·산업기사·기능사 시험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하는 국가기술자격시험으로 지난 2013년 9월 처음 실시됐다.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관련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가운데 전문가 육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자격증 탄생의 배경이다.

산업인력공단은 '태양광, 풍력, 수력, 연료전지의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 시스템에 대한 숙련기능을 가지고 독립적인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및 건축물과 시설 등을 시공, 운영, 유지 및 보수하는 직무'라고 소개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나 모든 건물과 시설의 신재생에너지발전시스템 인허가,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 시공 및 감독, 신재생에너지발전시스템의 시공,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유지보수 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시험이 치러진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집계된 필기시험 응시자는 기사 3만930명, 산업기사 1만5493명, 기능사 2만1220명으로 총 6만7643명이었다.

이후 최종 단계인 실기시험까지 합격한 응시자는 기사 6519명, 산업기사 2557명, 기능사 5214명이었다. 이들의 합격률은 각각 27.6%, 22.2%, 33.4%였다.

◆'미래 유망 자격증',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지난해 산업인력공단은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유용한 국가기술자격 종목을 선정하고 관련 정보를 담은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힘이 되는 동반성장 자격 정보집 12선'을 발간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산업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미래 유망 분야를 선정하고 관련 자격증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기사도 이름을 올렸다.

자격증의 진로 및 전망에 대한 소개에서도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 자격증을 태양광 발전 및 관련 분야의 취업을 위한 첫 단계라고 안내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해당 자격증은 이름값의 절반도 못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기획·설계·시공·운영 등 4개 과목을 시험 보지만 해당 자격증 취득 후 할 수 있는 업무는 '시공'뿐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취업에 큰 도움이 안 되는 자격증으로 분류된다.

결과적으로 업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시공을 포함해 다른 업무도 할 수 있는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한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 자격증을 따도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다 보니 해당 업무도 할 수 있는 전기기사를 따서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명칭은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지만 사실상 태양광 발전에만 한정된 것도 외면받는 이유로 꼽힌다.

자격증을 살려 취업한다고 해도 태양광 발전 시설이 있는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근무할 확률이 높아 인기가 낮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향후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종사하게 될 관련 학과 학생들에게조차 필수 자격증이 아니게 됐다.

오태선 군장대학교 공학부 신재생에너지화공계열 교수는 "현재로서는 자격증을 취득해도 취업처가 없어 학생들도 관심이 없고 권장하지도 않는다"며 "또 태양광 시공사들이 대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경우가 많고 유지보수도 지방에서 근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일자리 조건이 열악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 자격증이 시험 과목처럼 기획, 설계, 시공, 운영을 모두 취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정언 신재생에너지기술인협회장은 "취득해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자격증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취업에 부푼 꿈을 안고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기만하는 일"이라며 "법에서 보장하는 대로 설계, 감리, 안전관리 등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