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조사 결과 두고 갑론을박

지난 6월 3일 정지된 고리2호기 고장 원인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두고 지역의 업계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정확한 의미 파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원안위는 6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안전모선 차단기의 접속 부위가 제대로 정렬되지 않아 아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한수원은 제작사의 기준이 없어 해당 차단기를 교체 설치('10년, '18년)할 때 접속 부위를 정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도자료의 내용을 문언에 충실하게 해석하면 기준이 없는 제작사의 과실인지 접속 부위를 정렬하지 않은 한수원의 과실인지 판단하기 곤란하다"라고 지적했다.

원안위도 마찬가지로 본지와의 첫 통화에서 한수원 잘못이라고 했다가 세 번째 통화에서는 한수원은 과실이 없다며 번복했다.

지역의 원전 업계에서는 원안위가 고장 원인으로 지적한 '제작사의 정렬 기준'을 두고 갑론을박이 진행됐다.

정렬은 원칙적으로 한수원에서 하는 것인데 제작사에서 정렬한다는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으며 원안위가 보도자료에서 '한수원이 접속 부위를 정렬하지 않았다'라고 명기했기 때문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제품 내부의 정렬 문제인데 정렬된 상태로 납품되면 한수원은 그대로 설치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원안위의 이러한 해명에 업계 관계자는 "제품 내부의 정렬 문제라면 모듈 형태로 납품받는 것이며 그렇다면 이건 부품 문제로 봐야 하는데 원안위가 '제작사의 기준'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라며 지적했다.

원안위는 이에 대해 "접촉 불량으로 원칙적으로 부품 잘못은 맞지만, 제작사에서 의도한 것은 아니며 한국에서는 처음 발견된 사례인데다 제작사 역시 미처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했으며 해외 사례를 통해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원자력 안전을 책임지는 원안위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례가 있었음에도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이를 예견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안위는 원전이 안전하게 가동하기 위한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중요한 사항들을 규정하며 부품이 많고 제작사마다 기준이 달라서 개개의 부품 하나하나 기준을 넣지 못한다"라며 "해당 부품은 18개월마다 검사를 했다"라고 해명했다.

지역에서는 이러한 원안위의 해명이 궁핍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정렬 잘못이라면 처음부터 고장이 나야 하는데 몇 년 후에 고장이 났다는 것은 품질 문제라고 봐야 한다"라면서 "보증기간 이내라면 납품업체인 효성중공업에서 배상을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18개월마다 하는 것은 정기검사를 의미한다"면서 "이번에 고장 난 부품은 방사능 유출과 관련 없는 사소한 분야인데 이런 분야는 정기검사에서 제외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전 업계의 폐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번에 고장 난 부분은 원자로와 관련 없는 전기적 요인인데 스마트팩토리를 추구하는 중견기업 이상의 일반 공장에서는 충분히 미리 방지할 수 있었다는 사고라는 것이다.

이영규 아이티공간 대표는 "현대·기아, 포스코 등 대기업에 설치된 예지보전 제품을 한수원에도 납품하려고 했지만 다른 곳보다 어려워 포기했다"라며 "검증된 제품을 설치하겠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중 삼중 안전장치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 확보를 위해 개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에 고장 난 부분은 사소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가동 중지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자사 제품을 설치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김모 전기기술사는 "등급을 받은 원전 납품업체는 제한돼 있다"라며 "원전마피아라는 말에는 폐쇄성이 담겨있는 일종의 카르텔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문제는 제조물책임법도 검토해야 하지만 원전 사고에서 제조물책임법이 언급되는 경우는 지역에서 수십 년 살면서 한 번도 듣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조원호 전 장안읍 이장단협의회 회장은 "지역발전을 위해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을 지지하지만 사소한 고장일지라도 갑작스러운 원전 가동 중지는 원전 주변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라며 "원안위의 조사 결과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고리원자력본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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