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설비 비중 15%에 달하지만
발전기여도 설비량 10분의 1도 안돼
피크시간대 기여도도 1~2% 수준

전력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6월에 일일 최대전력이 8000만kW를 넘어서는 등 이른 폭염에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수급의 한 축을 담당하는 '태양광 발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름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장마가 이어져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능력이 떨어질 경우 전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월 30일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장마가 본격화한 지난주부터 29일까지 12~13시 기준 전력시장 내 태양광 발전 비중은 1~2%대에 그쳤다. 12~13시는 하루 중 태양광 발전 효율이 가장 높을 때지만 날씨가 흐리면서 출력이 크게 떨어졌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던 지난 6월 29일에는 12~13시 기준 태양광은 170만kW 규모가 출력돼 전력시장 내 발전 비중이 2.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17시 이후부터는 출력 비중이 0%로 떨어졌다. 태양광의 빈자리는 발전원 중에 가장 비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이 대신했다.

국내 태양광 설비는 전체 전력설비 비중(134GW) 가운데 15%(20GW)나 차지하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장마철 태양광의 발전 기여도는 설비량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름 장마가 통상 6월 말부터 한 달 가량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태양광 발전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6월부터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수요가 급증,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다시 말해 태양광의 전력 피크 기여도가 현저하게 낮아지고 이러한 변동성에 대응할 발전원이 없는 상황에서 본격 여름철을 맞기도 전에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7일부터 30일까지 비가 온 3일 연속 최대부하가 8400만kW를 넘었다. 그동안 6월에 최대전력부하가 8000만kW를 초과하는 날은 없었다. 예비율 역시 9~10%대 초반을 기록했다.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는 올 여름철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준공됐어야 할 신한울 1·2호기 등 원전이 가동을 하지 못하는 데다 석탄발전소도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지난 2013년 8월 이후 9년여 만에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동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한다.  

올여름은 평년보다 더 더울 것으로 예상돼 최대 전력 수요가 91.7~95.7GW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급능력은 100.9GW 수준을 보여 예비력이 최저 5.2GW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여름철 실적 대비 가장 낮은 수치다. 

정부는 전력 예비력이 5.5GW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전력수급 비상단계 1단계를 발령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전력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발령 기준을 6.5GW로 높여 잡기로 했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은 전력 변동성이 초 단위로 이뤄져 정부의 계획대로 태양광 발전의 전망·관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양수발전과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이는 지형적 특성 및 비용 문제 등의 한계를 지니고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현 수준보다 태양광 발전 비중이 더 늘어나면 전력망 불안정 등 부작용이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