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국회의원
김주영 국회의원

한전의 뿌리는 1898년의 한성전기 주식회사였다. 1961년 한국전력 주식회사, 그리고 1982년의 한국전력공사로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역사는 흘러 왔다. 2001년 발전부문이 6개 자회사로 분할되었지만 한전은 "한국전력공사법"이 규정하는 기업이다. 

기업은 수익을 추구하며 이윤을 못 내는 기업은 존재 의미가 없다. 한전은 작년부터 심각한 적자가 쌓이고 있는 "기업"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의 누적 적자가 10조 원을 넘었고 부채 규모는 145조로 자기자본의 두 배를 넘어섰1다. 최근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무총리, 경제부총리까지 모두 나서 한전을 질타했다. 한전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질타를 하는것일까? 의문스럽다. 잘 모르고 질타를 한다면 공기업 개혁이란 명분을 찾기 위한 시범케이스로 덩치만 크고 힘 없는 한 놈만 패기다. 기업의 존재 가치를 상실한 것이 한전의 현 주소이다. 왜 그럴까? 

깊은 산골짝이라도 5가구가 모이면 무조건 한전은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 수 킬로미터를 수억원을 들여서 전선로를 설치하여 전기를 보낸다. 이들이 한 달에 내는 전기요금은 불과 몇 만원이다.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각종 국가유공자, 심지어 3자녀 이상 가구에게도 전기요금을 깎아준다. 이렇게 들어가는 전기요금 할인액이 매년 8~9천억 원이다. 전국의 발전소와 송전선로 주변에도 한전은 돈을 지원한다. 혐오시설로 전락한 전력설비 주변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 역시 매년 6천억 원이 넘는다. 아파트의 낡은 변압기가 고장 나면 한전 직원이 나가서 고쳐준다. 아파트 주민은 한전 고객이 아닌데도 말이다. 민원이 들어오면 상업지역의 전선을 지자체와 한전 부담으로 땅속에 묻어 준다. 기업으로서 돈 안 되는 일을 해 주는 곳이 한전이다. 바로 전력산업의 공익성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전기 원가의 80%를 차지하는 연료비가 두 배 이상 뛰어도 전기요금은 올리지 못한다. 정상적인 기업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적자가 문제가 아니라 망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영의 신이라는 일본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스오' 명예회장이나 삼성전자의 '이건희' 전회장이 살아와도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도 한전은 적자의 늪에 빠져서 욕은 욕대로 먹고 있다. 공기업이라는 숙명 때문이다. 한전은 기업이 아니라 자선단체이다. 

공기업은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국가와 사회의 공익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 그래서 한전은 손해를 보고 있다. 정권이 바뀌더니 갑자기 한전을 비롯한 손해 보는 공기업을 윽박지르며 망신준다. 개혁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모두가 떠든다. 그들이 진정으로 개혁을 원하면 무엇보다 요금을 정상화하면 된다. 현 정부는 공익성보다 수익성을 높이 평가하겠다고 했다. 그럼 요금을 올려라. 하지만 어느 역대 정권도 그러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다 알 것이다. 연료비가 올라도 전기요금 인상은 언감생심이다. 그동안 물가관리라는 이름으로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전기요금을 너무 낮게 묶어 놨기에 아무도 전기절약에 관심이 없었다. 마치 생수로 목욕하고 빨래하는 셈이다. 모두가 정상이 아니다. 

탈원전 때문에 한전이 적자라는 말도 거짓이다. 문 정부의 지난 5년 실질적 탈원전은 없었다. 원전 이용율이 80%를 넘고 전체 전기 생산량의 32%를 넘긴 것이 문 정부였다. 그 앞의 정부에서 발생했던 원전 납품 비리와 안전성 문제로 이용율이 70%, 전체 전력생산량의 20% 아래로 떨어진 원자력 발전을 회복시킨 것이 문 정부였다. 전기요금 급등 문제의 핵심은 갑작스러운 국제유가 인상이었다. 정치적인 이유로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아서 국민들을 갈라치기 해서는 안 된다.  

이 시점에 적자를 보고 있는 한전을 탓할 것이 아니라 기업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공공요금을 묶어놓고 거기서 생긴 적자를 공기업의 탓으로 돌리면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 공기업에게 수익성을 요구하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 줘야 한다. 사업을 다각화하고 요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권한을 줘야 한다. 스포츠 게임에서 손발을 묶어 놓고 경기를 하라는 것은 공정이 아니다. 그런 결심을 하지 못하고 불공정을 방치하면서 감히 한전을 욕하고 탓하지 마라. 한전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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