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은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흔히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고 불린다.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에 장애를 일으키는데 시야 결손이 나타나고, 말기에는 시력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급성 녹내장으로 인한 각막부종으로 눈 색깔이 연한 청색이나 녹색으로 보여 이름이 붙었다는 설과, 말기에 동공의 색이 녹색으로 보여서 녹내장이라는 병명이 생겼다는 설이 있다. 

안구 내부의 적절한 압력은 눈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안압이 너무 낮으면 안구 자체가 작아지는 안구 위축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안압에 크게 영양을 미치는 것이 눈 안에서 생성되는 물인 방수다. 방수는 눈의 형태를 유지하고 눈 내부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홍채 뒤쪽의 모양체에서 매일 조금씩 생성되며, 생성된 양만큼 순환을 통해 눈 외부로 배출된다. 

그런데 방수가 너무 많이 생성되거나 흐름에 장애가 생겨 배출이 적어질 경우 눈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안압이 상승하게 되면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전체 녹내장 환자의 약 10%를 차지하는 급성 녹내장은, 안압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시신경이 손상되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눈의 충혈이 심해지고 어지럼증, 시력감소,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다면 급성 녹내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즉시 안과를 방문해야 한다.

반면 대부분의 녹내장은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고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머리가 무겁고, 불빛을 보면 빛무리가 나타난다거나,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듯한 답답함, 시야가 좁아지고 시력이 떨어짐을 느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환자 10명 중 7~8명이 정상 안압 녹내장 케이스라고 보고된다. 시신경이 약해진 나머지 정상 범위의 안압(21mmHg 이하)에서도 손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신경 약화의 원인에는 노화와 근시가 꼽힌다. 또한 녹내장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약한 시신경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상안압 녹내장의 경우 기본적으로 안압이 높지 않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여 꾸준히 관리한다면 시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녹내장의 가족력이 있거나, 평소 안압이 높은 경우, 또는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및 근시를 가진 사람에게서 발병률이 높다. 만약 이런 경우에 해당하신다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므로 정기적으로 안과를 찾아 검진받을 것을 권한다. 

녹내장은 방치하면 '실명질환', 발견하면 '관리질환'이다. 예방과 조기 발견이 최선의 치료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 드린다.

박영순 아이러브안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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