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국제 유가는 미국 셰일오일과의 경쟁, 중국의 성장 둔화, 코로나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이 겹쳐 오르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4월 22일 국제유가는 배럴당 13달러수준까지 급락했었다. 상황이 바뀌었다. 이로부터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은 2022년 3월 9일 국제유가는 배럴당 128달러까지 뛰었다. 저점 대비 고점까지의 상승률은 무려 846%다. 국제 유가는 지금 세계적인 소비자 물가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다. 에너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물가도 유가의 영향을 받는다. 유가 상승은 생산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유가는 지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가격이다. 유가가 뛴 요인은 그동안 유가 하락의 배경이 됐던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선 코로나가 가라앉으면서 석유수요가 회복됐다. 그 다음은 공급차질이 문제였다. 허리케인이 미국 남부지역을 강타하며 미국 원유 생산에 한 달 이상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고, 중국의 전력난도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2022년 2월 2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했다. 그렇지않아도 어려웠던 원유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 석유 생산국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는 하루 약 100만배럴씩 감산했고, 하반기에는 이 규모가 하루 300만배럴로 확대될 수 있다. 

수요의 증가와 공급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어떤 재화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지금의 고유가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빠른 공급의 증가는 가능할까. 우선 OPEC+ 회원국의 증산 여력은 현재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탄소중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로 방향을 틀며 석유 투자를 줄인 산유국이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증산 가능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도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개선을 검토하는 이유다. 이란도 있지만 역시 미국과의 핵 협정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미국의 석유기업들이 생산을 늘리는 것도 어렵다. 미국 연준이 달러를 찍어낼 수는 있어도 원유를 찍어낼 수는 없다. 미국 석유기업들은 ESG 경영으로 화석에너지 투자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미 도산해버린 셰일오일 기업도 많다. 공급을 빨리 늘리기 어렵다면 가격 안정은 수요를 줄여야 가능하다. 하지만 수요는 당분간 줄어들기 어렵다. 셰계 최대 석유 수입국은 중국이다. 중국의 석유 수요 감소는 건설 분야의 성장 둔화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지속적인 봉쇄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제 대도시 봉쇄를 풀며 에너지 수요를 회복하고 있다. 공급은 제한적인데, 산업용 수요 감소는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 지금 상황이다.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경기부진으로 수요가 자연적으로 줄어드는 것 뿐이다. 현재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이유는 유가 상승이다. 과거 고유가 사이클은 대략 10년 동안 지속되었다. 아무래도 단기간에 문제 해결은 어려워보인다.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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