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재량권 행사 지나치다는 비판 속 규제철학 변화 요구↑
미국 중요도 기반 규제 도입…원전 안전성, 이용률 제고 기여
美터키포인트원전, 공극 발견 후 NRC 통보 및 수리 착수 ‘눈길’

한수원 한빛본부 전경.
한수원 한빛본부 전경.

한빛 4호기 격납건물에서 발견된 공극(구멍)의 보수가 차일피일 지연되는 가운데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재량권 행사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 원안위 간 가동 원전의 안전성 판단에 대한 인식차에 주목하며 규제철학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979년 스리마일섬(TMI) 원전 사고를 경험한 후 원전 설비의 상대적인 중요도에 따라 안전성 판단을 달리하는 '중요도 기반 규제'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중요도 기반 규제는 모든 원전 사고가 반드시 핵연료가 손상되거나 녹아 방사선이 방출되는 중대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원전 설비의 상대적인 중요도에 따라 규제 수준을 달리 적용해 가동 원전의 안전성을 판정함으로써 안전성을 최대한 담보하고 원전 이용률도 높이는 규제방식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대사고로 연결되지 않는 설비상의 문제를 똑같은 중요도로 취급하다 보니 계획예방정비 기간이 연장되는 등 원전 이용률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원전 이용률은 지난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 경주지진(2016년)과 포항지진(2017년), 한빛 4호기 공극 사태(2017년) 등 대외환경 변화에 따라 65.9~90.7%로 크게 널뛰고 있다.

미국은 중요도 기반 규제가 본격적으로 작동되기 시작한 이후로는 줄곧 90% 내외의 안정적인 원전 이용률을 보인다.

전문가는 지난 2017년 불거진 한빛 4호기 공극 사태가 NRC가 채택한 중요도 기반 규제에 따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한다.

지난 2010년 미국 플로리다주에 소재한 터키포인트(Turkey Point)원전은 정기검사 중 격납용기 철판에 공극이 발견됐다. 해당 발전사는 규제 절차에 따라 NRC에 '비긴급' 문제를 통보하고 곧바로 보수에 들어갔다.

한 전문가는 "터키포인트원전 사례에서 잘 나타나듯 NRC는 격납건물 공극에 대해서는 발전사가 자체 수리한 후 압력 테스트를 통과하면 되는 사안으로 여기고 있다"며 "한빛 4호기 공극 사태가 미국에서 발생했다면 지금처럼 5년씩 가동을 못하는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관된 규제기준 적용 없이 문제가 터지는 족족 환경단체와 여론의 추이에 따라 가동여부를 결정하는 규제 포퓰리즘이 작동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또 "우리나라는 자동차로 치면 항상 출고상태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규제기관의 임무는 한정된 자원으로 가동 원전의 안전성을 최대한 담보하는 데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원안위의 규제철학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빛 4호기 보수 안건은 16일 열리는 제159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 상정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빛 4호기는 지난 4월부터 진행 중인 상부돔 내부철판(CLP) 부식 검사 결과에 따라 격납건물 구조건전성 평가를 재수행할지 기로에 서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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