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역대급’ 원전수출법 통과…백악관 전면 나서 원전수출 드라이브
미국 주도 원전 공급망에 韓 하청국가 편입 우려↑…“외교력 필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미국 주도의 글로벌 원전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수출 거버넌스만으로는 자칫 미국의 '하청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전 시공과 기자재 공급 이상의 목표 달성을 위한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지적 속에 최근 원전수출법안을 통과시킨 미국은 백악관이 직접 원전 수출을 챙겨 양국이 대조적인 양상이다.

지난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초당적 지지 속에 원전수출법안(International Nuclear Energy Act of 2022)을 통과시킨 뒤 자국 주도의 원전 공급망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법안에는 앞서 지난 2020년 4월 미 에너지부가 발표한 '원자력 경쟁력 회복 전략(Restoring America's Competitive Nuclear Energy Advantage)'에 제시된 글로벌 원전 공급망 구축에 대한 미국의 구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먼저 미 백악관 산하에 대통령 직속 원자력 부서를 신설해 원자력 정책을 총괄하고 금융지원과 핵연료 공급을 포함한 범부처 원전 수출 전략을 수립한다.

해당 부서는 국무부를 비롯해 상업부, 에너지부, 재무부, 미국수출입은행,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 등에서 파견된 인력으로 운용된다.

또한 잠재 원전 수요국인 체코와 폴란드, 사우디 등과 동맹국인 한국을 소위 '팀USA'로 묶어 신규 원전 시장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영구 퇴출한다는 복안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법안은 그동안 미 연방의회를 통과한 원자력 관련 법안 중 가장 강력한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팀USA 전략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이 원전 수요국과 동맹국을 일종의 하청국가로 재구조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법안은 미국이 향후 원전 시장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라며 "법안 통과 후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발표한 한미정상회담 전문을 살펴보면 미국의 의중이 대부분 관철돼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이 자국 웨스팅하우스의 노형인 AP1000을 신규 시장에 배치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시공과 기자재 제작에 강점을 지닌 우리나라가 웨스팅하우스와 협력 시 산업 생태계는 AP1000 노형에 대한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통상 80년 주기의 원전 사업 특성상 원전 독자 수출을 성공시켜야 운영 정비와 핵연료 공급을 포함한 원전 전주기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비록 미국과의 협력 초기 단계에는 웨스팅하우스 노형을 설치하더라도 시공과 제작 분야의 강점을 지렛대 삼아 APR1400 노형이 설치될 수 있도록 정권 차원의 외교력 발휘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전 수출은 기본적으로 대통령 비즈니스"라며 "미국은 백악관이 전면에 나서 강력한 원전수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면에 원전 수출 10기를 목표로 세운 우리는 산업부 차원의 범정부 원전 수출 추진단을 꾸리는 데 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시공과 제작을 넘어 운영 정비와 핵연료 공급 등 원전 사업 파이를 크게 가져갈 수 있도록 정권 차원에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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