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에너지정책 시작부터 엇박자…한전 적자해소 위해 반시장적 제도 강행
SMP 상한제 뿐 아니라 환경기여도 삭제 통한 민간 CP 삭감 등 부담 커져

윤석열 정부가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전력시장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산업부는 SMP 상한 등 반시장적 제도로 엇박자를 그리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정부 에너지정책이 손발이 맞지 않아 우왕좌왕하고 있다. 총리는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합리적 전력시장 요금체계를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반면 산업부는 전력도매요금인 계통한계가격(SMP)의 상한을 둬 발전업계의 이익을 통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정권 초기부터 방향이 어긋나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공요금 통제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한 총리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공공요금을 통제하는 것을 가장 좋지 않은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또 24일 규제혁신장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자유를 주고 결과에 책임지게 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자유를 보장하되 책임도 기업이 지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총리 발언과 달리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요금체계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다.

산업부는 규제혁신장관회의가 열린 날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력 등의 거래에 관한 지침'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며 전력도매시장에 SMP 상한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개정안은 SMP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한전의 전력구매비용의 급증을 막겠다는 것으로, 직전 3개월간의 SMP 가중평균이 이전 120개월간 상위 10% 이상일 경우 1개월간 SMP에 상한을 두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공공요금을 통제하지 않겠다는 한 총리의 발언과 대치할 뿐만 아니라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전력시장 요금체계를 조성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와도 대치된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정부는 최근 전력거래소 규칙개정위원회를 통해 민간발전의 용량요금(CP)을 삭감하는 내용의 전력시장 규칙 개정안을 강행하기도 했다. 이번 개정을 통해 기존 발전기여도 80%, 환경기여도 20%로 평가해 온 연료전환성과계수(FSF)에서 환경기여도가 삭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LNG를 주력으로 하는 민간발전사들의 CP가 대거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민간발전협회는 연간 LNG 발전소에서 줄어들 CP가 1000억원(가동률 90%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발전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올해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전기요금을 동결한 반면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급등한 연료비 탓에 한전이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가 되면서 생긴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땜빵식 대책이라는 것. 이를 두고 업계는 시장이 피해를 나눠갖는 게 아니라 전력시장의 근본적인 구조를 개선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권은 국정과제를 통해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전력시장을 조성하겠다고 할 뿐 아니라 한 총리까지 최근 나서서 시장의 자유와 책임에 대해 논하는 반면 산업부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 에너지 정책이 시작부터 엇박자를 그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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