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및 전력그룹사 사장단 회의 열고 재무개선 위한 자구 노력방안 공개
업계 전문가들 "원인과 대책 맞지 않아" 한 목소리…전기요금 현실화 시급

한전은 전력그룹사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재무개선을 위한 자구 계획을 발표했다.

한전과 전력그룹사가 해외사업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 재무개선을 위한 자구 방안을 총동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분기 8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한전의 문제 원인은 글로벌 에너지 비용 상승과 전기요금 비현실화 등 외부에 있는데, 내부에서 마른 걸레 쥐어짜는 대책밖에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지난 18일 한전은 전력그룹사 사장단 회의를 열고 해외사업지분 및 자산 매각,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을 주요 계획으로 하는 재무개선 자구 노력방안을 공개했다.

한전은 자회사 지분 가운데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만 남기고 대부분을 매각해 8000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곳이 자회사인 한전기술과 한전KDN이다. 한전기술은 보유 지분 가운데 14.77%를 매각하고 비상장사인 한전KDN은 상장 후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전이 운영 혹은 건설하고 있는 해외 석탄발전소를 모두 매각하고, 해외사업을 재편하는 등 1조900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석탄화력 경상정비 비용 절감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한전의 자구안을 두고 전력 전문가들은 "원인과 대책이 맞지 않는다"는 쓴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전력 분야 전문가들은 최근 한전의 경영 악화 문제를 두고 외부 요인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에너지 비용과 함께 비현실적인 전기요금이 적자의 주요 요인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뛰어오르는 LNG와 석탄 등 연료 가격이 우리 시장에서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서 국내 에너지 비용도 급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이 쉽지 않지만, 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월까지 SMP가 하루평균 kWh당 200원이 넘는 상황에서 소매가격은 반값에 가깝다 보니 팔면 팔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시장에서 한전의 경영 위기가 더 커졌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요금 현실화와 전력시장의 구조를 개선하는 등 외부요인의 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외부 요인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한전이 자구 대책으로 마른 걸레를 쥐어짜는 대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한전의 자구대책을 두고 전력 전문가들은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적자 규모가 수그러들거나 원복하는 추세가 아니라 점점 커지는 상황이어서 자산과 지분 조금 매각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내년에도 적자면 이번에는 무엇을 정리해야 하나. 결국 전기요금 현실화가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영탁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한전이 자구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책 자체는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지만, 한전 차원에서는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종수 서울대학교 기술경영경제정책 협동과정 교수는 "원인과 대책이 맞지 않는다. 자산 매각에 있어 신중한 태도로 임해야 하고, 무엇보다 한전의 지속적인 성장에 필수적인 자산과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며 "무엇보다 전기요금 현실화가 시급하다. 장기적으로 봤을때 이처럼 전력시장의 비효율이 이어지게 된다면 한전을 넘어 정부의 탄소중립을 위한 투자도 위축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다만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을 봤을 때 정부가 전기요금을 올리는 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산업 경쟁력 확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물가의 충격 등 경제와 정책적으로 일부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정부가 어려운 과제를 시작부터 안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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