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에 피폭됐다고 무조건 건강 염려하기보단
피폭량이 얼마인가에 따라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엑스레이・CT검사 방사선 피폭 우려할 정도 아냐
2Sv 이상 피폭 시 병원에 입원해 격리 치료 받아야

방사선의 인체 영향 메커니즘
방사선의 인체 영향 메커니즘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등 원전 사고는 물론 라돈 방출 침대, 월성원전 삼중수소 유출 사태 같은 방사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실제 피해와 별개로 과도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동시에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인체의 영향과 그 심각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역 의료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태곳적부터 이 세상 어디에나 방사선은 존재해 왔으며 우리는 지금도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방사선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1895년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에 의해서다.

방사선은 발견된 이후 의료, 과학, 교육,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였으며 인류 문명 발전에 지대하게 공헌했다. 그러나 원치 않는 방사선 노출, 즉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인체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고리원전 인근에 소재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수십 년 동안 방사선 의학 분야의 기초 연구를 임상에 적용해 실용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저선량 방사선 인체 영향 연구 △환경 방사선 해양 생태계 연구 △해양 천연물 활용 방사선 의약 소재 연구 △방사선 암 진단 치료 기술 연구(종양 줄기세포 표적 방사선 암 치료) △의료 방사선량 최적화 연구 등을 진행하며 원자력 비발전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따르면 신체적 영향으로는 백혈구 감소 등과 같이 방사선을 받은 후 비교적 빠른, 대개 1주 이내에 나타나는 급성적 영향과 백혈병처럼 때에 따라서는 10년, 20년의 긴 잠복기를 거친 후에 나타나는 영향(만성적 영향)이 있다.

◆전신에 방사선을 받은 경우

전신에 방사선을 받으면 선량 정도에 따라 영향이 나타나는 형태 및 증상이 다르다. 50~250mSv에서 혈액 속의 백혈구의 일종인 임파구에 염색체 이상이 나타나지만, 임상에서 문제가 되는 영향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1000mSv 전후에서 구역질이나 분명한 혈액의 변화가 나타난다.

◆조혈기관에 대한 영향

인체의 혈관을 흐르는 혈액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과 같은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혈액의 유형 성분은 대개 골수에서 만들어지지만 임파구는 임파기관(임파절, 비장)에서 만들어진다. 조혈기관이 방사선을 받아 혈액을 생산할 수 없게 되면 혈관의 혈액 변화로 관찰된다.

◆생식선에 대한 영향

생식선은 호르몬을 만드는 역할도 한다. 방사선 피폭으로 생식선에 신체적 영향과 유전적 영향이 나타난다.

◆위장관에 대한 영향

위장관 가운데 방사선의 영향을 받기 쉬운 장기는 소장이다. 소장이 10~15Gy 이상의 방사선을 받으면 소장의 상피세포가 장해를 받는다. 또 장의 운동, 소화액의 분비 등 장의 기능이 상실된다. 상피세포의 세포분열이 저지되기 때문에 점차 상피세포의 수가 부족하게 돼 장의 표면이 노출된 결과 수분 전해질이 신체로부터 손실되고 또 세균이 혈액에 침입해 사망하게 된다. 선량이 10~15Gy 이하면 항생물질의 사용, 수분ㆍ염류ㆍ영양의 보급을 통해 치료가 가능할 때도 있다.

◆만성영향

만성영향이란 방사선 피폭 후 상당 기간을 거쳐 나타나는 영향을 말한다. 방사선의 피폭과 증상의 발견 사이에는 장기간이 지난 후에 방사선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방사선에 의한 것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규명하기가 어렵다. 피폭의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저선량 방사선의 인체 영향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인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최소 선량은 0.1Sv, 즉 100mSv로 알려져 있다. 이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발생한 원폭 피해자들의 역학 연구와 다양한 핵시설 종사자들의 건강 영향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보고서에 따르면 1Sv 피폭 당 암 발생 위험은 5.5% 증가하며 유전영향은 0.2% 증가한다. 미국의 이온화방사선의 생물학적 효과에 관한 위원회(BEIR)에서는 100mSv 노출 시 이로 인한 암 발생이 인구 100명당 1명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정리하면 100mSv당 암 발생 위험이 1%씩, 암으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약 0.5%씩 증가하며 이는 피폭량에 비례해서 증가한다. 예컨대 한국인의 생애 암 발생률이 약 35%라고 한다면 평생 누적 방사선 피폭량이 100mSv일 경우 1% 증가해 36%가 되며 1Sv의 누적 피폭일 경우에는 10% 증가해 생애 암 발생률이 45%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100mSv 미만(저선량 방사선)의 피폭으로 인한 건강 영향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으며 앞으로 과학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따라서 병원에서 엑스레이 검사나 CT 검사를 몇 번 받는다고 해서 방사선 피폭에 의한 우려를 과도하게 할 필요는 없다. 사회적 이슈로 자리매김한 일본산 수산물이나 원전 삼중수소 누출, 라돈 방출 침대 사건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 역시 저선량 방사선에 속하는 구간으로 이로 인한 건강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고선량 방사선의 인체 영향

단기간에 0.5Sv 이상의 방사선에 피폭됐다면 일반혈액검사를 통해 백혈구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1Sv 이상의 피폭이면 비로소 이로 인한 증상이나 증후가 발생(결정론적 영향)하기 시작한다.

이 같은 고선량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증상으로는 구역, 구토, 설사, 두통, 발열, 전신 권태감, 식욕 감소, 의식 소실이 나타날 수 있으며, 피폭량이 많을수록 증상이 빨리 나타나고 증상의 강도도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2Sv 이상 피폭되면 병원에 입원해 격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 방법으로는 골수기능촉진제 투여, 예방적 항생제 투여, 수혈, 골수 이식 등이 있다. 4Sv에 피폭되면 치료받지 않을 시 약 50%의 치사율을 보이며, 8Sv 초과 시에는 어떠한 치료를 받아도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국소적으로 피부에 방사선 피폭을 받으면 방사선 화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방사선 화상을 보일 수 있는 최소 선량은 3Sv가량이며, 피폭량이 많을수록 탈모, 피부 벗겨짐, 궤양, 괴사 등이 나타난다.

20Sv 이상 피폭 시에는 피부 궤양 또는 괴사가 나타나며, 이러한 경우에는 드레싱이나 연고의 국소 도포 같은 보존적 치료로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해 화상 부위 절제 후 피부 이식 같은 수술적 처치가 필요하다.

고선량 방사선 피폭으로 상기한 증상 및 증후를 보인 후 1~2개월 이내에 회복 또는 사망하게 되며 회복 후에도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장기적인 영향, 즉 확률론적 영향 역시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장기간 추적관찰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방사선에 피폭되고 있으며 피폭량에 따라 인체의 건강 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방사선에 피폭됐다고 해서 무조건 건강을 염려하기보다는 피폭량이 얼마인가에 따라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방사선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생겼을 때 각종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나오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로 인해 인포데믹(infodemic)에 빠지는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본인이 어떤 사건 또는 사고에 의해서 방사선에 피폭됐거나 방사성물질에 오염됐다면 피폭량이 얼마나 되는지 검사를 받고 적절한 처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강진규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방사선비상진료 센터장은 "서울과 부산에 있는 원자력병원 방사선영향클리닉에서 치료할 수 있으니 피폭이 의심되면 방문해 검사와 상담을 받을 것"을 권했다.

강진규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이 기장소방서에서 방사능 사고에 대해 강의 중이다.
강진규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이 기장소방서에서 방사능 사고에 대해 강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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