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인프라, 탄소중립 속도와 정비례

배재훈 대표 "정부주도, 보급 확대에 유효...이젠 전환할 때"
이효영 대표 "과도한 영업비 지출 방지하는 방안 필요"
이충열 실장 "충전 관련 기술 발전 유도에 보조금 지원해야"
최윤창 센터장 "급속은 대기업 중심, 완속은 신기술 도입"

전기차 충전인프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과 미래 먹거리 측면에서 전기차는 핵심 산업이고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충전인프라 확충이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 충전 산업은 모빌리티와 에너지 사업의 접점이기도 하고 IT, 자동차 관련 서비스 등의 다양한 연계 사업 확장성도 크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전기차 충전인프라 확충에 힘써왔다. 지난 정부는 2025년까지 완속 50만대, 급속 1만5000대 등을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보조금을 통해 충전기 보급을 늘렸다. 새 정부도 충전기 설치 의무 강화, 충전요금 부담 경감 등의 전기차 충전인프라 관련 정책을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 전기차 보급을 위한 강한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하지만 산업이 초기 단계를 지나면서 공공주도 성장의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보조금을 타기 위한 무차별적 설치, 중국산 저가 충전부품 사용, 미흡한 충전기 관리 실태 등이 현 우리나라 충전시장의 현실이다.

이에 본지는 58주년 전기신문 창간 특집호를 맞아 진행한 전문가 좌담회를 통해 우리나라 전기차 충전인프라 시장의 현주소와 업계가 가야 할 길을 모색했다.

◆지금까지의 전기차 충전 보급 정책을 평가하자면.

이충열 SK시그넷 실장(이하 이): 국내 전기차 충전기 보급 정책은 현재까지는 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를 중심으로 한 정부 주도형으로 진행됐다. 단기간에 인프라 기반을 구축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전기차 보급 초기에는 민간의 자발적 투자를 하기에 사업모델 및 수익성 등의 이유로 어려움이 있었다. 전기차 보급 후발 국가로서는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적정한 정책 방향이었다고 본다.

이효영 클린일렉스 대표(이하 효): 지난 10여년간 환경부가 일관되게 충전인프라 보급 예산을 늘리면서 전기차 확산의 주연을 담당했고 산업부도 커플러(연결기) 규격을 완속 5-핀, 급속 CCS-1(콤보 1)으로 표준화한 것도 매우 성공적인 기술 정책이었다. 2017년부터 도시 중심의 공동주택 완속충전기 보급으로 전환한 정책도 우리나라 충전시장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아울러 CCS-1의 규격이 800V 고전압 전기차가 출시되고 초급속 충전기 설치가 시작되면서 충전기 제조기술도 한 단계 도약했다.

배재훈 지커넥트 대표(이하 배): 전기차 충전인프라 확대를 위해 추진했던 정부주도 정책은 유효했다고 본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 방식의 변경(신고제)으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충전기 인프라 운영보다는 단기적 수익을 추구하는 형태의 사업자가 다수 출현해 향후 충전기 운영의 안정성이 훼손됐다. 현재는 보조금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으로 여겨진다.

◆공공주도 성장, 특히 보조금 정책의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보조금 정책을 어떻게 추진돼야 하는가.

이: 향후 보조금 정책은 단순 충전기 구매비용 지원 목적이 아닌, 충전 관련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되는 것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현재의 획일적인 충전기 사양에 기반한 보조금 지원은 앞으로 충전기 기술 경쟁력이 세계시장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기업에서 제안하는 신기술이 접목된 부분은 별도의 보조금 영역으로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효: 환경부가 이미 보조금 종료를 예고했다. 2025년이 되면 진정한 경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또 올해부터 기축 주택단지에 2% 이상 충전기 설치가 법제화 됐다. 이제는 충전기 보조금이 지급 취지(충전기+전기공사비 보전)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정책을 도입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주택단지별로 환경부 신청 사이트에서 직접 신청하도록 한 후, 환경부가 25개 사업자에게 설치 지역을 분배해 주면 과도한 영업비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배: 현재시장은 다수의 전문 운영사업자가 자체투자 계획하에 보급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으로 충전인프라의 안정적 운영 측면에서 기존 보조금 정책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커질 것이 우려된다. 따라서 기존 보조금 정책을 일몰하고 민간주도의 건전하고 경쟁적인 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으로 생각된다.

◆보조금 제도가 폐지된다면 대안은 있는가?

이: 충전기 보조금 제도가 바로 폐지된다면 민간 충전사업자 육성과 활성화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민간 사업자의 다양한 사업모델을 추진할 수 있는 규제 개선과 세금감면, 탄소포인트 등의 적극적인 후방 지원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효: 2020년에 비공용충전기 보조금이 폐지됐지만 필요한 사람들은 자비로 사서 설치하고 있다. 공공주택 부분공용 충전기 보조금도 차별한다는 문제 때문에 계속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주차면의 2% 설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주택단지 별로 직접 사이트에 신청한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전환해도 될 것이다.

배: 정부는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비용을 지원했으면 한다. 실제 수전 용량이 부족해서 충전기 설치를 못 하는 기축 건물이 많다. 변압기를 증설하자면 1500kW 1기에 6000만원이나 해서 증설도 어렵다. 보조금 예산을 충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난해부터 대기업이 충전시장에 진출하고 거대 자금이 유입되고 있으며 여러 업체가 자금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 선점 전략 및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현재 충전시장 동향과 앞으로의 충전시장 모습을 전망해 달라.

최윤창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전기차충전기술센터 센터장(이하 최): 현재 전기차 충전시장은 충전속도를 높이기 위한 초급속 충전기 보급과 공동주택 내 충전기 설치 확대 방침으로 확장되고 있다. 초급속 충전기의 경우 고속도로 휴게소 또는 주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초급속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보급해 충전 시간 단축을 위해 정부 및 완성차 업체에서 직접 투자를 시행 중이다. 다만 해당 분야는 대용량 전력을 사용함에 따라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대기업 또는 정부 위주의 보급사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공동주택 충전기는 국내 거주 환경 중 약 65% 이상이 공동주택(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고 전기차의 구매자 또한 공동주택 거주비율이 지속적으로 높다. 올해부터 보급예정인 과금형콘센트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공동주택에 보급이 많이 될 것으로 판단되고 이에 따른 공동주택 내 전력인프라 관리를 위한 스마트 충전시장이 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효: 주택단지에 전기차와 충전설비가 증가하게 되면 통신설비 운영과 유사한 충전설비 운영 개념이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충전설비 위탁운영을 현재는 충전사업자만 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앞으로는 충전기 제조사에 운영을 맡기는 경우도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본다. 또 충전사업이 성장, 발전해 가면서 통신이나 케이블TV 시장에서 일어났던 통폐합과 유사한 통폐합과 융·복합화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배: 현재 중소기업 구조에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으로 전환이 예상되며 산업 밸류체인상의 제조, 운영, 플랫폼을 겸업하는 사업자에서 향후에는 영역별로 특화되어 전문화되는 구조로 재편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충전기 제조업은 앞으로도 많은 R&D 투자와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 구축 및 고객대응 서비스 기반 마련을 위한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하므로 거대 자금의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은 자연적인 순리로 판단된다. 또 충전서비스업도 충전기 설치를 위한 상면 확보가 첫 번째 필수 요소이고 다양한 사업모델을 위한 연계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소서비스 사업자보다 막대한 자금력과 기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이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나 유럽의 경우 대기업군의 서비스사업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본인들만의 특화된 차별성을 가진 중소서비스 사업자도 다수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국내 중소서비스 사업자들의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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