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당 1대 완충…“전기차는 못 따라오지”
총 50억 건설비, 모든 전자기기 방폭설계로 최고 안전
충전기 노즐 아이싱 문제 해결, 시간당 10대씩 충전
핵심설비 압축기 국산제품 사용, 세계가스총회 기간 홍보
가스公 2040년 해외 그린수소 121만t 생산 및 도입

2020년 수소유통전담기관으로 선정된 가스공사에는 단순히 수소 유통시장의 관리 감독 권한만 주어진 게 아니라 유통시장을 활성화하는 책임도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가스공사는 국가 천연가스 유일 도매사업자로서의 역량과 경험을 살려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생산부터 도입, 유통, 판매까지 각 영역에서 활발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가스공사는 대구혁신도시 수소충전소의 준공을 마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이 충전소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가스공사 자체 기술을 통해 고질적인 충전기 아이싱 문제를 해결해 충전시간을 앞당겼으며, 충전소의 핵심설비인 압축기를 국산제품으로 사용해 K-수소의 실력을 보여주는 랜드마크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수소 셀프충전 시대 준비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대구=윤병효 기자] 지난 10일 찾아간 대구혁신도시 한국가스공사 본사 앞쪽 지역에 설치된 직영 2호 수소충전소은 준공식 준비를 위한 청소작업이 한창이었다.

충전소에서 가장 눈에 띄인 것은 ‘H₂U’라는 브랜드였다. 전체적으로 흰색 바탕의 충전소에 H₂U 브랜드가 빨간색으로 큼직하게 쓰여져 있어 눈에 금방 들어왔다. H₂U는 가스공사가 수소충전소 직영점 운영을 위해 제작한 브랜드로, ‘수소를 국민들에게 공급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는 108개의 수소충전소가 운영 중에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에 지어진 대구혁신도시 충전소는 몇 가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지난해 7월 준공을 마치고 운영에 들어간 김해충전소에 이어 가스공사의 직영 2호점이며, 전국 혁신도시 내에 들어선 수소충전소로는 1호점이다.

주문성 가스공사 수소사업운영처 수소사업운영부 부장은 “혁신도시에는 많은 공공기관이 있고 여기 대구혁신도시에도 마찬가지이다. 공공기관들은 수소차 구매 의향이 높지만 충전 불편함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충전소 구축으로 대구혁신도시 내 공공기관들의 수소차 구매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전국 혁신도시 내에도 충전소가 계속 구축되면서 수소차 보급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전소의 핵심 장치가 국산이라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충전소는 크게 디스펜서(차량 충전기), 압축기, 저장용기, 트레일러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핵심설비인 압축기는 국내 최고 압축기 제조업체인 광신기계공업 제품을 사용했다. 

압축기는 수소를 높은 압력으로 만드는 설비이기 때문에 매우 정밀하면서도 튼튼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존 대부분의 충전소들은 수소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 독일, 프랑스 제품을 주로 채택해 왔다. 중화학이 발달한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압축기 업체들이 있고 이 가운데 광신기계공업은 5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압축기를 전문 제작해 온 업체이다.

대구혁신도시 충전소는 실증을 거친 국산제품을 사용함으로써 국내 시장을 활성화함과 동시에 세계시장에 국내 기술력을 뽐낼 수 있는 랜드마크인 셈이다. 때마침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세계가스총회(WGC2022)가 진행되면서 많은 세계 수소산업 관계자들이 이 충전소를 찾을 예정이어서 국산제품을 홍보하는 기회의 장이 될 예정이다.

충전소에서 사용하는 수소는 국내 최대 수소생산업체인 울산 덕양에서 트레일러로 조달한다. 트레일러 1대당 최대 330kg의 압축 수소를 운반할 수 있다. 충전소로 운반한 수소는 압축기를 통해 900bar로 압축한 뒤 저장용기에 저장한다. 저장된 압축수소는 영하 33도에서 40도로 냉각된 뒤 디스펜서를 통해 차량에 충전된다. 

대구혁신도시 충전소는 현대차 수소승용차인 넥쏘 기준으로 시간당 10대, 수소버스는 2대 충전이 가능하다. 넥쏘는 완충시간이 6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는 초기 충전소에 비하면 1.5~2배나 빨라진 것이다.

초기 충전소의 충전기는 영하 40도까지 냉각된 수소로 인해 충전기 노즐 부분에 살얼음이 끼는 아이싱 현상이 생겨 이를 녹이면서 충전해야 해 속도가 느려지는 단점이 있었다. 대구혁신도시 충전소 충전기에는 살얼음을 녹일 수 있도록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에어콤프레서가 설치돼 문제를 해결했다.

빠른 충전은 친환경차 경쟁에서 수소차의 경쟁력을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주 부장은 “전기차는 완전 충전까지 아무리 빨라야 40분 이상 걸리는데 수소차는 6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특히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주행거리가 훨씬 길어 충전 부분에서는 확실히 앞서 있다. 요금 부분도 앞으로 전기요금은 오르지만 수소요금은 내려가기 때문에 충전소만 더 많이 보급되면 친환경차 경쟁에서 수소차가 앞선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구혁신도시 충전소는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첫 수소 셀프충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았으며 준비과정을 통해 오는 8월부터 본격 시범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 부장은 “현재 수소안전전담기관인 가스안전공사와 함께 셀프충전 매뉴얼을 개발 중이며 이후 실사 및 심사를 통해 셀프충전 운영을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대구혁신도시 충전소 구축에는 총 50억원가량이 소요됐다. 엄격한 방폭기준이 적용되면서 셀프충전을 위해 디스펜서 옆에 설치된 계산기와 충전소에 설치된 모든 조명에도 방폭설계가 적용됐다. 또한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수소 불꽃을 감지하는 적외선 카메라도 설치되는 등 완벽한 안전시설이 구축돼 있다. 

수소충전소 운영업무를 전담하는 가스공사 사내기업인 한국그린충전 관계자는 “충전소 내 모든 전자기기에 방폭 설계가 적용됐을 뿐만 아니라 충전기 앞부분에는 차량의 충전 온도, 압력 등에 관한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센서가 장착돼 있어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을 경우 충전이 차단된다”며 “안전에 관한한 철저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충전소에는 28평 규모의 수소 홍보관이 마련돼 일반인들에게 수소에너지가 무엇인지, 가스공사는 어떤 수소사업을 구상하고 진행 중인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2040년 해외 그린수소 121만t 도입

가스공사는 2030년 그레이‧블루수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040년에는 그린수소 생태계를 구축해 청정수소 사회로의 전환에 앞장서는 수소 비전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17.1GW를 구축하고 해외 그린수소를 2025년 10만t, 2030년 20만t, 2040년 121만t을 생산 및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국에 15개의 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하이넷 150개와 직영 2개 등 총 152개의 충전소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인천, 평택, 당진, 통영, 부산 등 5개 지역의 LNG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총 500M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를 구축해 친환경 전력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가스공사는 2020년 7월 수소유통전담기관으로 지정돼 수소가격 안정화와 거래활성화 및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수소유통센터를 구축 및 운영하고 있다. 수소유통센터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수소 유통체계 구축을 위해 ▲유통 및 거래 ▲적정가격 유지 ▲운영정보의 수집·제공 ▲수급관리 ▲최적운송망 구축 및 운영 ▲공정한 유통질서 확립 등에 관한 역할을 수행한다.

가스공사는 모바일로 쉽게 수소충전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10월부터 수소충전소 실시간 정보앱 하잉(Hying)을 서비스하고 있다. 하잉앱은 각 충전소에 설치된 판매관리시스템(POS) 등을 통해 충전소 운영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앱에서는 ▲실시간 영업·고장정보, 대기차량수, 충전가능량 ▲내주변 가까운 충전소 위치안내 ▲출발 및 도착지 경로상 충전소 검색 ▲충전소별 판매가격, 할인정보 등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