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형 태양광, 노후를 부탁해"
600평 기준으로 20년간 연 1000만원 순수익
영농형 태양광협회, 이상적인 구조물 간격과 공사기법 마련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 마련된 솔라팜의 영농형 태양광 시범단지.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 마련된 솔라팜의 영농형 태양광 시범단지. 

낮 최고 온도 28도로 평년을 웃도는 기온. 그러나 구름이 많이 낀 날씨.

태양광발전을 하는데 다소 아쉬운 날씨였던 5월 12일,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솔라팜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기차로 오송까지 이동 후 다시 자동차로 30분을 달리니 어느덧 논길로 접어들었다.

목적지와 가까워지니 멀리 지붕처럼 태양광을 씌운 밭이 보였다. 솔라팜의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다.

솔라팜은 201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고 벼를 수확한 기업이다. 김창한 솔라팜 대표는 현재 영농형 태양광협회에서 사무총장을 맡아 영농형 태양광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평생 농사에 매달려온 김 사무총장은 농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오랫동안 농민운동을 펼쳐왔다. 그가 영농형 태양광을 접하게 된 것 또한 농민들의 소득 불안정을 해결하고 고정수익을 낼 방법을 찾아 헤맨 결과다.

김 사무총장은 "1999년부터 2년 동안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며 대규모의 농민시위가 일어났다"며 "농민들이 손익분기를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정부에서도 쉽게 풀 수 없는 문제였는데 농민들도 고정수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더라"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일본이 영농형 태양광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바로 일본으로 향했다. 그는 당시 일본에서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하던 조합 법인으로부터 방법을 배워 우리나라에 들여왔다.

김 사무총장은 "일본에서 영농형 태양광으로 고정수익을 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얼마를 버는지도, 얼마가 들어가는지도 몰랐지만 20년간의 고정수익과 농사도 할 수 있다는 소식에 일본으로 향한 것"이라고 회상했다.

김 사무총장은 솔라팜 사무실에서 약 500m 떨어진 시범단지로 안내했다.

솔라팜은 해당 시범단지와 사무실 바로 뒤의 시범단지를 합쳐 양파를 700평, 감자를 500평 규모의 밭에서 기르고 있다. 농민의 고정수익을 고민하던 그가 찾은 해답이다.

김 사무총장은 "600평에서 감자를 재배하면 연 150만원 정도의 수익이 생긴다"며 "반면 같은 평수에 100kWh를 생산하는 모듈을 설치하면 태양광발전으로 20년 동안 연 1000만원의 순수익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시범단지 입구에는 발전현황 모니터링이 설치돼 있다. 오전 11시 30분 기준으로 현재 발전량은 67.5kWh, 당일 발전량은 128Wh였다. 현재 발전량이 100kWh에 못 미치는 이유로 김 사무총장은 구름이 많이 낀 날씨를 탓했다.

솔라팜의 시범단지 입구에 설치된 발전현황 모니터링 시스템.
솔라팜의 시범단지 입구에 설치된 발전현황 모니터링 시스템.

모니터링 너머로 펼쳐진 밭은 예상과 매우 달랐다.

멀리서 봤을 때는 촘촘하게 설치된 태양광 모듈 아래 제법 많은 그늘이 졌을 거라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밭은 그늘이 든 곳을 쉽게 구분하기가 어려웠고 곳곳마다 시설물 사이로 태양빛이 작물에 내리쬐고 있었다.

올해 농사가 잘됐다는 김 사무총장의 설명처럼 파란 양파잎과 감자잎이 한가득 펼쳐진 모습이다.

모듈이 만든 그늘을 찾아가면 약간 서늘했지만 완벽하게 태양을 막는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마치 잎이 듬성듬성 남은 나뭇가지 사이로 태양이 내리쬐는 듯해 모자가 필요해 보였다.

성인 팔목만 한 두께의 파이프를 트러스(여러 개의 직선 부재들을 한 개 또는 그 이상의 삼각형 형태로 배열하고 각 부재를 절점에서 연결해 뼈대를 만드는 구조) 형태로 얽고 그 위에 하프셀 모듈을 설치해 태양 빛이 잘 스며들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민의 시선은 달랐다.

김 사무총장은 "최대한 태양 빛이 잘 들어오게 해서 그늘이 많지 않아 보이지만 작물들은 영향을 받는다"며 "다만 태양이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그늘이 생기는 곳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작물이 골고루 태양 빛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한 영농형 태양광협회 사무총장(솔라팜 대표)이 태양광 구조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태양광 구조물에서 생기는 그늘이 밭에 무조건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도 편견이었다. 구조물에서 생기는 그늘이 작물에 따라서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오히려 태양광의 그늘에 들어간 작물의 상태가 좋았다"며 "여름에는 너무 심하게 빛이 내리쬐지 않아 작물이 마르지 않고 겨울에는 서리가 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 그늘 밑의 양파는 직사광선을 받는 곳보다 마른 잎이 적어 보였다.

그늘이 눈에 익으며 구분이 될 때쯤 보니 같은 밭 안에서도 모듈 아래 그늘의 진하기가 달랐다. 일반형 모듈과 투과형 모듈, 양면모듈 등 3개 모듈이 설치됐기 때문이다.

김 사무총장은 "일반형 모듈보다 투과형 모듈이 태양 빛의 투과율이 높고 발전효율은 양면모듈이 더 좋다"며 "영농형 태양광을 문의하는 농민들에게 각 모듈의 차이를 설명해주고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구 앞 양파밭의 구조물은 원형 파이프지만 안쪽 감자밭은 사각형 파이프인 것도 특이하다. 처음 일본에서 기술을 들여왔을 때 일본처럼 사각형 파이프를 사용했지만 시행착오 끝에 더 저렴하고 충격에 강한 원형 파이프로 바뀐 것이다. 자세히 보니 감자밭 한편의 사각기둥은 농기계에 들이받힌 듯 휘어져 있다.

농기계와 부딪혀 휘어진 기둥

김 사무총장은 "사각형은 충격에 취약해서 트랙터가 부딪치면 바로 휜다"며 "반면 원형 구조는 조금 패일 뿐 구조적 변화가 없고 지름도 1㎝ 정도 작아 사각형보다 싸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농형 태양광의 비밀로 '간격'을 꼽았다.

농기계가 들어오면서도 태양광이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너비와 높이를 찾아내야 했다. 또 기둥이 재배면적에 주는 영향을 줄이는 등 공간과 간격을 고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 사무총장은 경험을 통해 가로세로 6m, 높이 4m가 구조물의 가장 이상적인 간격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단순한 수치지만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는 "모를 심고 로터리를 만들 때 남는 공간을 고려해서 기둥을 세워야 하는데 처음에 맡긴 일반 태양광 시공업체들은 이를 몰랐다"며 "바쁜 모내기 때 3~4시간 걸릴 작업을 7~8시간 걸리며 진퇴양난에 빠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둥은 하부에 원판을 대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기둥에 직접 나사를 체결하는 방식이다. 원판의 너비만큼 농사를 지을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원판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을 고안한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원판을 설치하면 90㎝가 필요하지만 현재 방식은 60㎝로 더 효율적이다"라며 "그늘을 더 없애기 위해 구조물도 더 간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판을 사용하지 않는 고정방식.

보통 태양광 모듈은 20년이 지나면 발전 효율 저하로 폐모듈로 분류된다. 김 사무총장은 이에 대한 대비책도 이미 세웠다.

그는 "20년 후에는 폐모듈로 분류되지만 발전효율이 15% 정도 저하될 뿐 발전이 안 되는 건 아니다"라며 "구조물 자체가 튼튼한 만큼 연장해서 발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설비를 해체한다고 해도 모듈의 재활용 기술도 확보됐고 전선이나 구조물은 재활용할 수 있어 팔면 된다"며 "기둥을 설치할 때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철거 과정을 생각해 고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무총장은 영농형 태양광이 농촌의 희망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노인들의 수명이 늘고 있는데 연금과도 같은 영농형 태양광이 확산하면 자식들의 부담도 줄지 않겠나"라며 "귀농, 귀촌을 꿈꾸는 젊은 사람들 또한 고정수익이 있으면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농형 태양광이 아니라면 앞으로의 농민들에게 비전은 없으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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