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주민수용성 문제로 지연
국가 전력계통 안정성 우려 제기
보상 방안 등 갈등 해결 이후 사업 속속 재개
전자파 없고 장거리 송전 유리, 안전・효율 평가

그동안 국내 곳곳에서 우여곡적을 겪었던 HVDC(초고압직류송전) 사업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앞서 계획한 추진 일정보다 상당기간 지연돼 일각에서는 계통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왔다. 그러나 동해안~신가평, 제주~완도 제3연계선 등의 사업이 속도를 내기시작하면서 이러한 우려가 점차 가시고 있는 모습이다.

◆난항 겪었던 동해안∼신가평·제주~완도 등 사업 본궤도

동해안∼신가평 500㎸ 직류 장거리 HVDC 건설사업 경과지.
동해안∼신가평 500㎸ 직류 장거리 HVDC 건설사업 경과지.

먼저 동해안∼신가평 500㎸ 직류 장거리 HVDC 건설사업의 경우 최근 서부구간 최적경과지 선정을 완료하고 전기공사 업계와 세부 설비계획 및 시공관련 사안들을 논의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확정된 이 사업은 한국전력공사가 동부구간과 서부구간에 총 230km에 걸쳐 직류송전선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동해안 일대에는 현재 신한울 1호기(1.4GW)와 신한울 2호기(1.4GW)가 운영허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강릉안인 1호기(1.0GW), 강릉안인2호기(1.0GW), 삼척화력1.2호기(2.0GW)가 속속 준공될 예정이다.

오는 2024년까지 모두 준공되는 이 발전소들이 갖는 총 발전 규모는 17GW에 달한다. 문제는 기존 송전선로 11.6GW로는 송전용량 5.4GW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새로운 송전선로를 구축해 수도권으로 전력을 공급하려는 계획이다.

한전이 건설하는 이 송전선로는 1GW가 218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용량으로 동해안~신가평 직류송전선로 건설로 얻는 전력공급 5.4GW 용량은 수도권 117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발전규모이다.

한전은 횡성부터 가평까지 총 90㎞(홍천·횡성·양평·가평) 에 걸쳐 170기의 송전탑을 건설하는 내용의 서부구간과 울진부터 평창(울진·삼척·봉화·영원·정선·평창)까지 이어지는 140㎞ 송전탑을 건설하는 내용의 동부구간을 나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새 송전선로 공사는 늦어도 오는 2025년 6월 준공돼야 생산지의 전력생산이 차질없이 수도권으로 공급될 수 있다. 그동안 주민 반대로 사업이 지연됐으나 한전은 조속히 사업을 진행해 전력공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서부구간 최적경과지 선정을 마쳤다. 한전은 올해 내에 7개 공구가 예정된 동부구간 공사를 발주한다는 구상이다. 이후 내년 하반기에는 서부구간 공사를 발주하고 2025년 6월까지 사업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동제주~완도 HVDC 제3연계선 건설사업 노선도.
동제주~완도 HVDC 제3연계선 건설사업 노선도.

동해안∼신가평 사업과 함께 동제주~완도 HVDC 제3연계선 건설공사도 현재 한창 추진중에 있다.

제주~내륙 초고압 직류 송전선로 제3연계선은 한전이 제주 지역과 내륙 지역의 계통을 보강하기 위해 구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제주와 내륙을 연결하는 3번째 해저 전력망이다.

앞서 1998년에는 제주~해남간 제1연계선이 2013년에는 제주~진도간 제2연계선이 준공된 바 있다.

제3연계선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16년 12월 용역발주를 시작으로 사업을 추진 돼왔다. 한전은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업실시계획 승인을 받고 착공을 계획했지만 완도군 주민들이 건설에 반대하면서 착공이 미뤄져 왔다.

그러나 한전이 주민들을 꾸준히 설득하고 보상 방안 등을 마련, 최근 들어 사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완도 및 동제주 측과 해저케이블 어업권보상 합의를 완료한 뒤 올 1월에는 한전-완도군 상생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MOU(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 4월 착공식을 열어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제주와 완도까지 100㎞ 송전선(해저 90㎞, 육상 10㎞)을 HVDC 해저케이블로 연결한다. 해저케이블 2개 라인을 포설해 제주도의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제주도의 재생에너지를 육지로 전송하도록 한다.

이 사업은 지난 2015년 발표된 정부의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추진돼 왔다. 총사업비는 변환설비 및 해저케이블을 합해 약 47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설비용량 150㎸, 200㎿ 전압형 HVDC 변환소 2개가 구축될 예정이다.

이번에 착공하는 전력망은 전력의 전송 방향 변경이 용이한 '전압형' 기술이 최초로 적용될 예정이다. 전압형 기술은 기존 전류형과 비교해 전력 전송 방향 전환이 용이하고 빠르게 양방향 송전이 가능하다.

최근 제주도는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전력계통 문제를 겪으며 전력을 육지로 역송하고 있다. 기존보다 신속하게 송전이 가능한 신기술이 적용된 만큼 제주도 전력 문제뿐 아니라 이번 HVDC가 연계되는 내륙 지역의 계통 안정화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은 오는 7월 변전기기 설치, 12월 케이블 설치, 내년 8월 변환기 설치를 완료하고 내년 12월 운전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현장중심의 최적의 공정을 위해 '공정관리 비상대책 TF'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핵심공정 집중관리를 통한 공정 지연요소 사전검토 및 조기해결에 나서는 한편 분야별 현안사항 합동해결, 연관공정 최적화 등 종합적 공전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왜 HVDC 사업인가…안전성·효율성 최고 기술

HVDC 직류송전 개념도.
HVDC 직류송전 개념도.

이상기후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전력수요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몇년 사이 재생에너지 확대 및 분산형 전원 등의 비중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원자력 발전 등의 기저발전의 의존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부와 한전은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전력수급은 물론, 전력수송을 위해 대규모 송전선로를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지역 주민과의 마찰 등 많은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한전에서는 전자파 없는 직류송전 방식인 HVDC 방식을 도입해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에 적용하고 있다.

HVDC는 현존하는 송전선로 중 안전성과 효율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미국·유럽 등의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브라질·인도 등에서 적용하고 있다.

HVDC의 장점은 장거리 송전 시 전력손실 감소 및 경제성 확보 등이 용이하다. 특히 경관 저해 감소 전자파 발생 미비 등으 측면에서 주민수용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고압의 교류 전력을 전력변환기를 이용해 고압의 직류전력으로 변환시켜 송전한 후 전기를 받는 곳에서 다시 전력변환기를 이용해 교류전력으로 변환해 공급한다. 때문에 장거리 송전이 유리하다 장점을 지닌다.

장거리 송전 시 같은 크기의 전선에서는 직류가 교류보다 2배 이상 송전될 수 있다. 이에 직류 송전이 교류 송전에 비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교류 송전탑(왼쪽)-직류 송전탑(오른쪽) 비교.
교류 송전탑(왼쪽)-직류 송전탑(오른쪽) 비교.

또 같은 전력 전송 시 송전의 철탑 면적과 수량이 훨씬 덜 요구된다. 직류 전압은 교류 전압의 최댓값에 비해 크기가 약 70%에 불과해 기기의 절연이 용이하고 전압이 낮아 각 기기에 설치돼 있는 절연체의 수량 및 철탑의 높이를 줄일 수 있다. 직류 송전탑 높이는 동일 송전용량의 교류 송전탑대비 약 75%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작고 철탑 선하지 면적(철탑의 최외측에 있는 송전선로 아래의 토지 면적)도 10% 이상 감소시킴으로서 환경피해를 저감할 수 있다.

HVDC 송전은 동일한 용량의 AC송전보다 손실이 낮다. 교류는 변압기를 이용하며 무효전력까지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큰 반면 HVDC는 항상 일정한 전압과 극성을 갖기 때문에 선로에서의 손실이 적어 전력변환 손실만 고려해주면 된다.

무엇보다 시간 변동에 따른 전압과 전류의 크기와 방향이 일정해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으며 직류송전에 의해 형성된 자계는 지구에서 발생되는 자계와 동일한 수준으로 전자파에 따른 건강영향에 대한 논란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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