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증가와 에너지 위기에 고도화하는 DR
패스트DR, 플러스DR 등 활용도 높아져

수요반응 거래시장 개요
수요반응 거래시장 개요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트렌드로 인해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전력수요관리(DR·Demand Response)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DR이 비싼 발전기 가동을 줄여 SMP를 낮추는 역할을 하고 예비력 관리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약간이라도 줄이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용성 덕에 지난 4월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미래 먹거리산업 신성장 전략'에도 DR이 새로운 서비스 모델 창출을 위한 전력 신산업에 포함되기도 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에너지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다양한 DR 활용법을 통해 국가의 전력관리 수준을 고도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첨병 역할로 기대감이 높아지는 DR을 정리했다.

◆2년째 발령 없어...올해 효용 증명하나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에너지수요관리 제도 활성화로 발전소 건설 없이 전력수급 안정화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에너지수요관리 제도 활성화로 발전소 건설 없이 전력수급 안정화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DR은 전력거래소와 계약한 기업이 국가의 요구분만큼 전기 사용을 줄이면 정부가 이를 금액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다. 수요반응, 수요자원, 수요관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2022년 1월을 기준으로 5034개 사의 약 4.6GW가 자원으로 등록돼 있으며 27개 수요관리 사업자가 시장에 참여 중이다.

2020년 1월 개편된 DR은 크게 자발적DR과 신뢰성DR 두 가지로 나뉘었다. 자발적DR은 기업이 전력거래소의 입찰에 참여해 낙찰될 경우 실적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받는다. 발전기와 동일하게 입찰에 참여해 고비용 발전기 가동을 대체하는 경제성DR, 동계와 하계 전력수급대책상 목표수요 초과 시 예비력을 확보하는 피크수요DR, 고농도의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발령 시 미세먼지 원인 중 하나인 화력발전 가동을 대체하는 미세먼지DR이 이에 해당한다.

신뢰성DR은 의무절전 방식으로 예비력 5.5GW 미만 등 국가의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거래소가 사전 등록 자원을 대상으로 수요조정 요청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력 예비율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피크수요를 낮출 수 있으며 발전소 과다 건설로 인한 비용 낭비 등을 막을 수 있다.

다만 개편 이후 신뢰성DR은 발령 기준이 까다로워져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DR의 기본정산금으로만 2019년 2128억원, 2020년 1985억원이 지급되고 있다"며 "까다로운 발령 기준을 낮춰 시장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DR 업계 관계자는 "올해처럼 에너지 위기가 예상되는 해에 DR이 그 효용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업계 내에서도 노하우 증진 등으로 감축시험에서 이행률이 높으며 언제든 발령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충전 활용할까...플러스DR은 개정 속도전

탐라해상풍력단지 전경.(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탐라해상풍력단지 전경.(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플러스DR'은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주목받고 있다. 일반DR과는 정반대의 개념을 가진 DR이다. 발전량 증가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잉여전력이 생길 때 전기 사용을 늘려 잉여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전력은 일반적으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공급이 소비보다 부족할 때 정전이 발생하지만, 반대의 경우로 전력이 너무 많이 남는다면 수용량 초과로 배전 설비가 파괴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증가로 전력이 남는 현상이 발생하는 제주도를 중심으로 플러스DR 활용방안 등이 추진되고 있다. HVDC 역전송과 출력제어로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전력이 남는 문제가 점차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전력당국은 '전력계통섬'인 국내 상황을 축소판인 제주도에서 실증하는 것이다. 플러스DR의 경우엔 전기차를 활용한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전력이 넘치는 시간에 전기차 보유자가 차를 충전하면 오히려 정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도입 1년이 넘었음에도 제주도에서 플러스DR 발령은 6개월간 단 3차례에 불과했고 용량마저 크지 않았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거래소는 현재 하루 전 시장으로 운영되는 플러스DR을 당일 시장으로 바꿔 발령 가능성을 높이려고 시도하고 있다. 70MW 이상에만 발령되던 기준치를 낮추고 오전과 3시간 전에도 발령이 나도록 규칙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5월 말 열리는 규칙개정위원회에서 이러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실질적으로 플러스DR 활용도가 높아지고 전력 계통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견된다.

◆국민DR, '미세먼지 척결자'에서 '누구나 피카츄'

LH가 추진 중인 Auto DR 개요.
LH가 추진 중인 Auto DR 개요.

국민DR은 국민이 자신이 가진 자원을 활용해 전력 감축에 동참해 보상받는 제도다. 전력 수급이 비상이거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인해 대기질 예보가 '나쁨', '매우 나쁨' 일때 전력거래소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수요 감축을 요청하면 참여 고객이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대단지아파트 주민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국민DR은 최근 가로등, 전기차, 조명 등에 까지 활용도가 넓어지고 있다. 성장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특히 지난해 초 883개였던 국민DR 참여자원은 연말 3024개로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4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국가적 관심도 많다. 특히 국가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적극적이다. LH는 지난해 말 국민임대주택에서 국내 최초로 스마트LED조명 등을 활용한 Auto(자동형)국민DR 서비스를 시범 제공하기로 했으며 최근에는 에너지복지를 위한 국민DR 활성화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민DR이 전 국민에게 국가적 과제인 탄소중립을 위해 하나로 뭉치는 '캠페인'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개인이 참여하는 용량이 크지 않고 요금 문제 등으로 적극적인 참여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총감축량은 413kWh에 불과했다. 따라서 주택용ESS를 활용해 국민DR과 연계한 새로운 요금제 방식과 스마트LED 등을 활용한 AutoDR 활성화 등의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국민DR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계량기를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도 논의 대상이다.

◆수초 안에 빠르게 반응한다...패스트DR 중요성 높아져

지난해 3월 28일 신서천화력이 시운전 중 발전기 탈락으로 패스트DR이 발령됐다. 사진은 주파수 추이
지난해 3월 28일 신서천화력 시운전 중 발전기 탈락으로 패스트DR이 발령됐다. 사진은 주파수 추이.

패스트DR은 수요와 공급이 불안정해 전력계통에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비전력을 차단해 이를 해결하는 DR이다. 국내 계통 주파수는 60Hz로 규정돼 있다. 그동안은 원전과 석탄발전 등이 중심이어서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했지만 최근 재생에너지 증가 등으로 전력 주파수 품질 유지가 앞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지난 2020년 말 새로 생긴 제도가 패스트DR이다. 패스트DR은 계통 주파수가 59.85Hz 이하로 떨어지면 정부와 계약을 맺은 공장, 사업장 등이 즉시 10분간 부하를 감축해 주파수를 맞추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주파수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단 몇 초 안에 반응하며 속응성 자원으로 활용된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발령 가능성에 의문도 제기됐지만 이미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서천화력발전소 시운전 중 발전기가 탈락하자 패스트DR이 발령돼 단 10초 만에 주파수 정상화에 성공했으며 지난 4월 26일에도 신고리원전 4호기가 탈락하자 패스트DR을 통해 총 600MW가 작동해 주파수를 유지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 등 전력 품질 유지가 중요한 국내 산업에도 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수천억원의 경제효과를 보장하는 데 비해 낮은 정산금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이용훈 호디 대표는 "최근 DR 중에서는 패스트DR이 국내 산업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더 들어와 주파수 유지 등이 어려워질 텐데 이에 대비해 더 많은 사업자가 참여하도록 요금체계 등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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